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초등학교 동창인 여중생을 성추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어금니 아빠` 이영학(36)에게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30일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이성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강간 등 살인, 추행유인, 사체유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영학에게 사형을 구형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영학이) 여중생의 귀에 대고 속삭였을 목소리를 생각하면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가 없다"며 "분노의 감정으로 처벌할 수 없지만, 더 큰 피해를 막고 우리 사회에 믿음과 정의를 세우기 위해서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영학의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이영학은) 지적 능력이 평균보다 부족했으며 희귀병 `거대 백악종`으로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고, 친구와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며 "사회에서 너무나 많은 물의를 일으킨 점을 알고 반성하는 점을 고려해 최대한 관대한 처분을 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영학은 최후진술에서 "너무나 미안하다. 일평생 피눈물을 흘리면서 학생(피해자)을 위해 울고 기도하겠다. 이 못난 아버지를 죽이고 딸을 용서해달라"며 눈물을 흘리며 호소했다.
이어 "(검찰 조사를 받을 때) 검사가 나를 때리려 하고 `가족들도 재판에 넘기겠다`고 협박했고, 눈물을 흘리면 `더러운 눈물 닦으라`며 휴지를 던지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사가 아내를 `걸레`, `창녀`라고 부르며 모욕했다. (조사실) CC(폐쇄회로)TV를 공개하고 검사에게 책임을 지게 해 달라"고도 했다.
검찰은 이영학과 함께 구속기소 된 딸에게는 장기 7년에 단기 4년형을 구형했다. 소년법에 따라 범행을 저지른 미성년자에게는 장기와 단기로 나눠 형기의 상·하한을 두는 부정기형을 선고하며, 단기형을 채우면 교정 당국의 평가에 따라 조기 출소할 수 있다.
이영학의 딸은 아버지 지시에 따라 동창을 유인한 혐의(미성년자 유인)와 시신을 유기하는 데 도움을 준 혐의(사체유기)를 받는다.
이영학의 도피를 도운 혐의(범인도피)로 함께 기소된 지인 박 모씨에게는 징역 1년, 이영학이 허위로 후원금을 받는 과정에 도움을 준 혐의(사기)로 기소된 형 이 모씨에게는 징역 2년이 구형됐다.
이영학은 지난해 9월 30일 딸을 통해 A(당시 14)양을 서울 중랑구 망우동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수면제를 먹여 재운 뒤 추행하고, 다음날 낮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딸을 시켜 A양에게 수면제 탄 음료를 마시게 해 정신을 잃게 만든 뒤 가학적 성추행을 저질렀고, 이후 A양이 깨어나자 신고당할 것을 우려해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A양의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넣어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 싣고 강원 영월군 야산으로 이동해 유기한 혐의도 받는다.
A양의 아버지는 이날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딸을 잃은 고통을 털어놓으며 "이영학 부녀에게 사형을 선고하고, 사형을 꼭 집행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딸은 `엄마 아빠가 내 부모님이라서 너무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랑스러운 아이였다"고 회상하면서 여러 차례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이영학을 `싸이코`, `쓰레기`, `살인자` 등으로 지칭하면서 "찢어 죽이고 싶은 마음에 치가 떨린다"고 말했다.
아울러 "딸이 실종됐다고 신고했는데도 경찰은 딸의 행적을 묻지도 않았다. 안일하고 부실한 경찰의 수사 때문에 살릴 수 있었던 딸이 억울하게 죽었다"고 토로했다.
이영학은 A양 아버지가 말하는 동안 고개를 숙인 채 눈을 질끈 감고 있었으나 이후 최후진술 때 발언 기회를 얻자 미리 종이에 적어온 내용을 한 글자씩 또박또박 읽어내려갔다.
이영학에 대한 판결은 다음 달 21일 선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