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남한을 찾은 북한 예술단의 강릉 공연이 뜨거운 성원 속에 마무리 됐다. 8일 오후 8시 10분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시작된 무대는 9시 45분까지 1시간 35분간 이어졌다.
900여 석의 공연장이 비좁게 느껴질 만큼 무대를 가득 채운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의 연주는 좌중을 압도할 만큼 자신감이 넘쳤고 힘이 느껴졌다.
북한 예술단 공연의 문은 우리에게도 친숙한 북한 노래인 `반갑습니다`로 열었다.
한복을 차려입은 8명의 여가수가 힘찬 목소리와 호응을 유도하는 율동으로 공연 초반부터 관객을 사로잡았다.
다음으로 정중동의 겨울 풍경을 역동적으로 묘사한 `흰눈아 내려라`를 비롯해 평화를 형상화한 `비둘기야 높이 날아라`, 전자 바이올린과 첼로의 경쾌한 반주를 곁들인 `내 나라 제일로 좋아` 등 북한 노래들이 이어졌다.
다섯 번째 곡으로 가수 이선희의 `J에게`를 관현악곡으로 편곡해 여성 2중창과 코러스로 소화해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이어 한국가요 `여정`을 여성 가수가 독창했다.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혜은이의 `당신은 모르실거야`, 나훈아의 `이별`, `최진사댁 셋째딸`, `홀로 아리랑` 등도 들려줬다.
한곡 한곡 노래와 연주가 끝날 때마다 관람석에선 큰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핫팬츠 차림의 5명의 가수는 `달려가자 미래로`라는 빠른 템포의 노래를 부르며 우리나라 걸그룹을 연상시키는 경쾌한 율동으로 공연장의 분위기를 절정으로 끌어올렸다.
뒤이어 아리랑과 검투사의 입장, 모차르트 교향곡 40번, 터키 행진곡, 아득히 먼길, 집시의 노래, 가극극장의 유령, 카르멘 서곡 등 해외 유명 클래식 20여 곡을 편곡해 연이어 들려주는 관현악 연주가 이어졌다.
피날레는 통일을 염원하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 `다시 만납시다`로 장식했다.
140여 명 규모의 삼지연 관현악단은 이번 공연을 위해 조직된 일종의 `프로젝트 악단`으로 오케스트라가 80명 정도고, 나머지는 합창단원과 가수, 무용수다.
삼지연 관현악단은 삼지연악단, 모란봉악단, 청봉악단, 조선국립교향악단, 만수대예술단, 국가공훈합창단 등 6∼7개의 북한 예술단에서 최정예 연주자와 가수, 무용수를 뽑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강릉 공연 후 서울로 이동해 11일 오후 7시 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두 번째 공연을 하고 육로로 귀환할 예정이다.
북한 예술단이 남쪽에서 한 공연은 2002년 8월 서울에서 열린 8·15 민족통일대회 당시 북한 예술단이 동행해 공연한 이후 15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끊어졌던 남북 문화교류의 다리를 10여 년 만에 다시 연결한다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반갑습니다 J에게 북한 예술단 공연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