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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규제에 취한 수제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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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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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기자 리포트>

    <앵커>

    여러분들은 마트에서 가면 어떤 맥주를 고르십니까?

    한 대형마트를 조사해 봤더니, 수입맥주 판매 비중이 이미 절반을 넘었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수입맥주의 시대하고 할 만 한데요. 그렇다면 국산맥주의 설 길은 없는 걸까요?

    김민수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한 대형마트의 맥주 코너입니다.

    진열대 한 편을 전세계에서 온 다양한 수입맥주들이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맥주 판매 순위. 상위권도 모두 수입맥주가 차지했습니다.

    옆으로 밀려난 국산맥주들. 라면이나 과자를 끼워주지 않으면 눈길도 안가는 신세가 됐습니다.

    이 대형마트의 수입맥주 판매 비율은 올해 1분기 처음으로 50%를 넘어섰습니다.

    <인터뷰> 김영환 이마트 영등포점 매니저

    "수입맥주는 국산맥주와 비교해서 선택의 폭이 넓으면서도, 최근행사를 통해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 인기가 아주 높다. 최근레는 매니아층을 중심으로 마트에서 수제맥주를 찾는 소비자들도 많이 늘고 있다.

    골라먹는 재미에 빠진 소비자들의 취향을 저격한 수입맥주의 수입도 가파르게 늘고 있습니다.

    반면 유흥업소나 식당에서 파는 이른바 '소맥' 시장에 집중한 국산맥주들은 추풍낙엽입니다.

    하지만 마트 밖으로 눈을 돌리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서울 서촌의 한 수제맥주집.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직접 만든 수제맥주를 즐기고 있습니다.

    다양하고 특색 있는 맥주 맛이 사랑을 받으면서, 이 곳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수제맥주 돌풍이 불고 있습니다.

    <인터뷰> 송중현 (서울 내수동)

    "더 다양하고 맛있는 맥주를 즐길 수 있으니까, (수제맥주를) 선호하는 것 같다."

    여러 규제에도 불구하고 수제맥주 시장은 해매다 2배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집마다 다른 원료와 노하우에서 나오는 다양한 맛을 소비자들이 찾기 때문입니다.

    원료와 대규모 공정에 발묶인 대기업 맥주보다, 수입맥주의 대항마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김민수입니다.

    <신선미 기자 리포트>

    <앵커>

    수제맥주에 대한 인기는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맛과 향을 지닌 수제맥주를 맛 보기위해서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는 것은 물론 수제 맥주전문점을 찾아가야 하는데요.

    이 모든 것이 수제맥주 성장을 가로막는 답답한 규제 탓입니다. 신선미 기자입니다.

    <기자>

    IT벤처 위주로 투자하던 뭉칫돈이 수제맥주로 몰리고 있습니다.

    IBK캐피털은 지난해 더부스브루잉컴퍼니에 30억 원을, 에이치비인베스트먼트는 코리아크래프트브루어리에 50억 원을 투자했습니다.

    수제맥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한 미국이 18%의 마켓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겨우 0.1% 남짓이어서 성장성을 높게 보고 투자하는 것입니다.

    뭉칫돈과 함께 수제맥주의 인기 또한 날로 높아지고 있지만 주세법과 유통규제 탓에 산업의 성장은 가로막혀 있습니다.

    수제맥주업체가 꼽는 가장 큰 걸림돌은 출고 가격에 세금을 매기도록 한 ‘종가세’입니다.

    원료인 주정은 물론 술에 들어가는 첨가 재료, 병과 포장재, 마케팅 비용까지 모두 포함해 72%라는 고율의 세금을 매깁니다.

    종가세를 유지하는 한 양질의 술을 개발할수록 세금 부담은 늘 수밖에 없어 가격경쟁력을 갖기란 요원한 셈입니다.

    <인터뷰> 임성빈 바이젠하우스 대표

    “소규모 맥주 업체는 노동집약적인 부분이 상당히 있기 때문에 대규모로 술을 만드는 업체에 비해 제조 원가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현재 주세체계는 제조 원가에 해당되는 부분에 과세를 하고 있어서 똑같은 맥주라고 하더라도 대형업체보다 주세부분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에 소규모 맥주의 슈퍼마켓, 할인점 등 소매점 유통을 허용하고, 주류제조에 허용되는 원료와 첨가물 범위를 확대한단 계획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핵심규제인 ‘종가세’(출고가격 기준 과세)를 알코올 도수 기준인 ‘종량세’로 전환한다는 내용은 빠져있습니다.

    게다가 소매점 유통을 허용한다 해도 소비자들이 마트나 편의점 등에서 구입할 수 있는 수제맥주 종료는 한정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수제맥주는 특성상 냉장유통을 필요로 하는데, 유통을 담당하는 주류 상사 300여 곳 가운데 냉장유통 설비를 갖춘 상사는 단 10곳뿐입니다.

    정부의 규제완화책이 김빠진 맥주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전문가들은 국내 맥주업체도 다양하고 깊은 맛을 생산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정철 한국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

    “국내에 수입맥주가 800여종으로 상당히 많이 들어와 있습니다. 아무래도 기존 대기업 맥주들이 라거 타입 맥주다 보니 소비자들이 식상한 면이 있었습니다. 그에 반해 국내 소규모 주류제조업체를 통한 수제맥주의 제조가 수입맥주의 다양성에 같이 부응할 수 있는 그런 장점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원료 사용이라든가 이런 부분이 대기업보다 유연성이 있기 때문에..”

    한국 맥주가 북한 대동강 맥주보다 맛없다는 비아냥을 듣는 이유에 대해 정부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때입니다.

    한국경제 TV 신선미입니다.

    <앵커>

    수제맥주가 큰 인기를 끌고 있음에도 규제 탓에 국내 맥주사들이 경쟁력을 갖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 신선미 기자와 살펴보겠습니다.

    신 기자, 국내 주세법인 ‘종가세’가 가장 큰 문제라던데 어떤 건가요?

    <기자>

    권다영 앵커, 수제맥주 전문점 가본 적 있죠? 한 잔에 대략 얼마정도의 비용을 냈나요? (8천원에서 9천원 정도를 줬던 거 같습니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다면 선뜻 마시기 어려운 가격입니다.

    조금 독특한 수제맥주를 먹으려면 잔당 8천원에서 만원까지 내야하는데요. 마트나 편의점만 가도 만원에 수입맥주 4~5캔은 살 수 있는데 수제맥주가 너무 비싼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게 다 우리나라 주세법 탓입니다. 알코올도수가 아니라 완제품 출고 가격에 세금을 매기도록 한 ‘종가세’ 때문인데요. 원료인 주정은 물론, 술에 들어가는 첨가 재료, 병과 포장재, 마케팅 비용까지 다 포함해 세금을 매깁니다.

    따라서 남과 다른 양질의 재료를 쓰거나 모양만 조금 바꿔도 출고가가 올라 몇 배의 세금을 더 내야하는 셈입니다. 그나마 막걸리는 주세율이 5%고, 약주나 과실주, 청주에도 30%의 낮은 세율을 적용합니다. 하지만 맥주에는 72%를 매깁니다.

    수제맥주가 유독 더 비싼 이유죠. 아무래도 소규모 제조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제조원가가 대기업보다 높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규모가 영세할수록 품질 개선이나 연구개발에 투자를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주세 정책이 수재맥주 산업 성장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앵커>

    맥주에 매기는 세금이 높네요. 수제맥주가 비싼 이유가 있었군요. 하지만 수입맥주는 어떻게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던 거죠?

    <기자>

    국내맥주가 수입맥주에 비해 과세 체계상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논란이 많은데요. 이 또한 종가세 체계에서 비롯된 문제입니다.

    국산 맥주의 경우 제조원가에 광고·인건비, 이윤까지 합한 금액을 출고가로 산정한 뒤 여기에 세금을 매깁니다. 반면 수입 맥주는 수입신고가격과 관세에만 세금이 적용됩니다. 수입신고가격만 낮추면 세금을 줄일 수 있는 구조죠

    맥주 한캔에 부과되는 세금을 비교해볼까요? 국내 대기업이 만든 맥주 1캔은(355㎖) 395원, 중소기업 맥주는 710원의 주세가 부과됩니다. 이에 비해 수입맥주에는 212~381원의 주세가 붙습니다. 국산 맥주의 가격경쟁력이 수입산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거죠.

    상황이 이렇다보니 좋은 재료를 써서 국내에서 술을 제조하는 것보다 외국 맥주를 잔뜩 들여와 싸게 파는 게 더 많이 남는 셈입니다.

    실제로 맥주 수입량은 지난해 2억2천55만ℓ로 1년 전보다 30% 가까이 급등했습니다. 편의점은 물론 대형 마트에서도 수입 맥주 점유율은 절반을 넘어섰습니다. 세법의 허점을 노려 수입업체들이 공격적으로 마케팅한 결과입니다.

    <앵커>

    세금 문제가 완화돼야만 국내 맥주산업도 성장하고, 소비자들도 좀 더 다양한 맥주를 맛 볼 수 있겠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다양하고 깊은 맛의 맥주를 생산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한데요. 그러려면 주세를 종량세로 전환해야합니다. 걸림돌이 두 가지 있는데요. 소주 가격이 오르는 것과 세수 감소 가능성입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주종과 도수에 따라 세액이나 세율을 차등화하면 소주 가격과 세금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전환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주류 산업이 성장세를 보이는 일본 또한 이미 1990년에 주세 체계를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개편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29개국도 종량세를 택하고 있습니다.

    수제맥주 산업이 성장하면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효과도 높을 것이란 전망입니다. 수제맥주가 노동집약적 산업이기 때문인데요. 국내에서 수제맥주 시장 점유율은 0.1%에 불과한데 고용 인원은 5천명에 달합니다. 1%로 성장해도 5만 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을 것이란 설명인데요. 문재인 정부의 제 1순위 정책인 일자리 창출과도 맞물립니다.

    <앵커> 신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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