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조직을 무겁게 처벌하기 위해 적용해 온 `범죄단체 조직죄`를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에게 물어 징역 20년의 높은 형량을 확정한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30일 범죄단체 조직 및 활동, 특경법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보이스피싱 조직 박모(46)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범죄수익 19억5천만원에 대한 추징명령도 그대로 유지됐다.
재판부는 "사기범죄를 목적으로 구성된 계속적인 결합체로서 총책을 중심으로 내부의 위계질서가 유지되고 조직원의 역할분담이 이뤄지는 최소한의 통솔체계를 갖춘 범죄단체에 해당한다는 원심의 판단에는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부중개업을 하던 박씨는 2013년 사업이 어려워지자 인천에 사무실을 마련한 후 전화 대출 사기를 벌일 77명의 조직원을 모집해 범죄단체를 꾸린 혐의로 기소됐다.
박씨는 조직원에게 대포폰(차명 전화기)과 노트북을 개별지급하고, 범행방법을 정리한 매뉴얼을 통해 1∼2주간 사전 교육을 하는 등 치밀하게 범죄를 준비했다. 본부조직과 콜센터, 현금인출팀으로 조직을 나눠 대출 사기가 체계적으로 이뤄지도록 하고, 검거에 대비해 이익금의 30를 변호사 비용으로 예치해 놓기도 했다.
박씨 조직은 2014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1년 3개월 동안 "신용등급을 올려 저리로 대출해주겠다"고 속여 신용관리비 명목으로 피해자 3천37명에게서 1인당 100만∼300만 원을 받아 총 53억9천만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1, 2심은 "이 사건 조직은 중소기업과 유사할 정도로 체계가 잡힌 범죄단체이고 피고인들은 조직적·체계적으로 역할을 분담해 범행했다"며 범죄단체조직 혐의 등을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박씨가 범죄단체 조직이 아니라며 상고했지만, 대법원도 하급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한편 대법원은 함께 기소된 조직원 최모(33)씨 등 36명에게 각각 징역 1년∼20년을 확정했다. 나머지 조직원 43명은 1, 2심에서 징역 10개월∼6년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