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MB) 전 대통령은 22일 검찰이 자신의 옛 측근들을 잇달아 소환하며 민간인 불법사찰 및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사용 의혹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공개적인 대응을 자제하며 `정중동`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7일 현재의 검찰 수사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규정하는 비판 성명을 발표한 이후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등 옛 측근들의 입을 통해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이 흘러나왔지만 이 전 대통령은 무대응 기조를 유지 중이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대응할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앞서 자신의 성명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이른바 `분노` 발언과 관련해 측근들에게 대응하지 말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다만 최근 검찰발(發)로 측근들의 진술이 계속 흘러나오는 데 대해서는 강한 불쾌감을 표출했다.
한 측근은 최근 정세균 국회의장이 최근 `피의사실이 계속 공표되는 좋지 않은 관행`이라 발언한 것과 관련해 "(피의사실 공표는) 좋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범죄"라고 비판했다.
검찰이 이날 오전 이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의 사무실을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한 이후 이 전 대통령과 참모들이 강남 삼성동 사무실에 모였지만 이에 대한 별도의 입장 발표는 없었다.
한 측근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대응할 일이 아닌 듯하다"며 관련 입장을 낼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청와대가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초청장을 보내기로 한 데 대해서는 "참석 여부는 아직 논의하지 않았다. (초청장이) 온 다음에 보자"라고만 밝혔다.
자유한국당도 일단 대응에 신중을 기하며 수위를 조절하는 분위기다.
이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었다가 등을 돌린 인사들이 최근 여러 경로를 통해 관련 증언을 쏟아내는 상황에서 무작정 방어에 나서는 것은 당으로서 정치적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김 전 제1부속실장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내가 국정원 돈의 통로였고 서로 간에도 모를 정도였다"라고 밝혔고, 이와 별개로 검찰은 `2008년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에게 특활비를 건넨 뒤 이 전 대통령과 독대해 보고했다`는 김주성 전 국정원 기조실장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MB가 이 문제에 대해 측근들과 대응을 해야지 우리 당이 공식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상당히 신중해야 한다"면서 "문재인 정권이 노리는 꼼수와 속셈이 있다. 그런 정치 쟁점화 시도에 말려들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검찰 쪽에서 너무 심하게 피의사실이 공개되고 있는데 이런 것은 용서할 수가 없다"며 "그야말로 인민재판을 해 국민 여론으로 이 전 대통령을 검찰의 포토라인에 세우겠다는 아주 치사한 수사방식"이라고 비난했다.
결국, 한국당의 스탠스는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나 문재인 정부의 `정치보복`에 대해 원론적 비판과 항의는 할 수 있지만, 구체적 혐의에 대한 방어는 어렵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홍준표 대표 이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우리 의원들이 검찰총장실로 집단항의를 가든지 한다면 그건 당 차원의 대응이다. (그러나) 그런 당 차원의 대응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