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인 박근령(63) 전 육영재단 이사장이 억대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최기식 부장검사)는 9일 박 전 이사장을 변호사법 위반 및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이사장은 2014년 수행비서 역할을 한 곽모(56)씨와 함께 160억원대의 공공기관 납품 계약을 성사시켜 주겠다며 A 사회복지법인 대표로부터 5천만원짜리 수표 2장, 총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 조사결과 수행비서 곽씨는 지인에게서 소개받은 A 법인 영업본부장으로부터 농어촌공사의 한 지사가 수행하는 개발사업에 수문과 모터 펌프 등을 수의계약 형태로 납품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당시 소송 건으로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었던 박 전 이사장은 납품 계약을 성사시킬 의사나 능력이 없었는데도 계약 성사를 돕겠다고 나서며 사전에 돈을 챙겼다고 검찰은 파악했다.
곽씨는 해당 법인을 찾아가 "총재님(박 전 이사장)이 큰 거 한 장(1억원)을 요구하십니다"라며 먼저 돈을 요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통령의 동생이 `납품 브로커`를 자처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이는 대목이다.
그러나 검찰은 "박 전 이사장 등은 발주기관의 지사장과 아는 사이가 아니었고, 해당 지역 유지를 통해 A 법인 영업본부장과 지사장의 만남을 주선하는 정도 역할에 그쳤다"며 "수의계약으로 납품할 수 있도록 도와줄 의사나 능력이 없었는데도 1억원을 받은 것"이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박 전 이사장 등이 공무원에 준하는 공사 직원의 사무에 관해 청탁 또는 알선을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했다며 변호사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사기 혐의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 변호사법 위반 혐의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앞서 이석수 전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은 작년 7월 박 전 이사장을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박 전 이사장 의혹 사건은 특별감찰관제도가 시행된 이후 `1호 고발` 대상이었다.
한편 박 전 이사장 측은 빌린 돈을 모두 갚았다며 사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박 전 이사장의 남편인 신동욱 공화당 총재는 "생활이 어려워 1억원을 빌렸다가 제때 갚지 못해 벌어진 일로 안다"며 "박 전 이사장이 영향력을 과시하거나 한 사실은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피해자 정씨 역시 박 전 이사장이 빌린 돈 전액을 상환했다며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자필 `사실확인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다만 돈을 사후에 돌려줬더라도 사기죄 등의 요건에 해당하면 죄가 성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