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폭우로 침수된 인천 주안 북부역 도로 / 연합뉴스)1시간 남짓 집중된 폭우로 인천 주안역 도로가 침수되는 등 인천시가 물에 잠겼다.
24일 수도권기상청과 인천시에 따르면 23일 인천 강수량은 남구 110.5mm, 남동구 110mm, 동구 110.5mm, 부평구 92mm, 중구 85.5mm 등을 기록했다.
이날 비는 오전 6시 15분부터 내리기 시작해 오전 8∼9시 집중적으로 쏟아졌다가 정오께 멈췄다.
기습폭우가 집중된 시간은 불과 1시간 남짓하지만 피해는 상상을 초월했다.
남동구·남구·부평구 등 원도심을 중심으로 반지하 주택과 상가 등 2천345채가 침수 피해를 봤다.
24일 오전 7시 현재까지만 해도 침수 피해 건물은 895채로 집계됐지만, 각 군·구가 집계한 피해 상황이 추가로 더해지면서 피해 규모는 급격히 늘었다.
지역별 피해접수는 부평구 655건, 남동구 652건, 남구 525건, 서구 439건 등의 순이다.
용도별로는 주택 피해가 1천930건으로 가장 많고 상가 141건, 공장 27건, 도로 18건 등이 뒤를 이었다.
전체 침수 가옥·상가 중 절반가량은 아직도 복구작업이 끝나지 않아 배수와 청소작업이
한창이다.
폭우가 몰아친 23일 남동구 간석역 주변 도로에서는 물이 제때 빠지지 않아 쓰레기통과 폐타이어가 둥둥 떠다닌 탓에 도로 기능이 마비될 정도였다.
침수 여파로 인천∼부평역 구간에서는 전동차 운행이 오전 9시 30분부터 약 27분간 중단됐고, 인천지하철 2호선 가재울역 인근에서는 반경 1m 크기의 땅 꺼짐 현상이 나타나 한때 차량 통행이 통제되기도 했다.
인천∼김포 고속도로 북항터널에서는 23일 일부 구간이 침수돼 이날 현재까지도 양방향 차량 통행이 통제되고 있다. 인천시는 복구작업이 완료되는 27일께나 차량 운행이 재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습폭우로 인해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A(96)씨는 남동구 구월동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치매를 앓고 거동이 불편했던 A씨는 80대 아내가 윗집에 도움을 요청하러 간 사이 들이닥친 빗물에 익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평구 청천동 서울지하철 7호선 공사장에서는 근로자 7명이 지하 현장에서 작업 중, 갑자기 차오른 물에 고립됐다가 약 1시간 만에 구조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인천시는 짧은 시간 폭우가 집중된 탓에 피해가 커진 것 같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정확한 침수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하수관로 용량 부족 때문에 침수 피해가 광범위하게 발생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침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려면 하수관로뿐 아니라 빗물 펌프장이나 저류지 시설 현황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인천시가 빗물 펌프장의 배수펌프 가동을 늦게 한 탓에 침수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상청은 23일 오전 8시 인천에 호우주의보를 발효하고 오전 9시 20분 호우경보로 대치했지만 소래, 구월, 삼산 1·2 펌프장 등 상당수 배수펌프는 이미 폭우가 상당 부분 쏟아진 오전 9시가 다 돼서야 가동을 시작했다.
인천시는 이번 비 피해가 자연재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불과 1시간 남짓 110mm의 비가 다시 내린다면 비슷한 물난리에 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나 다름없다.
인천시는 대구 인구를 추월한 지 오래됐다며 서울·부산에 이어 국내 3대 도시라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하지만, 재해 대응능력은 다른 소도시보다도 못하다는 비난이 확산하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배수펌프는 매뉴얼대로 가동했기 때문에 별문제가 없다"며 "하수관로 시설이나 저류지·유수지 현황을 점검해 부족한 부분이 있는지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