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 4명이 연쇄 사망한 원인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감염에 의한 패혈증인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사망 신생아들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부검한 결과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감염으로 인한 패혈증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12일 밝혔다.
국과수에 따르면 사망한 신생아 4명의 혈액에서 모두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검출됐다.
시트로박터 프룬디는 정상 성인에 존재하는 장내 세균이지만 면역 저하자에게는 드물게 병원 감염을 일으킨다. 신속히 대처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패혈증으로 악화할 수 있다. 패혈증은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진 상태에서 세균이나 독소가 혈관에 들어가 온몸에 중독이나 급성 염증을 일으키는 상태를 뜻한다.
앞서 질병관리본부는 4명 중 3명의 사망 전 혈액과 이들에게 투여된 지질영양 주사제에서 동일한 유전형의 시트로박터균이 검출됐다고 밝힌 바 있는데, 부검 결과 사망 신생아 모두에게서 나온 균도 이와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과수는 "주사제가 오염됐거나, 주사제를 취급하는 과정에서 세균 오염이 일어나 감염을 유발했을 가능성이 고려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관해 경찰은 "바이알(vial·유리병)에 들어있는 지질영양제 자체가 오염됐거나, 바이알을 개봉해 주사기에 넣고 신생아들 중심정맥관에 연결하는 과정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지질영양제 자체가 오염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검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현재로써는 주사제를 취급하는 과정에서 오염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더 크게 보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국과수는 "균 감염으로 유사한 시기에 사망에 이르게 된 점은 이례적"이라면서 "급격한 심박동 변화, 복부 팽만 등 증세가 모두에게 나타난 점을 봤을 때 비슷한 시기에 감염돼 유사한 경과를 보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부검 결과 로타바이러스는 사망한 신생아 4명 모두에게서 검출됐다.
질병관리본부는 사망 신생아들과 함께 입원해 있다가 사건 직후 병원을 옮기거나 퇴원한 신생아 12명 중 9명에게서 로타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밝힌 바 있다.
사망사건 당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던 환아 총 16명 중 무려 13명에게서 로타바이러스가 검출된 셈이다.
국과수는 로타바이러스가 사망한 신생아들 소·대장 안의 내용물에서만 국한돼 검출된 점, 함께 감염됐음에도 생존한 환아들이 있는 점, 장염은 4명 중 2명에게서만 발견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로타바이러스나 장염이 사망의 원인이 됐을 가능성은 작다고 밝혔다.
그러나 로타바이러스는 신생아들의 분변이나 토사물을 처리할 때 주로 전파되는 점을 감안하면, 환아 16명 중 13명에게 전파된 점은 병원 의료진의 위생관리 부실 책임을 나타낼 정황 증거로 작용할 전망이다.
아울러 국과수는 주사제 조제 과정에서 전해질 농도에 이상이 생겼거나 투약 과정에서 이물이 주입됐을 가능성은 작다고 밝혔다. 주사제를 취급하는 과정에서 감염·위생관리 부실로 오염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으로 해석된다.
경찰은 이날 사망 신생아 유가족을 서울경찰청으로 불러 사인과 향후 수사계획을 설명했다. 양경무 서울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조사과장 등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도 경찰과 함께 유족을 만났다.
광역수사대는 "부검 결과에 따라, 신생아들 사망 전날(12월 15일) 지질영양 주사제를 취급하는 과정에서 감염관리 의무를 위반한 정황이 있는 간호사 2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간호사들에 대한 지도·감독 의무를 위반한 수간호사, 전공의, 주치의 등 3명도 같은 혐의로 입건될 예정이다.
광수대는 "주치의인 신생아 중환자실 실장 조수진 교수를 16일 오후 1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계획"이라면서 "주말과 월요일에는 소환자 없이 그간 모은 증거자료와 부검 결과 등을 토대로 조 교수 소환에 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