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롯데그룹은 사상 초유의 총수 부재 상황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신동빈 회장이 횡령과 배임, 탈세 혐의로 얼룩진 경영비리 재판에서 징역형을 피하면서, 신 회장이 추진 중인 `뉴 롯데`는 탄력을 받게 됐다.
또 자연스럽게 아버지인 신격호 회장, 형인 신동주 전 부회장과 얽힌 경영권 분쟁은 물론, 국민들의 눈총을 받던 구(舊) 롯데와도 결별을 선언하는 계기가 됐다.
신동빈 회장이 지루한 재판 준비에서 벗어나 경영 현안에 매진할 수 있게 되면서, 뉴 롯데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당장 그동안 이어진 지배구조개선 작업이 힘을 받을 전망이다. 롯데는 지난 10월 40여개 유통·식품 자회사들을 한데 묶은 롯데지주를 출범시켰지만, 호텔롯데 상장이라는 커다란 숙제를 안고 있다.
호텔롯데 상장은 한·일 롯데를 분리하고, 롯데그룹의 지주사 체제를 완성시킬 마지막 열쇠로 꼽힌다. 롯데가 일본기업이라는 오랜 이미지를 불식시킬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신동빈 회장이 구상하는 `뉴 롯데`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롯데는 당장 11개나 되는 롯데의 순환·상호출자고리를 내년 4월까지 모두 해소해야 한다.
한층 속도를 내고 있는 신동빈 회장의 해외경영도 탄력을 받게 됐다.
신동빈 회장은 사드 보복의 직격탄을 받은 중국을 벗어나,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남방경영`에 힘을 쏟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해외에서만 11조6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특히 동남아 시장에서 그 가운데 절반 이상의 매출을 거뒀다.
롯데는 동남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굵직한 M&A 외에도 수백여건의 사업들이 진행 중에 있다.
해외사업 규모만 10조원을 넘는다. 그 중심에 있는 신동빈 회장이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되면서, 적극적인 사업이 가능해졌다. 대규모 투자와 전략적인 판단이 필요한 해외사업은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총수가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총수의 재판으로 뒤숭숭했던 계열사 안정 작업은 바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밀렸던 연말 인사도 멈춰 섰던 그룹 결재선도 재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롯데그룹의 내년 사업계획과 투자계획이 윤곽을 드러내는 작업이 먼저 마무리될 전망이다. 시급한 과제로 꼽히는 중국 롯데마트 매각작업도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내년 2월 개막하는 평창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발걸음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2014년부터 대한스키협회 회장을 맡아 적극적으로 동계스포츠 지원에 나서고 있다. 재판 준비로 바쁜 지난달에도 스위스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총회에 참석해 평창올림픽을 홍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위기는 남아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14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면세점 특허를 대가로 돈을 건넨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내년 1월 선고 공판에서 유죄가 인정될 경우, 신동빈 회장의 실형 가능성은 물론 면세점 특허권까지 반납해야 한다. 한 번의 위기를 넘긴 `뉴 롯데`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