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피해를 키우는 것으로 알려진 액상화 현상을 조사하기 위한 땅밑 조사 작업이 본격 시작됐다.
20일 기상청과 행정안전부 국립재난안전연구원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께 이들 기관은 경북 포항시 흥해읍 망천리의 진앙 인근 논밭에서 지반 샘플 채취를 위한 시추 작업에 들어갔다.
이들 기관은 땅밑 20m를 넘어 기반암이 나올 때까지 땅을 파고들어 갈 예정으로, 오는 22일까지 시추를 계속할 계획이다.
액상화란 강한 지진으로 지반이 흔들리면서 땅이 지하수와 섞여 물렁물렁해지는 현상이다. 통상 매립지나 하천 유역 등 모래가 많은 연약 지반에서 발생하기 쉽다. 액상화가 일어나면 흔히 지하수가 땅 위로 분출되는 상황을 볼 수 있다.
기상청은 이날 진앙 가까운 곳을 파낸 뒤 21일부터는 재난안전연구원과 위치를 추가 선정해 시추 작업을 이어나간다. 기상청에 따르면 액상화가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 영역은 진앙을 중심으로 5㎞ 안팎으로, 재난안전연구원은 이 범위 안에서 위치를 선정할 계획이다.
연혁진 기상청 지진화산센터 과장은 "압력 테스트를 위해 오늘 1곳을 시작으로 총 6곳을 파내고, 코어라고 불리는 샘플을 떠내기 위해 2곳을 더 팔 계획"이라며 "작업 상황에 따라 시추 지점은 변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액상화를 최종 판단하는 주체는 행정안전부다. 기상청은 내년까지로 예정된 지진 관측소 추가 설치를 위해 기존에 시추를 하고 있었는데, 아직 시추 업체와의 계약 기간이 남은 상황에서 이번 지진이 터지자 액상화 조사에 참여했다.
향후 행안부는 이번 시추로 나온 샘플을 통해 지반이 얼마만큼의 압력을 견뎌내는지 등을 시험해 액상화를 판단할 계획이다.
김윤태 재난안전연구원 방재연구실장은 "시추를 통해 해당 토질이 액상화의 특성과 맞아 떨어지는지를 확인할 것"이라며 "사안이 시급한 만큼 일단 간편법으로 시료분석을 한 뒤 향후 정밀분석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일부에서 제기된 액상화에 대한 판단들은 일본 사례와 비교한 일종의 견해"라면서 "땅마다 액상화의 정도도 다 다른 만큼 정부 차원의 시험을 통해 액상화 여부를 최종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기상청은 이번 시추 결과를 내년 10월부터 제공할
진도 서비스를 개선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
기상청은 현재 지진 발생시각, 위치와 규모 등에 더해 지진의 진도 정보를 시범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지진의 규모는 지진계에 기록된 지진파의 진폭을 이용해 계산한 절대적인 척도인 반면, 진도는 관측자의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척도다. 기상청은 현재 미국에서 활용하는 수정 메르칼리 진도계급(MMI scale·Modified Mercalli Intensity scale)에 따라 진도를 관측하다.
이미선 기상청 지진화산센터장은 "현재 진도 정보는 외국의 기준을 활용해서 발표한다"며 "진도를 보정하는 데 토양 정보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만큼 이번 시추 결과가 향후 진도 서비스 개선에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