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용민(65)이 여배우의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를 통해 불거진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최용민은 28일 소속사를 통해 "저의 옳지 않은 언행으로 피해를 보신 모든 분께 머리를 조아려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며 공식 입장을 밝혔다.
입장문에서 최용민은 "어떤 변명도 하지 않겠다. 분명 제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피해자께서 원하는 사과 방식이 있다면 몇 번이고 그 방식에 맞게 다시 사과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최용민은 "재직 중인 명지전문대 연극영상과 교수직을 사퇴하고 모든 연기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젊은 시절 주로 연극무대에서 활동하다가 이후 영화와 드라마로까지 활동 반경을 넓혀 `아버지가 이상해`, `역적` 등에 출연했다.
한편 이날 오전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연극·뮤지컬 갤러리에는 `고백합니다 #me too`라는 제목으로 배우이자 명지전문대 연극영상과 교수 최용민의 성추행 폭로 글이 올라왔다.
다음은 최용민의 성추행을 폭로한 `미투` 글 전문.배우, 명지전문대 연극영상과 교수 - 최용민
오래 걸렸습니다. 말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묻어두려 했습니다. 너무 오래 전일이잖아... 나 정도의 일가지고 나서는 게 무슨 도움이 되겠어? 말한다고 과연 얼마나 달라질까? 그 사람에게 어떤 조치가 내려지긴 할까? 온갖 핑계를 내세워 나서지 않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해야만 하는 일이니까요. 명지전문대 연극영상과 교수 성추행 미투 글을 읽었습니다. 글쓴이가 지목한 교수는 그 사람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침묵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졸업 후 어떤 선배님의 추천으로 어느 공연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극단 특성상 술자리가 굉장히 잦았고 당시 전 서초동에 살고 있었는데 그 사람과 집 방향이 같아 몇 번 택시를 같이 타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술에 엄청 취한 척을 하더니 몸을 기대왔습니다. 이게 뭔가.. 싶은 순간 절 끌어안으며 키스를 하려고 했습니다. 전 너무 놀라서 몸을 밀치며 앞에 기사님을 인식시키고 "아니 아실 만한 분이 왜 이러세요 정신차리세요!"라고 했지만 그는 취기를 방패삼아 다시 달려들었습니다.
이번엔 더 큰소리로 "하지마세요!"라고 외쳤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고 택시기사님도 힐끗힐끗쳐다만 볼뿐이었습니다. 막무가내로 입술을 대고 혀를 밀어 넣는 그 사람을 안 되겠다 싶어 따귀를 때렸던가 더 세게 밀쳤던가 아무튼 힘겹게 떨쳐내고 기사님께 "세워주세요" 소리치고 "저 다시 어떻게 보시려고 이러세요"라고 말하며 택시에서 내렸습니다.
얼마 후 그는 장문의 문자를 보내 내가 잠시 미쳤던 것 같다. 정말 미안하다며 넘어가 달라고 부탁했고 저는 그렇게 그 일을 그냥 넘어갔습니다. 여기까지 읽으면 그 사람은 아마 저를 기억해내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저 말고도 그런 일이 또 있었을테니까요.
실제로 그 작업을 하기 전에 제 친구가 저에게 이런 일을 당했다고 이야기해 주었지만 저는 설마하고 믿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그때 그 친구에게 너무나 미안합니다.) 그만큼 그 사람은 나이에 비해서 꼰대 같지 않고, 젠틀하고, 술 잘 사고, 사람 좋게 허허 잘 웃는... 지금도 많은 후배, 제자들이 좋아하고 믿고 따르는 사람입니다. 이 부분이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입니다.
사실 지금껏 배우 생활을 하면서 이보다 더 소름끼치는 경험도 있었습니다만 그 사람이야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눈에 보이지 않으니 굳이 지목할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 사람은 지금까지도 많은 존경을 받으며 어떠한 양심의 가책도 없이 많은 작품에 출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수로 재직하며 대학에서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잠깐 미쳤었다고 용서를 빈 이후에도 그에게 불쾌한 일을 당했다는 이야기가 계속 들려오기 때문입니다.
전 익명으로 이 글을 썼지만 그는 제가 누군지 알 수 있을 겁니다. 두렵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이런 일이 생겨서는 안됩니다. #Me too
최용민 사과문 전문.저의 옳지 않은 언행으로 피해를 입으신 모든 분들께 머리 조아려 사과의 말씀 올립니다.
어떤 변명도 하지 않겠습니다.
분명 제 잘못입니다.
피해를 입으신 모든 분께 다시 한 번 사죄의 말씀 드립니다.
피해자께서 원하는 사과 방식이 있다면 몇 번이고 그 방식에 맞게 다시 사과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해당학교의 교수직을 사퇴하겠습니다.
모든 연기 활동을 중단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사죄의 말씀 드립니다.
최용민 성추행 폭로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