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하는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이 한국, 미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의 5파전으로 진행되는 양상이다.
우리나라가 원전 수출을 성사시키려면 오는 4월로 예상되는 1차 컷오프를 통과, 입찰 자격을 획득해야 한다.
20일 로이터와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지금까지 중국, 프랑스, 미국, 한국, 러시아 5개국의 5개 원전 사업자로부터 원전 2기의 EPC(설계·조달·시공)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의향서를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전력공사가 지난달 사우디 정부에 기술정보요구서(RFI)를 제출했다.
RFI는 발주처가 사업자 선정에 앞서 업체들의 기술력과 재무 상태 등 원전 건설 능력을 평가하는 절차다.
사우디 원자력·신재생에너지원 관계자는 외신 인터뷰에서 "오는 4월까지 2~3개 사업자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2~3개사에 포함돼야 원전 사업에 실제 입찰할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다.
최종 사업자 선정은 올해 말에 이뤄질 전망이다.
원자력업계에서는 이웃 국가인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을 성공적으로 건설한 이력이 한전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정부에 사우디 원전사업 공동 진출을 먼저 제안한 UAE 정부의 지원도 도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백운규 장관이 원전 수주 지원을 위해 사우디를 방문하는 일정을 추진하고 있다.
한전이 이미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은 한전이 아직 도시바와 지분 인수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우리 정부가 영국 정부와 원전 건설비용 조달, 전력 구매단가 문제 등을 협상하고 있는데 업계에서는 정부 간 협상이 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업은 건설비를 받으면서 원전을 지어서 넘기는 UAE 원전 수출과 달리 한전이 직접 건설비를 조달하고 완공 후 35년간 영국 정부에 전기를 팔아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이다.
초기 비용 부담을 모두 한전이 지는 데다 수익 회수 기간이 길어서 영국 정부가 충분한 전력 구매단가를 보장하지 않을 경우 한전이 수익을 내지 못할 수도 있다.
영국 정부는 프랑스와 중국 기업이 추진하는 `힝클리 포인트 C` 원전의 경우 35년간 1메가와트시(Mhw)당 92.50파운드의 판매가격을 보장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영국 의회는 이 가격이 너무 비싸다며 영국 정부가 더 나은 조건의 협상을 끌어내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무어사이드 원전에 보장하는 전력 단가를 낮춰야 한다는 분위기가 영국 정부 내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한전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일본 히타치가 추진하는 와일파 원전처럼 영국 정부가 무어사이드 원전에 대한 지분 투자 등을 통해 비용을 부담하는 방안을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