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20년 전 친인척의 사업에 연대보증을 섰다가 집이 경매로 넘어가고, 예금까지 차압당해야 했던 사연이 밝혀졌다.
배우 박보검 씨 역시 10대 때 자신도 모르게 아버지 사업에 연대보증인이 됐다가 파산 절차를 밟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중소기업 한 곳이 잘못되면 경영자의 가족은 물론 친구, 학교와 고향 선후배까지 고통을 겪게 한 은행권·제2금융권 연대보증은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고 거의 자취를 감췄다.
올해는 정부가 마지막으로 남은 `사각지대`인 대부업 연대보증 폐지를 추진한다. 대부업체는 9천개에 이르지만 지금은 대형 대부업체 33곳만 연대보증인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행정지도나 대부업법 개정을 통해 모든 대부업체의 연대보증을 전면 금지한다는 방침이다. 일부 대선 주자도 연대보증 완전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놓으며 힘을 싣고 있다.
금융권의 연대보증이 이르면 올해 역사 속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연대보증은 돈을 빌린 사람이 빚을 갚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대신 갚을 사람을 정해놓는 제도다.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채무자가 약속된 대출 만기일에 빚을 갚지 않으면 그 순간부터 연대보증인이 채무자와 똑같이 지급 의무를 지게 된다.
빚보증으로 전 재산을 잃는 피해자가 속출하자 정부는 2012년 은행권, 2013년 제2금융권에서 제3자 연대보증제를 폐지했다.
하지만 저소득층에 자금공급이 끊길 수 있다는 우려로 대부업 연대보증 폐지는 자율에 맡겨왔다.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합법적으로 등록하고 영업하는 대부업체(대부중개업자 포함)는 8980곳이다. 이 중 대형 대부업체 33곳 만이 연대보증 폐지에 동참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대부업 연대보증도 일괄 폐지하기로 한 것은 일부 대부업체가 연대보증의 위험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청년층을 보증인으로 세워 대출받도록 하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대부업 연대보증 폐지의 방식과 예외 조항 등을 논의하고 있다.
금감원은 법 개정보다는 행정지도를 통해 연대보증을 폐지하는 방향에 무게를 두고 있다. 법 개정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어서다.
아예 대부업법을 개정해 연대보증 폐지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저소득층이 대부업체를 많이 찾기 때문에 연대보증 폐지를 세심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개인 신용으로는 돈을 빌릴 수 없지만, 연대보증을 활용하면 대출이 가능한 이들이 겪을 수 있는 불편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연대보증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연대보증 제도 폐지 이전에 빚보증을 선 사람은 해당이 안 된다.
법인대출 때는 여전히 기업 대표자를 보증인으로 세우고 있다.
다만,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은 일괄적으로 창업 5년 이내인 기업의 대표이사에게 연대보증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창업에 한 번만 실패하면 신용불량자로 떨어져 재기가 어려워지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정부는 시중은행도 정책금융기관 수준에 맞춰 창업기업 연대보증을 폐지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