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이세돌 9단을 4대1로 압승한 이후 1년만이다.
이름도 `알파고 2.0`으로 더 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 예고됐던 만큼 전세계의 시선은 중국에서 열린 알파고와 바둑 세계랭킹 1위 커제와의 대국에 쏠렸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알파고는 23일 중국 저장성 우전에서 열린 `바둑의 미래 서밋` 1국에서 커제 9단을 상대로 289수 만에 1집 반 승리했다.
경기 초반부터 알파고는 프로기사들이 두던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판을 흔들기 시작하더니 경기 마지막까지 빈틈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간 알파고의 수를 연구해온 커제 9단도 알파고를 상대하기 위해 평소와 다른 전략으로 대응했지만 결국 패했다.
제한시간도 알파고보다 2배이상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지만 알파고를 당해내지 못했다.
커제 9단은 대국 이후 기자회견에서 "알파의 약점을 찾아내려고 애썼지만 착지 힘들었다"며 "알파고의 바둑에 대한 이해나 판단력은 우리보다 훨씬 뛰어났다"고 말했다.
오늘(23일) 대국을 시작으로 알파고와 커제 9단은 25일과 27일 두번의 대국을 더 앞두고 있다.
1년 전 인간과 AI의 대결에서 누가 이길 것인가가 관심사였다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번엔 알파고의 압승을 예상하고 있다. 알파고의 승리는 기정 사실화 된 채 알파고가 얼마나 더 강해졌느냐에 주목하고 있다.
26일에는 구리 9단-알파고A, 롄샤오 8단-알파고B의 조합을 통해 인간 고수와 인공지능간 협업을 시험하는 대국도 열린다.
에릭슈미트 알파벳 회장은 23일 대국을 앞두고 "이번 대국을 통해 사람과 인공지능(AI)이 헙업을 통해 그간 해결하기 어려웠던 문제들을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인공지능과 인간이 앞으로 어떻게 협력해 나갈 수 있을지를 가늠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더 똑똑하고 더 작아진 인공지능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는 지난 1월 "인간의 기보를 참조하지 않고 스스로 학습한 알파고의 두번째 버전을 만들었다"고 밝힌바 있다.
1년 전 알파고는 16만 여건의 기보를 배우는 `지도학습`과 이를 기반으로 더 승률이 높은 수를 계산하는 `강화학습`을 병행했지만 알파고 2.0은 인간의 기보 없이 알파고끼리 서로 학습하는 `강화학습`만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이세돌 9단의 1승은 이세돌 9단이 알파고가 학습하지 않은 수를 두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이번 커제와의 대결에서는 알파고가 `강화학습`을 통해 인간의 바둑이 아닌 새로운 방식을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
커제 9단도 이번 대국을 앞두고 "이전 알파고의 수는 인간과 비슷했지만 지금은 신선이 두는 수의 느낌"이라며 "어려운 승부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번 경기를 지켜본 바둑 국가대표 코치인 이영구 9단은 "처음 알파고를 봤을 때는 `저렇게 둬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지마 프로기사들도 고정관념을 버리고 자유로운 발상을 하게 됐을 정도로 알파고가 바둑계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알파고는 하드웨어 측면에서도 더 빠르고 작아졌다.
1세대 알파고는 1200여 개의 중앙처리장치(CPU)와 176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탑재한 슈퍼컴퓨터에서 작동했지만, 2세대 알파고는 빠른 속도로 머신러닝이 가능한 2세대 AI칩셋인 TPU(Tensor Processing Units) 기술이 적용됐다.
허사비스 CEO는 지난 4월 자신의 블로그에 "기존 알파고를 비롯한 인공지능 시스템은 엄청난 에너지를 사용하는 문제가 있다."며 "우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실제로 구글은 지난 17일 미국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회의에서 `2세대 TPU`를 공개했다.
구글 개발자 회의에서 TPU 프로젝트 책임자인 놈 주피(Norm Jouppi)는 "2세대 TPU는 기존의 프로세서보다 15~30배 빠르며 효율성 면에서는 30~80배 더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 우리 삶과 한걸음 더 가까워진 AI.."디바이스도 머신러닝 가능해 질 것"
지난 17일 열린 구글 개발자 회의에서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지금 우리는 모바일 퍼스트에서 인공지능 퍼스트로 전환되고 있다"며 "앞으로 구글의 모든 서비스와 제품에 인공지능을 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발자회의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구글 렌즈`다.
`구글 렌즈`는 보는 것만으로도 보는 것만으로도 필요한 정보를 주는 서비스로 여기에도 스스로 공부하는 AI 기술(머신러닝)이 적용됐다.
예를들어 구글 렌즈로 레스토랑을 찍으면 레스토랑 정보가 보여지고, 와이파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찍으면 자동으로 와이파이에 연결된다.
외국어로 된 메뉴판을 촬영하면 번역된 텍스트가 보여진다.
촬영한 이미지를 인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용자가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는 셈이다.
피차이는 "구글 렌즈가 인간이 보고 있는 것을 이해한 뒤 해당 정보를 기반으로 이용자가 행동을 취하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AI기술은 조금씩 발전해 이미 우리 생활에 빠르게 적용되고 있다.
구글 어시스턴트가 적용된 인공지능 스피커 구글홈은 음성통화와 뿐 아니라 항공기 예약, 일정 재확인, 교통 정보 알림 등 이용자가 유념할 사항을 미리 알려주는 기능이 추가됐다.
LG전자의 경우 이번 구글 개발자 회의에서 음성인식으로 가습기가 구동되는 것을 선보인 만큼 AI는 가전과 열결돼 우리 생활 속을 더 깊이 파고들 예정이다.
또 AI 사진 관리 서비스 `구글포토`는 사진 속의 인물·장소·분위기를 인식해 사진을 분류하고 친구·가족과 공유하는 기능을 소개했고, G메일은 e메일 내용을 분석한 뒤 간단한 답장을 제안하는 기능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피차이는 이번 개발자회의에서 AI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개발자·연구자·벤처기업 이 함께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는 ‘구글닷에이아이(Google.ai)’라는 새 프로젝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피차이는 "이번 프로젝트로 AI로의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이 더 강력한 도구를 갖게 되면서 복잡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