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아직 우리는 과거사 문제들이 완전하게 해결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를 접견한 자리에서 "독일은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반성으로 과거 문제를 이해하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슈뢰더 전 총리의 자서전 `게르하르트 슈뢰더 자서전 : 문명국가로의 귀환`의 한국어판 출간을 축하하면서 "총리께서 경험하신 분단과 역사 문제, 탈원전 문제 등이 우리 새 정부의 정책에서도 매우 참고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독일이 다양한 경제지원을 제공해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데 도움을 줬을뿐만 아니라 독일 의회가 김대중 전 대통령 구명운동을 전개했듯 한국의 민주화에도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어제 총리께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분들이 계신 나눔의 집을 방문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로해 주시고 과거사 문제를 돌아보셨다고 들었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사에 대한 독일의 진정한 사죄와 주변국과의 화해·협력 추진 사례가 동북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밝혔다.
이에 슈뢰더 전 총리는 "나눔의 집에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만나 일본이 저지른 만행이 이 할머니들께 남긴 상처를 봤다"며 "그분들과 만나 많은 감동을 받았다"고 답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일본이 아직 사과하지 않은 부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며 "할머니들은 `우리는 증오도 없고 복수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다만, 역사에 있었던 일을 일본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것이 전부`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전했다.
이어 "후세대가 과거의 역사적인 일에 책임을 통감하고 반성하는 것은 당연하며 과거를 직시하는 것이 관련국 간 진정한 협력관계 발전에 기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슈뢰더 전 총리는 또 "두 번째로 제가 감동한 것은 영화 택시운전사 관람이었다"며 "청년들이, 젊은 사람들이 용기를 내서 죽음을 무릅쓰고 민주주의를 쟁취해내는 모습을 보고 감동했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위험을 무릅쓰고 광주의 진실을 알린 힌츠페터 기자의 노력이 광주를 계승하게 된 큰 힘이라고 생각한다"며 "광주민주화운동은 최근 한국의 민주주의가 무너졌을 때 이를 다시 일으킨 촛불혁명의 원천이 됐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슈뢰더 전 총리의 자서전에 언급된 `포괄적 사회노동개혁`을 놓고도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이 슈뢰더 전 총리의 `포괄적 사회노동개혁`을 업적으로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라고 하자 슈뢰더 전 총리는 "문재인 정부가 노사정위원회 등을 통한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려는 시도는 옳은 일"이라고 말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이를 추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지만 문 대통령이 사회적 대타협을 추진하는 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며 "개혁의 결과는 몇 년 후에 생기겠지만 그 결단은 지금 해야 한다는 게 내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 소득주도 성장 등 기존의 경제기조 전환에 불안을 느끼는 국민도 있지만 소통과 설득으로 그런 불안을 해소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 개혁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을 국민에게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본격적인 환담에 앞서 슈뢰더 전 총리는 문 대통령에게 자신의 자서전을 선물하고 기념촬영을 했다.
이어 "문 대통령께서 커피를 좋아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하시다 커피 생각이 날 때 최고의 커피 맛을 보시라고 커피 가는 기계를 가지고 왔다"며 문 대통령에게 커피 그라인더를 선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