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같은 당 김기옥 원외지역위원장협의회 회장에 "싸가지 없다"는 취지의 막말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24일 국민의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기옥 국민의당 원외지역위원장협의회 회장은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 비공개회의에 참석해 안 대표에게 "(저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반말로 싸가지 없다고 하셨는데 입장을 밝혀달라"라고 요구했다.
안 대표는 이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이야기하자"라고 말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이번 논란의 발단은 전날 오후 3시간 30분가량 이어진 안 대표와 원외위원장 간담회에서 비롯됐다.
안 대표의 통합행보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진 김 회장은 당시 안 대표를 향해 "의총이랑 여기(간담회)랑 전혀 분위기가 달라 대표님 에너지를 좀 받으셨겠다"라면서 "통합하시라"라고 다소 비꼬는 듯한 발언을 했다.
지난 22일 의총에서는 호남 의원들을 중심으로 바른정당과의 통합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게 쏟아진 반면 원외위원장 간담회에서는 `3대 1` 정도로 통합 찬성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김 회장은 당시 본인이 들고 있던 종이 몇 장을 안 대표의 면전을 향해 흔들면서 이 같은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고, 이에 다른 지역위원장들이 김 회장을 제지하면서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사회를 보던 김관영 사무총장이 김 회장의 발언을 제지하고 나서야 소동은 마무리됐다.
행사가 모두 끝난 뒤 김 회장은 행사장 앞쪽에 있던 안 대표에게 다가가 "죄송하다"고 말했고, 이에 안 대표는 "왜 싸가지 없이 말하는데…"라는 말을 2차례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대표는 김 회장에게 "내가 작년 4·13 총선 때 처음과 마지막에 2번이나 유세도 가줬는데 왜 그러느냐"라고도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이날 안 대표와 지역위원장들이 참여하는 바이버 방에 글을 올려 "대표에게 다가가 `대표님 죄송합니다`라고 하자 놀랍게도 손가락질을 하며 `왜 싸가지 없이 말하는데, 왜 싸가지 없이 말하는데` 하셨다"면서 "너무 당황스러웠고 이 모습이 안 대표라고는 누구도 생각도, 상상도 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어 "당 대표가 `싸가지가 없다`는 등의 여성 비하적인 폭언과 망발로 모욕을 준 언행에 대해 문자로 답을 구했으나 응답이 없었고, 최고위원회의에서 비공개로 발언했으나 응답이 없었다"면서 "이와 관련한 입장을 달라"라고 촉구했다.
안 대표는 이날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싸가지` 발언 여부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김 회장이 오전 최고위에서 안 대표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소란스러워서 잘 못 들었다. 의총 시간이 지나서 다음에 이야기하자고 하고 저는 빨리 왔다"고만 말했다.
안 대표 측 관계자는 "공식 석상은 아니었고 사적인 대화로 볼 수 있다"면서 "김 회장이 어느 정도 예의를 벗어난 행동을 했다"고 말했다.
문제가 불거진 뒤 안 대표는 국회에서 김 회장과 10여 분간 면담하면서 문제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김 회장은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안 대표도 그날 제 태도와 발언에 대해 불편했다고 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를 드렸다"면서 "안 대표도 `싸가지` 발언에 대해서는 유감 표명을 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안 대표가 문제의 발언을 하기 전 자신의 `죄송하다`라는 발언에 대해 "`기억이 안 난다`고 하더라"라면서 "간담회가 끝나고 다가가 `대표님 죄송합니다`라고 했는데 안 대표가 격앙돼 그랬는지 그 말을 못 듣고 `대표님`까지만 들었다고 말해서 (제가) `분명히 말했다`고 말씀드렸다"라고 밝혔다.
안 대표는 면담이 끝난 뒤 발언 관련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모든 질문에 굳은 표정으로 묵묵부답한 채 국회를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