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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예고된 패배 '슈틸리케호', 이대로라면 월드컵 못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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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타르를 상대로 만회골을 기록한 황희찬에게 타깃형 스트라이커 역할까지 기대하기는 힘들었다.(사진 = 대한축구협회)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결과였지만 그대로 받아들고 말았다. 상대가 아무리 최하위에 내려가 있는 팀이라고 하지만 2022년 월드컵 개최국으로서의 자존심이 있다는 것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카타르가 이번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나갈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전통적으로 서아시아 권역에서 꾸준히 실력을 쌓은 팀이라는 사실을 명심했어야 했다. 더 지독하게 준비한 팀이 이긴다는 축구장의 변함없는 진리가 또 한 번 입증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남자축구대표팀이 한국 시각으로 14일 오전 4시 도하에 있는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A조 카타르와의 어웨이경기에서 2-3 `펠레스코어`로 무너져 2위까지 받는 본선 직행 티켓을 자신할 수 없게 됐다. 남아 있는 두 경기 상대팀이 `1위 이란, 3위 우즈베키스탄`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패배는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지난 7일 아랍에미리트에서 치른 이라크와의 평가전에서 유효슛 기록 1개도 남기지 못하고 0-0 점수판을 받아들었을 때 직감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 평가전과는 달리 이번 실전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4-1-4-1 포메이션을 내걸고 변화를 줬다. 공격적 욕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카타르의 간판 골잡이 소리아가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지나치게 가볍게 본 것은 아닐까?

수비형 미드필더 한국영 1명을 두고 나머지 미드필더들을 매우 공격적으로 배치한 것이다. 하지만 한국영 혼자서는 뒤의 센터백을 제대로 보호할 수 없었다. 스리랑카에서 온 페레라 주심의 반칙 판정에 불만이 가득했던 한국영의 평정심이 깨진 탓도 있지만 믿었던 센터백 곽태휘가 어이없게 흔들린 것이 더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경기 시작 후 25분만에 카타르의 선취골이 터졌다. 곽태휘가 빌드업을 시작하는 순간 미끄러지며 공을 빼앗기고 말았다. 거기서 이어진 역습을 오른쪽 풀백 최철순이 커버했지만 반칙으로 끊을 수밖에 없었다. 반칙 판정이 억울했지만 흐름상 카타르에게 기선을 제압당하는 순간이었다. 여기서 카타르 골잡이 하산 알 하이도스의 절묘한 오른발 감아차기가 골문 안으로 날아들었다. 골키퍼 권순태가 몸을 날려보지도 못하고 그냥 서서 허용한 골이었다.

그대로 전반전이 끝났지만 프리킥 골은 억울한 마음 그대로 묻어뒀어야 했다. 전반전보다 더 괜찮은 후반전을 만들면 되는 흐름이었다. 하지만 후반전 초반에도 한국은 카타르 미드필더들을 압도하지 못했다. 준비된 빌드업 시스템이 빈약하기 때문에 상대의 압박에 공을 빼앗기는 것은 당연했다. 때때로 번뜩이는 롱 볼 전술을 썼지만 슈틸리케호에는 믿을만한 타깃형 스트라이커가 없었다. 뚝심 좋은 황희찬이 그 역할까지 해낼 수는 없었다.

한 때 슈틸리케 감독이 찬사를 아끼지 않았던 소리아 대신 카타르의 공격을 이끈 주인공은 하산 알 하이도스였다. 그가 이 경기 3골(2득점 1도움)을 모두 만들어냈다는 사실만으로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상대 공격수가 누구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빈약한 수비 조직력을 먼저 고쳐야한다는 사실을 가르쳐주는 순간이었다.

후반전에도 우리 수비수들은 카타르의 핵심 인물 셋을 자주 놓쳤다. 51분에 하산 알 하이도스가 반 박자 빠르게 찔러준 공을 아크람 아피프가 잡아서 시원하게 오른발로 추가골을 터뜨렸고 74분에는 공격형 미드필더 로드리고 타바타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편안하게 공을 몰다가 하산 알 하이도스에게 완벽한 결승골 기회를 만들어줬다. 우리 수비수 곽태휘가 뒤늦게 따라가면서 슬라이딩 태클을 시도했지만 이미 공은 우리 골문 안으로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제2부심에게 오프사이드 판정을 주장했지만 그 함정이 깨진 것을 깨닫기에는 모자랐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라크와의 평가전과는 달리 위협적인 유효슛을 여러 차례 날리며 끈질기게 따라붙었다는 것이다. 51분에 0-2로 큰 충격을 받고는 11분만에 이재성의 도움으로 기성용이 오른발로 만회골을 넣었고 70분에는 이근호의 크로스-황일수의 헤더 어시스트-황희찬의 발리 골 3박자가 완벽하게 맞아 떨어졌다.

하지만 한국의 귀중한 동점골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그로부터 단 4분만에 펠레 스코어 결승골을 얻어맞은 것이다. 실점 자체도 문제지만 그 결승골이 51분에 내준 카타르의 두 번째 골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센터백 바로 앞에서 동료를 보호하고 지원해야 할 수비형 미드필더의 부재가 가장 크게 눈에 띄었고 `곽태휘, 장현수` 센터백 조합의 역할 분담도 모호했다. 혼자서 2득점 1도움을 기록한 요주의인물 하산 알 하이도스를 그 때마다 놓쳤다는 것은 실수라고 변명할 수조차 없는 일이었다.

이 패배의 아픔도 모자라 한국은 전반전 30분만에 에이스 손흥민의 부상 소식에 더 큰 상처를 입었다. 이근호가 대신 들어와서 안간힘을 쓰며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손흥민의 부재는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8월 31일 이란과의 홈경기, 9월 5일 우즈베키스탄과의 어웨이경기를 모두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 앞에서 악재가 쏟아진 셈이다.

이란은 조 1위를 확정하며 이미 본선 진출권을 손에 쥐었지만 능구렁이 케이로스 감독이 아시아 축구의 라이벌 앞에서 쉽게 주도권을 넘겨줄 리가 없다. 홈경기라고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리고 최종 예선 마지막 일정으로 우즈베키스탄과의 어웨이 경기가 남았다. 이란이 13일에 본선행을 확정하며 우즈베키스탄을 2-0으로 물리친 덕분에 그나마 한국이 승점 1점을 앞서가고 있지만 우즈베키스탄은 중국과의 9차전, 한국과의 10차전을 모두 승리하면 자력으로 본선행 티켓을 쥔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한국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팔 골절상을 입은 손흥민의 회복, 이청용의 실전 감각 끌어올리기, 무너진 수비 조직력 다지기, 안정적인 수비형 미드필더 확보하기 등 널린 숙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큰 변화의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결과(14일 오전 4시,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도하)

★ 카타르 3-2 한국 [득점 : 하산 알 하이도스(25분), 아크람 아피프(51분,도움-하산 알 하이도스), 하산 알 하이도스(74분,도움-로드리고 타바타) / 기성용(62분,도움-이재성), 황희찬(70분,도움-황일수)]

◎ 한국 선수들
FW : 황희찬
AMF : 손흥민(34분↔이근호), 기성용, 이재성, 지동원(53분↔황일수)
DMF : 한국영(79분↔남태희)
DF : 김진수, 곽태휘, 장현수, 최철순
GK : 권순태

◇ A조 현재 순위표
1위 이란 20점 6승 2무 8득점 0실점 +8(본선 진출 확정)
2위 한국 13점 4승 1무 3패 11득점 10실점 +1
3위 우즈베키스탄 12점 4승 4패 6득점 6실점 0
4위 시리아 9점 2승 3무 3패 4득점 5실점 -1
5위 카타르 7점 2승 1무 5패 6득점 10실점 -4
6위 중국 6점 1승 3무 4패 5득점 9실점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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