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집에 갔을 때 들여다보면 안 되는 곳이 있다. 바로 침실이다.
설령 부모라도 결혼한 자녀 집의 침실에 들어가는 건 결례다.
침실은 무척 내밀한 공간이다. 그 안에 침대가 있어 더욱 그렇다.
침대는 은신처의 안쪽에 위치한 은신처이자 여러 은신처 한가운데에 있는 은신처다.
신간 `각방 예찬`은 그동안 차마 말하지 못했던 부부 침대에 관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침대는 부부관계의 핵심이면서 부부관계를 구축해 가는 데 걸림돌이 되기도 하는 모순적인 상징물이다.
이 모순은 사람은 저마다 사랑을 꿈꾸고 곁에서 자신에게 신경 써 줄 누군가를 필요로 하면서 자율적인 인간으로서 자기 존재가 사라지지 않기도 바란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각방 예찬`은 ‘혼자’와 ‘함께’ 사이에서 고민하는 150여 커플(부부)의 목소리를 유머러스하면서도 진솔하게 담아냈다.
화제로 좀처럼 꺼내는 않는 ‘침대’를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 신선하다.
저자 장클로드 카우프만은 30년 넘게 부부관계를 연구해 온 ‘부부관계 전문가’다.
일상에서 예리하게 포착해 낸 것들을 주요 연구 주제로 삼아 잘 알려지지 않았던 미세한 사회 작동 원리를 밝혀내는 사회학자로도 유명하다.
이 책에서 그는 “더 잘 사랑하려면 떨어져서 자야 한다”고 말한다.
“같이 자는 한 침대는 사랑을 죽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행성B잎새/ 장클로드 카우프만 지음/ 이정은 옮김/ 252쪽/ 1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