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기밀을 외부에 유출한 혐의로 현직 검사 2명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가운데 차장검사급 간부가 사건에 연루된 구체적인 정황이 포착돼 검찰의 수사가 `윗선`으로 확대되고 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검 감찰부(이성희 부장검사)는 부산지검 서부지청 추모 검사(36·구속영장 청구)가 2014년 A 지청장의 요청으로 최인호 변호사(57·사법연수원 25기·구속)에게 연예기획사 대표 조모(40·구속)씨 관련 수사 기록을 넘긴 정황을 잡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추 검사는 "최 변호사를 잘 봐 달라"는 A 지청장의 전화를 받고 최 변호사가 요구한 자료를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지청장은 추 검사의 전직 상관이다. 최 변호사와는 사법연수원 동기로 친분이 있는 사이로 전해졌다.
추 검사가 초임급 젊은 검사였다는 점에서 애초부터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정보 유출 배후에 윗선의 검찰 간부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했다.
최 변호사는 2012년 조 대표의 연예계 사업에 60여억을 투자했다. 그러나 자기 돈이 실제 투자에 쓰이지 않았다면서 2014년 상대방을 서울서부지검에 고소했고, 조 대표는 구속돼 수사를 받았다.
검찰은 이 무렵 공군비행장 집단 소송금 횡령 등 자신의 치부가 조 대표에 의해 폭로될 것을 우려한 최 변호사가 조 대표 측 동향을 파악하려고 A 지청장에게 줄을 댔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추 검사는 당시 서울서부지검에서 조 대표 사건의 공소유지를 담당하는 공판 검사였다.
검찰은 최 변호사의 집과 사무실, 전직 운전기사 차량 등을 압수수색해 조 대표가 구치소에서 지인들과 대화하는 내용이 담긴 음성 파일 140여개와 수사 상황이 담긴 각종 파일이 담긴 CD 등을 다량 발견했다.
추 검사는 관련 자료를 자신이 최 변호사에게 건넨 것이 사실이라고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향후 A 지청장을 상대로 최 변호사와 관련한 청탁을 추 검사에게 한 것이 사실인지, 최 변호사와의 관계의 성격, 금품 거래 여부 등을 수사할 계획이다.
한편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과는 별개 흐름으로 2015년 이후 최 변호사가 공군비행장 소음 집단 소송 승소금을 횡령한 혐의로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부당한 `봐주기`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최 변호사의 고소로 구속돼 징역 7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조 대표가 최 변호사의 횡령과 탈세 의혹을 제보함에 따라 서울서부지검은 2015년 최 변호사를 상대로 횡령 및 탈세 의혹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이후 사건은 관할 문제를 이유로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됐다. 최 변호사는 줄곧 불구속 수사를 받다가 2017년에야 1월 피해자들에게 돌아갈 보상금 142억원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00억원이 넘는 거액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최 변호사가 불구속 수사를 받았고, 함께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 조세포탈 혐의도 적용되지 않은 채 기소되면서 최 변호사의 불법 로비가 있던 것이 아니냐는 진정이 검찰에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에 대검찰청은 작년 11월 서울고검 감찰부를 중심으로 재수사팀을 꾸리도록 했다. 새 수사팀은 전면적인 재수사 끝에 지난 6일 최 변호사를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최 변호사 사건과 관련해 검찰 고위 간부나 정관계 인사가 수사 무마 로비에 추가로 연루됐다는 의혹이 무성해 향후 수사가 더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편 수사정보 유출 등 혐의로 나란히 구속영장이 청구된 추 검사와 최모(46) 춘천지검 검사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23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다.
영장 발부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늦게, 늦으면 24일 새벽 나올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