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오늘 톡톡CEO 시간에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과 관련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산업부 신인규 기자 나와있습니다. 지난 13일에 권 부회장 스스로 경영에서 물러난다고 밝힌 이후 그 반향이 적지 않죠?
<기자>
그렇습니다. 권오현 부회장이 현재 삼성전자에서 갖고 있는 그 위치나 상징성도 그렇고요. 시점도 그랬습니다. 외신에서 권오현 부회장을 설명할때 de Facto chief of Samsung이라고 합니다. de facto chief라고 하면 사실상의 수장이다, 총수다 라는 얘기인데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와병과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 속에서 권 부회장이 사실상 삼성전자의 얼굴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이 국내외의 평가였습니다. 보통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의 거취, 사퇴와 같은 경제 뉴스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일은 흔치 않은데 권 부회장의 사퇴 소식이 네이버 등 주요 포털의 실시간 검색 1위를 하기도 했고요. 실적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 날, 그것도 최고 실적의 주 요인인 반도체 부문의 수장이자 실질적인 최고경영자 역할을 맡은 권 부회장이 물러나기로 한 결정이 드라마틱한 효과로 작용하면서 삼성 안팎을 뒤흔든 것은 분명합니다.
주가로만 봐도 권 부회장 사퇴가 일으킨 파장이 큽니다.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이 좋을 것이다, 이런 기대감에 실적 발표일인 13일 전까지 엄청난 상승세를 보여왔죠. 20영업일 정도면 약 한달인데, 삼성전자는 실적발표 직전 25영업일 동안 주가 흐름이 4영업일 상승, 1영업일 소폭 하락, 다시 4영업일 연속 상승. 이런 흐름을 반복해왔습니다. 한주에 하루 빼고 주가 상승 지속하는 흐름을 지난 8월말부터 한 달 넘게 보여왔는데 실적발표일이자 권 부회장이 사퇴를 밝힌 13일부터 이 흐름이 깨졌습니다.
3분기 실적도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은 데다가 실적발표 이후 4분기도 사상 최대 실적 경신이 예상되는 가운데도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건 권 부회장이 사퇴하면서 밝힌 '삼성전자 내부 위기론'이 시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앵커>권 부회장의 삼성전자 내부 위기론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는 건데, 권 부회장은 사퇴의 뜻을 밝히면서 "다행히 최고의 실적을 내고 있지만 이는 과거에 이뤄진 결단과 투자의 결실일 뿐, 미래의 흐름을 읽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죠?
<기자>
네. 과거 이건희 회장은 신경영 선언 등으로 회사를 안주하지 않는 조직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고, 그 이후에도 지속적인 위기론을 주창하면서 오너의 리더십을 보여왔었죠? 많은 논문이나 내외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삼성전자를 지금의 삼성전자로 만든 것은 오너십을 통한 강력한 투자와 빠른 의사결정구조, 그리고 신상필벌 등 철저한 관리와 의사결정 시스템에 있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그런데 권 부회장이 보기에 현재 삼성전자는 삼성전자만의 강점을 찾기 어려워진 겁니다. 실제 삼성전자는 현재 오너십 부재 상황 등이 맞물리면서 대규모 인수합병 건의 발표나 신사업 진출 등이 크게 약해졌고, 사장단 인사 등 조직개편도 총수 구속 이후 거의 3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이러한 상황이 더 오래 가면 앞으로 삼성전자가 1,2년은 몰라도 5년 뒤, 1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 이같은 용단을 내렸다는 것이고, 삼성전자는 총수가 없어도 실적이 좋으니 전문경영인 체제가 더 나은 것 아니냐는 일부의 시각에 대한 정면 반박을 권 부회장 본인의 사퇴라는 방식으로 내놓은 것이라는 해석입니다.
<앵커>그러면 권 부회장의 사퇴 이후, 삼성은 어떻게 변할 것으로 관측됩니까? 가장 당면한 과제인 조직 개편론과 대규모 인사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이는데요.
<기자>
우선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의 전격적인 용퇴 결정으로 삼성에 대대적인 인사가 예고되고 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 측 인사들로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우선 권오현 부회장이 맡던 부품부문장 후임 인사는 이르면 이번주에 단행될 예정입니다. 삼성전자 안팎에선 김기남 반도체총괄사장과 전영현 삼성SDI 사장이 물망에 오릅니다.
권 부회장이 겸직해 온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에는 이동훈 OLED사업부장 부사장이 앞서있다는 평가 속에 김성철 연구소장 부사장도 거론됩니다. 본격적인 사장단 인사는 이달 말 열리는 이사회 이후 단행될 가능성이 점쳐집니다. 삼성 안팎에선 50대가 경영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2008년 삼성 특검 사태로 단행한 2009년 쇄신인사에서 사장급의 나이 기준은 만 60세였습니다. 이럴 경우 60대인 윤부근, 신종균 사장의 거취에도 변화가 주목됩니다. 권 부회장의 사퇴의 변으로 남긴 "후배 경영진이 나서 비상한 각오로 경영을 쇄신해 새 출발 할 때"라는 말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어 보이는데요. 차세대로는 김현석 사장과 고동진 사장이 유력하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이런 가운데 전 미래전략실 고위임원들이 최근 속속 복귀하면서, 이들의 중용설도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김용관 삼성전자 부사장과 권영노 삼성물산 부사장이 지난 주 삼성전자와 삼성SDI로 복귀했고, 미전실 인사팀장이었던 정현호 사장도 곧 복귀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 사장은 이재용 부회장의 신임이 각별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번 인사가 이 부회장의 경영색채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인사가 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총수 부재라는 위기 상황 속에서 권 부회장이 어떻게 보면 가장 드라마틱하게 삼성과 한국 경제에 큰 메세지를 던지고 떠나는 모습인데. 현재 권 부회장 동향은 어떻습니까.
<기자>
권 부회장은 자진사퇴 의사를 밝힌 이후 주말 중에 기흥 사업장에 출근해서 업무 정리를 한 것으로 알려졌고요, 16일부터 미국 출장길에 올랐습니다. 열흘 간의 출장입니다. 이번 출장이 권 부회장의 마지막 출장이자 마지막 공식 업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후임을 찾기 전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는 성격이라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인데, 이 일정을 소화하느라 매년 참석해왔던 한국전자전에는 불참했습니다. 권 부회장은 출장 중에 실리콘밸리의 삼성전자 미주 총괄 사옥을 방문합니다. 실질적인 총수 역할을 해온 권 부회장의 사퇴로 해외에서 일어날 수 있는 혼란을 수습하기 위한 현장경영 성격으로 풀이되는데, 현지 법인 임직원들과 미국 내 각계 IT 인사들에게 사퇴 배경을 설명하고, 권 부회장 이후 삼성전자의 방향성을 알리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