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8살 초등생 유괴·살해 사건의 선고 공판이 열린 인천지법 413호 법정.
연녹색 긴 팔 수의에 검은색과 흰색이 섞인 뿔테 안경을 쓴 주범 A(16)양이 공범 B(18)양의 뒤를 따라 법정에 천천히 들어섰다.
똑같은 수의에 긴 머리를 높게 올려묶은 B양은 A양을 단 한 차례도 돌아보지 않았다. 바로 뒤에 선 A양 역시 곧게 서서 재판석만 똑바로 응시했다.
인천지법 형사 15부(허준서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부터 40분가량 선고 공판을 진행했다.
단발머리를 귀 뒤로 넘긴 채 시종일관 무덤덤한 표정을 보이던 A양은 재판부가 그의 `심신 미약` 주장에 대해 반박하자 한 손으로 다른 손을 초조하게 문질렀다.
재판장이 "피고인 A양은 다중 인격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기분에 따른 대처 방법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자 깍지 낀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간혹 불안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반면 B양은 판결 내내 두 손을 마주 잡은 채로 곧게 서서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재판장이 양형 이유를 말하기 시작하자 눈을 잠깐 지그시 감았다가 뜰 뿐 별다른 감정 변화는 드러내지 않았다.
새 학기를 맞은 피해자가 참혹하게 삶을 마감했다며 운을 뗀 재판장은 "피해자를 다시 못 본다는 애통함, 죄책감, 가해자에 대한 극심한 분노에서 고통받을 유족의 심정은 짐작하기 어렵다"고 말을 이었다.
이어 "이 일련의 상황에서 피고에게 인간의 생명에 대해 최소한의 존중이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며 "소년에게서 볼 수 있는 경험 부족이나 단순 탈선 등을 압도적으로 뛰어넘는 치밀하고 잔혹한 계획범죄"라고 덧붙였다.
양형 이유를 듣던 방청객 몇몇은 조용하게 휴지로 눈가를 찍어냈다. 곳곳에선 훌쩍거리는 소리도 들렸다.
반면 A양과 B양은 마지막으로 형량을 선고할 때조차 시종일관 무덤덤했다.
A양은 차렷 자세로, B양은 두 손을 모아 잡은 채로 주문 내용을 들었다.
법정을 나서는 순간까지도 표정 변화는 없었다.
이날 재판이 시작되기 전인 오후 1시께부터 선고를 직접 방청하려는 방청객 수십 명이 법정 앞에 몰렸다.
일부 방청객들은 이날 A양과 B양에게 징역 20년과 무기징역이 각각 선고되자 낮은 탄식을 뱉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