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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부 이야기⑬] 땜빵 CEO의 펀 경영 시즌2…황주영 여행박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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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3일' 일본 밤도깨비 여행의 창시자이자 직원들의 성형수술 비용까지 지원하는 복지 천국, 팀장부터 CEO까지 직원 투표로 뽑는 민주주의 실험장. 여행박사를 유명하게 만든 신바람 경영의 사례들 이다. 그리고 운명의 2013년10월, 회사를 뒤 흔든 충격적 사건. 이 사건으로 갑자기 CEO가 된 황주영 대표는 자신을 땜빵 CEO라고 부르며 이전과 같은 듯 다른 '펀(FUN) 경영 시즌2'를 이끌고 있다.

◇ 상식 파괴 괴짜여행사의 등장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 부산에서 일하던 젊은 여행사 직원 4명이 단돈 250만원 들고 여행박사를 창업했다. 이들은 당시 업계의 관행과 정반대로 가는 역발상 전략을 구사한다. 패키지 아닌 자유여행, 신문광고 아닌 온라인 전용 여행상품을 내놓은 것이다.

"젊은 친구들이 많이 하는 배낭여행, 특히 일본 배낭여행을 주요 상품으로, 신문 보다 온라인 광고를 했지요. 그래서 저희들에겐 경쟁사가 없었어요. 여행업계의 블루오션 이라고나 할까요"

값 비싼 신문광고를 온라인으로 대체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고, 대형사의 패키지 관광과 완전히 다른 개인 맞춤형 상품으로 시장을 차별화했다. 여기에, 불금의 모태가 될 법한 1박3일 일본 밤도깨비 여행 등 톡톡 튀는 아이디어들로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며 '상식 파괴 괴짜 여행사'로 화려하게 등장했다.

창업 7년만에 매출 150억원을 넘기며 기염을 토하던 여행박사는 당시 코스닥 열풍에 휩쓸려 우회 상장했다가 8개월 만에 완전히 망했다.

"여행사의 급여 수준이 높다고 할 수 없어요. 직원들에게 보상을 해 줄 방법을 찾다가 상장하기로 했어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우회상장한 것이 화근이었어요. 모기업 트라이콤에 문제가 터지면서 우리도 상장폐지 되고 법정관리도 1년 넘게 겪었어요."

부도덕한 모기업에 완전히 털린 여행박사, 전액 자본잠식으로 파산하고 200여명 직원 가운데 절반이 회사를 떠났다. 그런데 남은 100여명이 개인 돈을 털어 23억5,000만원을 만들었다. 여행박사는 2011년 재창업을 선언하며 기적 처럼 일어선다.

"제 자리가 없어질 수는 있지만 여행박사는 그때도 지금도 그렇게 쉽게 없어질 것 같지 않았어요. 당시 200여명 중에 100명이 남아 재창업 했고 그들 중 90% 이상이 지금까지 남아 있어요"

◇ '괴짜' 창업주를 이은 '돌다리' CEO

직원들의 힘으로 재기에 성공한 신창연 창업주는 직원행복 경영을 더욱 강화한다. 성형수술비 50% 지원, 마라톤 기록 1분 단축할 때 마다 100만원 지급, 대선 투표하면 50만원 쏘기 등 기발한 복지제도가 쏟아진다. 급기야 팀장부터 임원, CEO까지 직원들의 투표로 뽑는 직선제가 전면 시행된다.

"직원들이 신 창업주에게 팀장에 대한 불만을 말 하니까 '그렇다면 직원들이 직접 뽑아라' 했던 것이죠. 신 창업주의 경우 득표율이 보통 90% 이상 나왔는데 어느 날 본인의 득표율이 80% 미달하면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어요."

그리고 2013년10월 전직원이 참여한 투표에서 신창연 창업주는 단 1표 차이로 80% 득표에 실패한다. 난데없는 결과 였지만 신 전 대표는 바로 짐을 싸서 떠났다. 충격에 빠진 회사, 결국 득표율 차점자인 공동 창업자 황주영 부산지사장이 서울로 호출된다.

"갑자기 창업주가 물러나 대안이 없는 상황 이었어요. 임원 중에 누가 득표율이 높나 봤더니 제가 조금 높았나 봐요. 그래서 제가 CEO가 됐어요. '땜빵' 이라고 해야 하나요. 많이 당황스러웠어요."

달변에 기행, 가공할 추진력의 카리스마형 창업주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만년 2인자 관리형 CEO. 신중한 '돌다리형' 새 대표는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겉 멋을 걷어내고 내실을 선택했다. 가장 먼저 '문제의 승진 투표제'를 유보하기로 했다. 직원들도 반대하지 않았다.

"직원들 사이에 투표 후유증이 컸어요. 여기저기 웅성웅성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요. 예전에는 신 창업주가 컨트롤타워가 돼서 중심을 잡을 수 있었지만 저는 역부족이지 않을까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제가 어느 정도 자리잡을 때까지 투표 하지 말자고 했는데 의외로 직원들 반발은 없었어요. 직원들도 저와 똑 같은 생각을 한 것 같아요."

팀장 투표제를 유보하는 대신 상향평가 비중을 높여 간부의 전횡을 차단했다. 역차별 논란이 있었던 성형비용 지원 등 각종 복지제도도 형평성과 보편성이라는 기준에 맞춰 다듬었다. 일주일에 나흘 일하는 주 4일 근무제를 전격 시행했지만 2달간 시험 운영한 결과 고객 불편이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오자 '한 달에 한 주만 4일제'로 축소하는 절충안을 선택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창업 당시부터 이어오던 비즈니스모델에 변화를 시도했다. 여행박사가 선을 그었던 패키지 여행에 뒤늦게 진출한 것이다.

"인터넷과 모바일 시대, 이제 고객들이 직접 다 예약할 수 있어서 여행사의 역할이 줄어드는 추세에요. 그나마 여행사 역할이 가장 큰 것이 패키지 에요. 그래서 우리도 패키지 시장에 뛰어들기로 했어요. 과연 가능할까 다른 사람들도, 저도 의문 이었는데..."



◇ 회사를 위해 일하지 마세요

의구심 속에 시작한 패키지 여행상품은 2년여의 고전 끝에 올해 폭발했다. 사상 최대 출국자 기록을 연일 갈아치우는 여행업의 초호황 사이클을 탄 것이다. 평생 한번 올까말까 하는 최장기 추석연휴가 있었던 지난 10월, 여행박사는 창립 17년만에 최대 실적을 냈다.

"여행업이 호황이다 보니 사람이 없어서 직원을 못 뽑을 정도예요. 요즘 여행사 대표 할 만 합니다. 올해 저희는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리고 있어요."

직원 수는 1년6개월 만에 250여명에서 350여명으로 40% 늘었고 매출은 지난해 293억원에서 올해 350억원 이상이 예상된다. 여행사 매출은 호텔비와 항공료 등을 지불하고 순수하게 남은 영업수익 개념이어서 올해 예상매출 350억원은 제조업 기준 보면 약 10배인 3,500여억원에 해당한다. 지난해 소폭 적자였던 영업이익도 8월까지 35억원 흑자로 확실하게 돌아섰다.

자칭 '땜빵 CEO' 황주영의 여행박사는 요란하지 않게, 소리 없이 강해지고 있다.

하지만 여행이 보편화 되는 만큼 여행사에 대한 의존이 줄어드는 거스를 수 없는 파고가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낭만적 복지제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하다. 대주주 교체에 따른 불확실성도 제기된다. (여행박사의 주식은 옐로모바일이 100%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매각 협상이 막바지에 와 있다.)

"대주주와 미팅을 해 보면 여행박사의 기업문화와 철학이 강제로 바뀌면 당장 매출에 문제가 생긴다고 보는 것 같아요. 대주주가 바뀌더라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겁니다. 직원행복을 위한 복지제도를 시행하지 않으면 왠지 여행박사가 무너질 것 같은 강박이 생길 정도에요."

"저는 직원들이 회사를 위해 일을 열심히 한다는 말을 제일 싫어해요. 회사를 위해 절대 일하면 안돼요. 직원 본인을 위해 일 해야지요. 출장도 많이 다니고 회사를 활용하고 이용해서 개인을 성장시키는 발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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