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은 그의 무기고(핵·미사일)와 함께 자신의 스타일을 업데이트하며 말쑥한 차림이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일(현지시간) 이 같은 제목으로 새해 첫날 밝은 회색 계열의 양복을 입고 신년사를 발표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의상과 외모를 다룬 기사를 실었다.
신문은 김정은이 마오쩌둥 스타일의 인민복 대신 정치인들을 위한 의상을 파는 매장에서 볼법한 은회색 계열의 양복과 이에 어울리는 넥타이를 매고 나왔다고 평가했다.
김정은이 양복 차림으로 신년사를 낭독한 것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2013년부터 4년간은 모두 검은색 인민복을 입었고 작년에는 처음으로 짙은 남색 양복을 입었다.
귀 윗부분까지 밀어 올린 `사다리꼴` 헤어스타일을 언급하며 세심하게 머리카락도 정리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김정은의 이런 스타일 연출은 철저히 계산된 선택이라고 이 신문은 평가했다.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표단 파견 용의가 있다면서 이를 위한 남북회담 가능성을 밝힌 신년사 메시지를 잘 포장하고, 북한의 이미지를 세련되게 보이도록 하기 위한 의도가 배어있다는 것이다.
또 김정은이 신년사 의상에서 "할아버지인 김일성의 통통한 풍채와 헤어스타일까지 흉내 내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덧붙였다.
NYT는 별도의 기사에서 "한국과 직접 대화를 시작한다는 약삭빠른 새 전략을 통해 70년간 지속한 한미 동맹을 이간질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특히 NYT는 핵 단추가 자신의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있다는 김정은의 언급을 지적하며 "김정은의 부드러운 톤의 의상은 그의 메시지에까지 일관되게 이어지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경가스로 이복형제(김정남)를 암살하거나 고모부(장성택)를 대공 기관총으로 처형한 혐의를 받는 지도자의 평판과는 완전히 상충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김정은의 서구 스타일 양복과 뿔테 안경, 김일성과 김정일이 달았던 배지를 달지 않은 점 등은 그의 자신감과 안정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부산대 로버트 켈리 교수는 SCMP에 "그는 아르마니 양복을 입은 은행가처럼 보였다"며 "이는 북한을 더욱 현대화하고 개방된 국가로 보이게 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