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울, 세상을 열다>는 유튜브 동영상 <Inner worlds, Outer worlds>와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 관무견 김상국(右)과 스승 고 한울 김준원(左) 최근 네이버의 ‘조용한’ MCN 사업 진출 선언 이후 ‘듣보잡(never ever seen)’으로 압축되는 신규 콘텐츠 발굴이 업계에서 다시 한번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티비텐플러스(TV10 plus)가 이런 연장선상에서 기획한 시리즈가 <전도련TV>다. <전도련>은 ‘전국도사연합’의 줄임말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단체다. 팍팍한 일상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을 즐겁고 꿋꿋하게 개척해 가는 이들을 이 시대의 ‘도사’로 재조명 해보자는 의도로 기획된 콘텐츠다. 그런 의미에서 ‘1호 도사’로 ‘암벽등반 도사’ 기아 자동차 최병관 딜러를 주목한 바 있다. 등반 기술보다 그가 산을 찾아 자연과 동화되고 그 안에서 생명의 참 모습을 발견해 나가는 과정을 담고자 했다.
감독이나 연출자들이 기획단계에서 자주 찾아보는 것이 책이다. 원작이 있는 작품은 영상화가 순수 자체창작보다 훨씬 용이해서다. <전도련TV>에서도 영성 콘텐츠 발굴을 위한 원작 검토를 많이 했으나 늘 걸리는 것이 ‘사이비’나 ‘비과학’ 논쟁였다. 그래서 책에서 주장하는 논리구조나 장기간에 걸친 검증 사례, 저자의 진실성, 과도한 종교적 성향 여부 등을 잘 살필 필요가 있었다. 여러 가능성과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전도련TV>가 주목하게 된 책이 <한울, 세상을 열다>다. 최근에 2권이 나왔다. 이 책은 제자(관무견 김상국)가 돌아가신 스승(한울 김준원)의 생전 가르침을 정리한 책이다.
하지만 콘텐츠 기획조사의 중심은 책보다도 역시 유튜브였다. 유튜브에는 국내외에서 만든 다양한 정신수련이나 호흡법, 명상 관련 영성 콘텐츠가 의외로 많이 보인다. 일종의 신비주의로 분류할 수 있는 콘텐츠들로 과학적 이성주의나 감성 중심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와는 구분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들 콘텐츠의 클릭수는 의외로 높다. 유튜브에서 ‘명상’을 검색해 보면 대표적으로 보이는 채널이 <채환 귓전명상>이다. 업로드된 동영상 수만 844개다. 이중 ‘전 세계 1%만 아는 명상’은 조회수 28만을 돌파했다. 검색어 ‘도인’으로 찾아보면 <인본문화 무극도학>시리즈는 1,471강, <정법강의>시리즈는 무려 5,564강이 올라와 있다. 작게는 수백에서 많게는 2만이 넘는 조회수를 보이고 있다. 이쯤되면 영성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미신이나 비과학적 내용을 금하고 있는 방송심의규정을 가볍게 넘어서 시장수요가 확실히 있다고 볼 수 있다.
여전히 영성 콘텐츠에 대한 무조건적인 수용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이들이 유튜브 채널 <영산당 선원>과 <우보거사>다. 이들은 현실과 멀리 동떨어진 황당한 이야기는 “믿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티비텐플러스가 유튜브 영성 콘텐츠 자료조사 과정에서 가장 객관적 관점을 유지하려 애쓰는 것으로 본 BJ는 <영산당 선원>였다. 직접 만나 취재해 본 결과 놀랍게도 그는 IT전문가 출신였다. 일본계 전자회사에서 IT관련 일을 하면서도 틈틈히 영성 수련을 하다가 작년에 전업으로 전환했다고 했다. 그는 <조선무속고(朝鮮巫俗考)>라는 책을 추천했다. “무당에 대해 민속학적으로 처음 연구하신 분이 이능화 선생”이라며 일독을 권했다. 그는 “화려함에 눈을 두지 말고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잘 들어 보라”고 했다. “현실에 바탕하여 자기 인생의 주인 되는 공부를 해야 한다”고도 했다.
유튜브 해외 영성 콘텐츠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세계 각성 이니셔티브(Awaken the world Initiative)>에서 제공하는 <이너 월즈, 아우터 월즈(Inner World, Outer Worlds)>다. 우리말로 하면 <내면세계, 외부세계>정도 된다.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다큐멘터리 4부작인 이 작품은 캐나다 국제 영화제 우수상(Award of Excellence), 로스앤젤레스 DIY 영화제 다큐멘터리 부문 대상을 받은 역작이다. 캐나다 영화 제작자이자 작곡가, 명상 교사인 다니엘 슈미트(Daniel Schmidt)가 2012년에 무료로 공개했다.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독일어, 힌두어로 나레이션이 녹음되었고, 한글을 비롯한 17 개 언어로 자막 서비스가 되고 있다.
이 작품이 전 세계로부터 인정받는 이유는 한 마디로 ‘선수들이 만들어서’다. 4부 끝에 나오는 크레딧을 분석해보면 단순히 영성 수련자들 뿐 아니라 천문학자, 현대 물리학자와 같은 과학자 그룹과 전문적인 대중문화 아티스트들이 대거 동참했음을 알 수 있다. 작업에 참여한 상당 수 아티스트들은 미국 아마존(Amazon)이 소유한 온라인 영상전문 데이터베이스 아이엠디비(IMdb)에 등록되어 있는 이들이다. 아이엠디비에는 전 세계 영화, TV, 비디오 게임 종사자 8백만명과 4천4백만 작품이 등록되어 있어서 ‘사기꾼’, ‘아마추어’, ‘선수’를 구분해 내는데 유용하다.
영성 콘텐츠를 동영상으로 만드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 시각효과다. 보이지 않는 무형의 세계를 눈으로 보여주려면 컴퓨터 그래픽은 필수다. 그래서 실사 영화보다도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 경험자들이 많이 참여했다. 나레이션을 맡은 패트릭 스위니(Patrick Sweeny), 프랙탈 프레임과 보정 작업을 맡은 족 쿠퍼(Jock Cooper) 같은 이들이다. 알렉산더 로터바서(Alexander Lauterwasser)는 진동음향 시각효과와 물소리 이미지에 경험이 많은 이였다. 음악도 자체적으로 작곡과 녹음을 했다. 약 20 여명에 달하는 명상음악 작곡가들과 연주가들이 참여했다.
이 작품이 주관성에 치우칠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객관적으로 인정을 받은데는 역사적 실증 자료와 과학적 논거가 뒷받침 되어서다. NASA(미 항공우주국), ESA(유럽 항공우주국), CERN(유럽 원자핵공동연구소), 막스 플랑크 연구소에서 제공한 거시우주와 미시 원자세계에 대한 사진과 이미지는 영성 콘텐츠에서 우려되던 ‘사이비’와 ‘비과학’에 대한 막연한 선입견을 말끔히 씻어냈다.
4부작 다큐멘터리 <Inner worlds, Outer worlds>를 제작한 다니엘 슈미트(左)와 에바 다메토(右)
영성 전문가로 참여한 그룹은 <가스 샘과 우주형제단(Garth Sam & Universal Brotherhood)>이다. 이들은 비정치적, 비종교적 모토로 ‘진화를 추구하는’ 모든 이를 환영하며 국경을 초월한 ‘글로벌 부족’을 지향한다. 감독이 특별히 감사함을 표한 에바 다메토(Eva Dametto)는 캐나다 온타리오 소나무 숲에서 명상과 요가 센터(Breathe True Yoga, www.breathetrue.com)를 운영하는 영성개발 전문가다. 다니엘 슈미트 감독의 아내이기도 하다.
유튜브에서 이 작품은 제1부 아카샤[Akasha; 공(空)]가 302만, 제2부 나선형(Spiral)이 134만, 제3부 뱀과 연꽃(The Serpent and the Lotus)이 89만, 제4부 생각을 넘어(Beyond thinking)가 42만 해서 총 조회수 617만을 돌파했다. ‘개에게 배우기’라는 다소 우스꽝스런 이름을 가진 <러닝 프럼 도그스 닷컴(<a href="https://learningfromdogs.com/tag/daniel-schmidt/">https://learningfromdogs.com/tag/daniel-schmidt/)>은 다니엘 슈미트 특집기사에서 이 4부작에 대한 요약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제1부> 아카샤(Akasha)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無)` 혹은 `공(空)`이라 불리는 것들로 우주의 진공을 가득 메우고 있다. 아인슈타인이 깨달은 것처럼 빈 공간은 실제로 비어 있지 않다. 그들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 본 성도들과 현자들 그리고 요가 수행자들은 이 공(空)안에 헤아릴 수 없는 힘이 숨어 있고, 이 공(空)이 우주 만물을 연결하는 정보 네트워크 혹은 에너지의 망(網)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것을 <한울, 세상을 열다>에서는 이렇게 적고 있다. 이 책에서는 아카샤를 ‘영(O)’으로 표현하고 있다.
영(O)은 우주의 근원이요 본질이며, 우주만물의 기본 구성 소(素)로서 모든 것의 시원(始原)이며, 모든 가능성과 힘과 정보를 가진 우주적 실체이다. 또 이런 대목도 보인다. 이 우주를 운행하는 것은 파(波, wave)입니다. 파에는 1cm 이내에 몇 만번 진동하는 것도 있고, 하나의 진동이 몇 광년인 파도 있습니다. 이 파를 부처님은 바라밀(波羅蜜)로 보았습니다. 즉, 새그물처럼 짜인 파동에 의해 이 우주가 운행된다고 본 것입니다.
‘개에게 배우기’에 의하면 제2부 `나선형`에 대해 <이너 월즈, 아우터 월즈>는 이렇게 요약된다.
<제2부> 피타고라스 학파 철학자인 플라톤(Plato)은 우주의 모든 신비를 통합한 ‘황금 열쇠’가 있다는 것을 수수께끼처럼 암시했다. 황금 열쇠는 원시 옴(OM)의 근원이고 로고스의 지성이다. 하나님의 마음 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신성한 대칭의 근원은 우리 존재의 가장 큰 신비다.
플라톤이 ‘황금 열쇠’라 표현한 이 나선형 역시 <한울, 세상을 열다>에서 언급된다.
태극 현상은 우주만물이 운행되는 거의 모든 현상에서 볼 수 있습니다. 성운(星雲)의 소용돌이에서도, 태풍이 돌아가는 모습에서도, 생명체의 유전자 구조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태극현상에는 두 가지의 운동이 들어 있습니다. 하나는 좌회전하는 운동이고, 다른 하나는 우회전 하는 운동입니다.
제3부 제목인 ‘뱀과 연꽃’은 나선 운동이 갖는 에너지가 어떻게 작용하고 활용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제3부> 나선 운동은 종종 뱀의 형상으로 표현되었고 하늘을 나는 새나 피어나는 연꽃은 이런 나선 에너지의 상향 흐름이나 초월을 상징했다. 고대의 전통은 인간이 외부세계에서 내부세계로, 총체적인 것에서 조밀한 것으로, 낮은 차크라에서 더 높은 차크라에 이르는 다리가 될 수 있다고 가르쳤다.
제4부 ‘생각을 너머’는 이렇게 요약하고 있다. <제4부> 삶과 자유, 행복을 추구 한다는 것. 우리는 마치 상품을 사듯이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 간다. 우리는 자신의 욕망과 갈망의 노예가 되었다. 행복은 추구하거나 저렴한 옷처럼 구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에 대해 <한울, 세상을 열다>는 이렇게 적고 있다.
우리 모두가 서로 이어져 있음을 자각하고, 진실로 서로 손잡을 수 있도록 노력을 해나가야 합니다. 나아가 우주만물과 이어나가야 합니다. 우주만물이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것, 그것을 발견 했을 때 비로소 여러분 속에 내재해 있는 ‘궁극의 자아’를 꽃피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아이엠디비에서 <이너월즈, 아우터 월즈>를 소개하는 짧은 코멘트는 다음과 같다.
우리의 내부와 외부 세계.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깨우려면 이 두 세계 전체를 깨워내야 합니다.
<전도련TV>는 책 <한울, 세상을 열다>와 유튜브 동영상 <이너월즈, 아우터 월즈>의 유사성에 주목하고, 앞으로 가능성 있는 제3의 영성 콘텐츠로 개발해 나갈 예정이다. 단, 이들의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거나 인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전도련TV>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티비텐플러스(TV10 plus) 앱을 다운로드받아 시청할 수 있다. (사진=김상국, 유튜브, 러닝 프럼 도그스 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