문제를 찾아내는 독특한 시선과 기술에 대한 폭넓은 이해로 대학 4년 동안 40개의 상을 휩쓴 대학생이 있다. 축구보다 납땜을 좋아했던 유별난 꼬마 아이는 이제 대한민국이 주목하는 기술 인재로 성장했다. 작은 문제도 따지고 넘어가야 직성이 풀리는 메이커 김준영 군의 불평불만을 만나보자.
▲ 취미가 납땜인 초등학생
김준영(24, 인하대학교 기계공학과) 군의 이력서는 화려하다. 각종 대회에서 수상 경력과 특허, 해커톤, 창업 경력이 빼곡히 들어서있다. 그는 고등학생이던 2012년 로봇 교육을 도와주는 게임인 'RT게임즈'를 시작으로 창업만 6번, 대학 시절 받은 상만 40개가 넘는다.
그가 메이킹에 관심을 가진 건 초등학생 시절부터다. 견학 차 찾은 서울국립과학관에서 본 LED키트가 어린 김 군의 마음을 빼앗았다. 집에 가는 길에 아버지를 졸라 기념점에서 파는 작은 조립 키트를 얻어냈다.
"친구들이 밖에서 축구를 할 때 저는 오천 원짜리 인두기를 들고 납땜을 했어요. 남들이 보기엔 이상해 보일지 모르지만 저는 그게 너무 재밌었어요."
어릴 적부터 효율성을 따지는 그의 성격 탓도 컸다. 물건 하나를 사도 불편한 부분이 있다면 직접 고쳐야 직성이 풀렸다. 하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따지고 들던 그의 성격은 메이킹에선 창의력의 원천이 됐다. 그러던 중 겪었던 큰 사고는 장애 용품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신호를 기다리던 중 트럭에 치인 적이 있어요. 다리가 부러져 6개월 간 휠체어 신세를 졌죠. 어느날 의사 선생님이 다리를 영영 못쓸지도 모른다는 소리를 하셨어요. 충격적이기도 했지만 그 때 저에겐 오히려 휠체어의 불편함 같은 게 눈에 들어왔어요."
▲ '상쓸이' 대학생의 공모전 성공 비결
어린 나이에 메이킹을 시작해 각종 발명상을 싹쓸이 했을 것 같지만 그의 작품이 빛을 보기 시작한 건 대학교 3학년 부터다. 메이킹을 계속하고 싶은데 재료비가 없었다. 자금을 구하기 위해 공모전에 아이디어를 넣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물건을 많이 만들었어요. 지우개에 모터를 단 연필 같은 걸 만들었는데 반응이 없었죠. 저는 필요하다고 느낀 걸 사람들이 호응해주지 않은 거예요."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다. 자신의 불편함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낄 불편이 무엇인 지를 고민했다. 김 군이 찾은 나름대로의 비결은 이렇다. 최근 기사를 훑어보며 사람들이 무엇을 불편하게 생각하는지를 눈 여겨 본다. 해결이 필요한 문제가 있다면 연령과 성별 등 어떤 카테고리의 사람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길 원하는 지를 파악하고 자신이 가진 기술로 이를 해결해 준다.
"제가 기술을 가지고 있다 보니 남들보다 참신한 아이템을 많이 생각할 수 있더라고요. 상도 받고 상금도 얻는데다 나름대로의 가치를 만들 수 있어서 만드는 일이 더 재밌어 지더라고요."
▲ '프로불편러'가 꿈꾸는 불편 없는 세상
각종 공모전을 섭렵하며 김 군은 자신이 가야할 방향을 설정했다. 그는 로봇과 센서, 프로그램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불편에 누구보다 관심이 많다는 점이다.
"어릴 적 다리를 다쳤던 기억을 잊지 않고 있다가 휠체어 바퀴를 개선해 특허를 냈어요. 몸체가 회전하지 않아도 좌우로 움직일 수 있어 부딪힐 염려가 없죠. 눈 여겨 볼 기회가 없어서 그렇지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보조기구 임에도 개선할 점이 많아요."
올해 2월 그는 쥬니크라는 연구개발 전문 회사를 설립했다. 첫 사업은 시각장애인에게 소리로 위치를 알려주는 스마트 지팡이다. 지하철 역 등 공공장소에 설치된 시각 장애인용 보도블럭이 점점 없어진다는 소식을 듣고 만든 물건인데 화장실이나 편의점 같은 편의시설과 통신하는 기능을 갖췄다. 올해 하반기 서울교통공사와 함께 시범사업 진행할 예정이다.
"우리가 낸 아이디어로 시범사업이 진행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앞이 보이지 않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거잖아요. 아이디어가 실생활에 구현된다면 그분들에게 더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THE메이커스'는 기술을 활용해 스스로 만들어내는 창작자, 장인 등 메이커들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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