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한중국제영화제에 오는 `<무간도> 보스` 쩡즈웨이(曾志偉)는 `홍콩 영화계의 전설` 샤오이푸(邵逸夫)와 어떤 인연이 있을까? 쩡즈웨이(曾志偉)가 영화배우로 공식 데뷔한 <십사여영호(十四女英豪), 1972>는 샤오이푸(邵逸夫)가 운영하던 쇼브라더스 작품였다. 그가 세운 방송사 TVB에서 쩡즈웨이(曾志偉)는 한국의 유재석 만큼이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쇼브라더스와 TVB의 설립자 "샤오이푸의 삶은 그가 만든 어느 영화나 드라마보다 더 극적였다.(시나칼럼)"
제1회 한중국제영화제가 약 보름 후인 9월 16일(토) 한양대 올림픽체육관에서 열린다. 이번 영화제에는 쩡즈웨이(曾志偉), 우진위(吳鎭宇)등 홍콩의 큰 별들이 온다. 이들은 한국영화 중흥기 이전인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아시아 영화의 도도한 흐름을 일궈낸 무협영화와 홍콩 누아르(Hong Kong Noir)라 이름 붙여진 갱스터 무비의 주인공들이다. 이 시기에 제작된 영화 대부분을 한 영화사가 만들었다.
쇼브라더스는 영화사에 쿵푸영화라는 장르를 처음 만들어 냈다. 쇼브라더스가 제작한 장철감독의 <오독(五毒), 1978>
바로 <쇼브라더스 (Shaw Brothers)>다. 미국에 ‘워너 형제(Warner Brothers)’가 있었다면 아시아에는 ‘소 씨 형제(邵氏 兄弟)’가 있던 셈이다.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들은 어린 시절 영화관 안에서 한번쯤 자막으로 본 이름일 것이다. 쇼브라더스는 1958년에 소 씨 3형제가 만들었다. 1960년대 한 때는 민간소유 영화 제작사 중 세계에서 가장 컸던 시절도 있다. 총 1천편이 넘는 중국어 영화를 만들었다. 2000년에 셀레스티리얼 픽처스에 ‘고전영화’ 760편에 대한 판권을 넘긴 후 2011년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우위썬(吳宇森, 오우삼)의 슬로우비디오로 나는 비둘기와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의 붉은 실루엣. 그 영상미학적 뿌리는 쇼브라더스에서 만난다.
쇼브라더스가 영화사에 세운 최대업적은 쿵푸 장르 영화를 탄생시켰다는 점이다. 이 영화들은 영웅적 비장미를 극대화시킨 ‘폭력적 미학’으로 <첩혈쌍웅(牒血雙雄: The Killer), 1989> 우위썬(吳宇森) 감독과 <킬빌(Kill Bill), 2003>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 감독에게 영향을 미쳤다. 우위썬의 ‘비둘기’나 타란티노의 ‘핏빛 실루엣’은 홍콩 쿵푸 영화에 대한 오마주로 볼 수 있다.
샤오이프는 홍콩정부로 부터 복지 기여 공로로 대자형훈장(大紫荊勳章,GBM)을, 영국정부로부터 문화 예술 발전 기여 공로로 대영제국최우수훈장(大英帝國最優秀勳章, MBE)을 받았다.
‘쇼’를 설립하고, 현재 아시아 최대 공중파 TV중 하나인 홍콩 TVB를 세운 이가 바로 샤오이푸(邵逸夫)다. 1967년 설립이래 TVB는 현재 자산가치가 수억 달러에 이르는 TV제국으로 성장했다. 샤오이푸(邵逸夫)는 1977년에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으로부터 작위를 받았다. 그래서 보통 영문 이름앞에 ‘서(Sir)’자를 붙여서 ‘서 런런쇼(Sir Run Run Shaw)’라 불린다. 그의 생몰년은 1907년부터 2014년까지로 무려 107년을 살았다.
홍콩 적십자사 행사에 다이애나 영국 황태자비와 함께 한 샤오이푸(右에서 두번째)
그는 유명한 자선사업가이기도 했다. 80년대 중반부터 홍콩과 중국 교육기관에 매년 1억 홍콩달러(한화 143억원)씩 총 8,500억원을 기부했다. 중화권 학교에 지어준 빌딩만 5,000동이 넘는다. 홍콩중문대학교(香港中文大學敎) ‘쇼 칼리지’를 비롯해서 중국 곳곳에 그의 이름이 붙은 건물이 있다. 2002년에 ‘동양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쇼 상’도 만들었다. 연간 1백만불씩 천문학, 생활과학, 의약 및 수리과학에 공헌한 연구자를 지원한다.
샤오이푸의 대표작중 하나로 꼽히는 <소림삼십육방(少林三十六房, The 36th Chamber Of Shaolin), 1978>
샤오이푸(邵逸夫)는 영화 프로듀서로서도 탁월한 업적을 남겼다. 영화 크레딧 357편에 이름을 올렸다. 제작자로 참여한 <소림삼십육방(少林三十六房, The 36th Chamber Of Shaolin), 1978>, <죽음의 다섯 손가락(天下第一拳, Five Fingers Of Death), 1972>, <의리의 사나이 외팔이(獨臂刀, One-Armed Swordsman), 1967>는 대표작으로 꼽힌다. <소림삼십육방>은 세계적으로 역대 쿵푸 영화 100선을 조사하면 심심찮게 1등을 하는 작품이다.
쇼브라더스에서 한국인 정창화 감독이 만든 <철인(鐵人), 1972>. 1973년 미국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미국 온라인 영상 데이터베이스 아이엠디비(IMdb)에는 ‘Cheol namja(철남자)’란 제목의 영화가 보인다. 1972년에 한국인 정창화 감독이 만든 <철인(鐵人)>이다. 이 작품은 1973년에 미국 워너 브라더스가 <죽음의 다섯 손가락 (Five Fingers Of Death)>이란 타이틀로 수입 배급해서 미국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불모래를 연달아 찌르는 ‘철사장(鐵沙掌)’수련법과 결정적 순간에 붉게 달궈지는 주먹은 세간의 화제였다. 2009년에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선정한 고전 액션영화 20선(Quentin Tarantino`s Top 20 Grindhouse Classics)중 6위로 꼽히기도 했다. 한국 정창화 감독을 홍콩 ‘쇼’로 데려간 이가 바로 샤오이푸(邵逸夫)다.
SF영화의 고전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 1982>. 샤오이푸가 프로듀서를 맡았다.
샤오이푸(邵逸夫)가 프로듀서로 참여한 SF영화의 레전드도 있다. 리들리 스콧(Ridley Scott) 감독이 연출하고 해리슨 포드(Harrison Ford)가 주연을 맡은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 1982>다. 이 작품이 지닌 철학적 깊이와 동서양 이미지가 융합된 미학적 완성도를 능가하는 작품은 드물다.
2017 세계미스중국선발대회에서 사회를 보는 쩡즈웨이. 중화권 최고 미인을 뽑는 이 대회는 샤오이푸가 애정을 가지고 만든 대회였고 TVB의 간판 프로그램이 되었다.
샤오이푸(邵逸夫)가 세운 TVB에서 쩡즈웨이(曾志偉)는 프로그램 진행자로도 유명하다. 매년 열리는 <세계 미스중국 선발대회(國際中華小姐競選, Miss Chinese International Pageant)>사회는 누구나 탐내는 자리지만 그는 이 프로그램의 `부동의 MC`다. 한중국제영화제에 오는 또 한 명의 스타 우진위(吳鎭宇) 역시 가장 닮고 싶은 어른으로 `서(Sir) 런런쇼`를 꼽은 바 있다. (사진=아이엠디비(IMdb), 유튜브, 시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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