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 때 대한민국 성매매 1번지로 불렸던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588번지, 일명 `청량리 588`이 지난 3월 강제철거 절차에 들어갔는데요.
하지만 일부 성매매 업소들은 여전히 영업을 하고 있고 집장촌내 상인들도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이주를 거부하고 있어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이지효 기자가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기자>
`청량리 588`로 불리는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588번지 일대.
골목 어귀부터 ‘청소년 통행금지구역’이라는 경고문이 눈에 띕니다.
<기자 스탠딩>
"미아리, 천호동과 함께 서울의 대표적인 집창촌으로 꼽히던 일명 청량리 588입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 골목에 150곳 넘는 성매매 업소가 들어차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3월 강제 철거가 시작되면서 대부분의 업소가 문을 닫았습니다.
이 지역 주민들은 성매매 업소들이 사라지고 재개발 사업이 추진되는데 대해 대부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인터뷰> 허인숙 / 서울 동대문구
"여기가 청량리가 원래 발전이 안됐었는데 이렇게 한다니까 너무너무 좋아요. 깨끗해지고 우선은. 그리고 이제 많은 상가가 들어오면 발전도 좀 되고."
<인터뷰> 남궁호 / 서울 동대문구
"인식이 별로 안 좋았었는데. 청량리 역하면 성매매 골목... 그런데 지금은 좀 좋아질 것 같아요."
하지만 깨지거나 부서진 건물들 사이로 여전히 영업을 하고 있는 성매매업소가 눈에 띕니다.
수십 년간 이곳에서 터를 잡고 장사를 해 온 일반 상인들도 갈 곳이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인터뷰> 김한경 / 재개발구역 상가 세입자
"내가 여기서 한 40여 년 살았는데, 좀 아쉬워요. 주위 분들 아는 분들도 많고. 그래도 그렇게 오래 살았으면 고향 같은 덴데. 청량리가 그래도 이렇게 생겼어도 좀...나는 좋아."
수십 년간 얼굴을 맞대고 살아온 이 지역 주민들은 하루아침에 재개발추진위원회와 철거대책위원회로 나뉘어 서로 얼굴을 붉히고 있습니다.
<인터뷰> 재개발 추진위원회 관계자
“상가를 달라고 써 붙여 놓았더라고. 뜨내기로 들어와서 상가를 달라고 하면 여기서 평생을 이 골목에서 산 사람들은 아파트 한 채씩 줘야하는 거 아니야.”
<인터뷰> 박지선 / 철거대책위원회 관계자
“저 같은 경우도 13년 된 상가 세입자고 저희 시부모님도 43년 된 상가 세입자인데 강제집행 당했어요. 여기 조합원 자체가 여기서 포주했던 사람들이에요. 그 사람들이 저희한테 무슨 대화를 하겠어요. 매번 와서 주먹이나 휘두르고 빨리 나가라고 하고.”
재개발 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나타나는 주민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한국경제TV 이지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