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수수료 인하
일자리 창출 실효성 '논란'
<앵커>
자세한 이야기, 취재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경제부 장슬기 기자 나와있습니다.
장 기자, 새 정부가 일자리 창출 일환으로 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추진하고 있는데요. 일자리 창출과 카드 수수료, 어떤 연관성이 있나요?
<기자>
기본적으로 자영업자들이 카드사에 지불하는 수수료를 인하해서 부담을 덜겠다는 것입니다. 비용 부담을 덜어서 고용여력을 높이겠다는 게 이번 정책의 주요 골자인데요.
우선 수수료 체계를 보면, 현재 연매출 2억원 미만의 영세가맹점은 0.8%의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만원의 카드 결제가 이뤄질경우, 그 중 80원은 카드사에 수수료로 지불하는 셈임니다.
현재 정부는 이 우대수수료를 적용받는 가맹점 범위를 확대하고, 추후에는 수수료율 인하까지도 고려한다는 방침인데요. [CG] 현재 입법 예고될 가맹점 범위 확대가 적용됐을 때, 영세·중소가맹점의 수수료 절감분은 약 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우대 혜택을 받는 가맹점은 전체 260만개 가맹점 중 90%에 달하는 220만개 정도로 늘어납니다.
<앵커>
거의 대부분의 가맹점이 우대 수수료를 적용받게 되는데요. 왜 실효성 논란이 있는 건가요?
<기자>
네. 연매출 5억원 미만까지 중소가맹점으로 적용되기 때문인데요. 관건은 이 수수료 절감분이 고용 창출 또는 임금 인상 여력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입니다. 전체 260만개 가맹점 중 추가적으로 수수료 혜택을 받게 되는 가맹점은 44만개인데요. 이들이 연간 4,000억원의 수수료 부담을 덜 수 있다고 계산했을 때, 한 가맹점당 월 7만5,000원 수준의 절감 혜택을 받게 됩니다.
이를 매출별로 세분화하면 연매출 3억원에서 5억원의 중소가맹점은 월평균 20만원 정도, 그 이하 영세가맹점은 월 9만원 정도를 절감 효과를 보게 됩니다. 물론 가맹점마다 매출이 다르기 때문에 일원화할 순 없지만 평균적으로 봤을 때 수치입니다. 문제는 이 절감되는 금액이 현실적으로 고용창출 여력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 사실상 무리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앵커>
개별 가맹점으로 환산해보니 생각보다 적은 금액이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드 수수료 인하가 일자리 정책으로 꼽히는 이유가 있을까요?
<기자>
물론 카드 수수료가 인하되면 적은 금액이라도 자영업자들은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에, 환영받는 정책 중 하나이긴 합니다. 하지만 제가 취재 과정에서 실제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정작 가장 부담요인으로 꼽히는 것은 임대료나 인건비입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여러 이해관계가 걸쳐있기 때문에 정부가 현실적으로 칼을 대기에는 어려움이 있죠.
반대로 카드 수수료 인하는 카드사의 반발이 있겠지만, 자영업자 혹은 골목상권 살리기 일환으로 수치 조정이 비교적 간단한 정책에 해당됩니다. 이 때문에 카드 수수료 인하는 선거철만 되면 단골 공약으로 떠오르는데요. 실제 이번 대선때에도 주요 후보들의 공약에 카드 수수료 인하가 대부분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를 두고 카드업계에서는 우스갯소리로 '동네북'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요. 자영업자들의 표심을 놓고 공약을 내거는,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실제 자영업자들은 자신의 가맹점에 적용되는 수수료율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주요 관심사가 아니라는 의미죠. 이 때문에 자영업자들의 고용여력을 높일 수 있는 임대료나 인건비 문제가 아닌, 가장 눈에 띄기 쉬운 수치를 내리는 일종의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는 지적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카드 수수료 조정으로 발생하는 부작용이 있다면요?
<기자>
영세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이 줄면, 당연히 카드사는 그 만큼 수익이 줄겠죠. 문제는 이것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 지난 2012년 첫 카드수수료 체계를 개편할 때에도 카드사들은 3,000억원의 손실이 있을 것으로 추산했고, 손실 보전을 위해 신용카드의 부가서비스 혜택을 대폭 축소했습니다. 예를 들면 가맹점 할인혜택이나 포인트 적립 등이 있겠죠. 사실상 수수료 인하가 소비자 피해로 이어졌습니다.
더욱 심각할 경우 카드사들의 인력 감축,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 지난해 초 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전후해서 7개 카드사들은 860여명을 줄였습니다. 일자리를 늘리기보다는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드는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 셈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대안책이 있을까요?
<기자>
아무래도 시장에 맡기는 것이겠죠. 지난 2012년 카드 수수료 체계 개편이 있을 당시, 업종별로 적용됐던 수수료율이 매출별로 변경되면서 정부가 직접적으로 가격에 개입하게 됐는데요. 이후 계속해서 강제적으로 수수료율을 내리다보니 카드사 입장에서는 수익 보전을 위해 부가서비스 혜택을 줄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업계에서는 카드단말기사업을 하는, 카드사와 가맹점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부가통신사업자인 밴(VAN)사의 수수료 체계 개편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가맹점이 카드사에 지불하는 수수료에는 카드사가 다시 밴사에 돌려주는 밴 수수료도 포함이 돼 있는데요, 현재 영업비밀을 이유로 밴 수수료율은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카드 수수료를 인하하려면, 중간 수수료 수익을 얻는 밴사도 고통분담을 함께 해야 한다는 주장이 카드업계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밖에 가맹점에서 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있는 의무수납제 폐지도 거론되는데요. 이 부분은 아직 논란의 여지가 많아서 좀 더 논의가 필요해보입니다. 사실 카드 수수료 인하가 이슈로 떠올랐지만, 효과가 미미만 보여주기식 정책보다는, 실질적으로 자영업자들에게 혜택이 갈 수 있는 방안이 어떤 것인지 다시 한 번 들여다보는 것도 새 정부의 과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장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