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관인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최근 재무제표가 아닌 과거 재무제표로 지원자 선정 심사를 해, 혈세를 낭비했다고 어제 보도해드린바 있는데요.
과거 재무제표를 갖고 한 심사마저, 부실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습니다.
로봇산업진흥원의 검증 시스템을 살펴봤더니, 예견된 사고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허점투성이였습니다.
조현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로봇산업진흥원의 국비지원사업자 선정은 외부 평가위원회가 구성돼 심사가 이뤄집니다.
재무건전성 평가도 마찬가집니다.
2년 전, 당시 평가 위원으로 참여했던 회계사 사무실을 찾아가봤습니다.
회계사 사무실은 로봇산업진흥원과 같은 건물, 5층에 입주해 있습니다.
담당 회계사는 진흥원과의 협약을 이유로, 심사 과정에 대해 말을 아낍니다.
<녹취> 로봇산업진흥원 외부평가위원 /회계사
"보안서약을 했기 때문에 그런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당시 회계사가 평가했다는 항목들입니다.
부채비율, 유동비율, 자본잠식 여부 등 재무제표상의 숫자를 단순 계산한 경영지표들 뿐입니다.
1명의 회계사가 37개 기업에 대한 재무제표 심사를 이틀만에 모두 끝낸 뒤 작성한 총평은 고작 한 줄에 불과합니다.
<인터뷰> 로봇산업진흥원 관계자
"엑셀표에 재무제표상의 수치를 입력하거든요. 그러면 (입력된) 수식이 유동비율이 50% 이하냐, 부채비율이 500% 이상이냐 이것을 계산해서...."
자산이 120억원 미만인 중소기업은 외부감사인의 감사를 받지 않기 때문에 회계투명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집니다.
때문에 다른 기관들은 재무제표의 실체성을 파악하는데 심사역량을 집중합니다.
비외감기업에 대해서는 재무제표 분석과 함께, 주요 계정과목을 바탕으로 자산, 부채, 자본의 실체성을 검토해 심사에 반영한다는 규정을 갖추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비해 로봇산업진흥원의 심사 과정은 부실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에대해 로봇산업진흥원은 서류 심사 과정에서 회계법인의 도장이 찍힌 재무제표확인원이 있는 재무제표만 유효한 것으로 인정한다고 밝혔습니다.
재무제표의 신뢰성을 담보할 장치가 재무제표확인원이라는 설명이지만, 이 재무제표에 도장을 찍어준 회계사의 설명은 전혀 다릅니다.
<녹취> 공인회계사
"재무제표 확인원을 갖고 이 재무제표를 신뢰할 수 있습니다하면 안되는 것이죠."
사실상 아무 소용이 없는 서류를 형식적인 안전장치로 삼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이런 엉터리 심사를 막기 위해서는 재무 평가의 신뢰성 검증 절차 강화와 함께, 비외감법인에 대한 맞춤형 검증 시스템의 도입도 검토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조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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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 풀린 로봇산업진흥원 ①] 부적격 업체에 혈세 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