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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줌인] 경제수석의 자격; 안종범을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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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30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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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정부 초대 청와대 경제수석 김중수(후일 한국은행 총재가 된다)는 당시 청와대 출입기자들 사이에서 기피 대상이었다.

    정치부 소속 청와대 기자들에게 펜실베이니아 대학 출신 `경제학자` 김중수의 브리핑은 도통 알아들 수 없는 외계 언어였다.

    광우병 파동으로 `학자` 김중수가 물러나고 정통 관료 박병원이 두 번째 경제수석이 됐다.

    학자 보다 나았지만 관료의 브리핑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리먼 사태로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터지자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수석 브리핑은 더욱 복잡해 졌고 기자들은 환율과 금리, 서브프라임모기지, 헬리콥터 벤과 씨름해야 했다.

    박근혜 정부도 초대 경제수석으로 엘리트 경제 관료 조원동을 낙점했다.

    조원동은 주요 현안이 생길 때마다 비교적 자주 청와대 기자실인 춘추관을 찾아 거시경제부터 세제와 재정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걸쳐 해박한 지식을 풀었다.

    조원동의 그 유명한 `고통 없이 거위 털 뽑기`도 세제 개편의 의미를 기자들에게 설명하는 자리에서 발생한 설화(舌禍)였다.

    김중수도, 박병원도, 조원동도 정권 창출에 조금도 기여하지 않은 인물들이었다.

    공신들 중에는 이들을 프리라이더(무임승차자)라며 손가락질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럼에도 경제만큼은 정치적 논공 행상의 대상이 아니며, 고도의 전문성과 세계 흐름을 읽는 통찰력을 가진 인물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역대 정권의 상식이었다.

    그런데 안종범이 박근혜 정부의 두 번째 경제수석이 됐다.

    대선 캠프 때부터 함께 했던, 그래서 손발이 척척 맞는 안종범은 언론브리핑부터 남달랐다.

    복잡한 경제 지표가 사라지고 대통령의 행사 보도, 예를 들어 해외 순방의 경제 성과와 창조경제 및 전통시장 현장 방문, 규제개혁 관련 대통령 발언 등 `알기 쉽고 쓰기 좋은` 홍보가 전면에 등장했다.

    예전 같으면 홍보수석이나 대변인이 처리 했을 사안을 경제수석이 직접 챙긴 것이다.

    경제수석 `안종범`은 그러나 정부의 세제 개편이나 재정운용 계획, 물가와 금리 등 거시지표 변화에 대해 기자들에게 브리핑한 적이 거의 없다.

    안종범은 사석에서 조차 세계 경제 흐름을 전문가적 관점에서 설명한 적이 없으며, 부동산 부양이나 저금리 등 경제 정책의 부작용을 두고 기자들과 설전을 벌인 적도 없다.

    경제수석이 국가경제 설계라는 본업을 내팽개치고 대통령 행사에 따라 다니는 사이, 박근혜 정부 경제 정책의 수준은 수직 낙하했다.

    `CJ 부회장 끌어내리기` 라는 외도 한 방으로 나락까지 떨어진 조원동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본연의 업무가 무엇인지는 알고 있었다.

    조원동은 알고 있었기에 늘 조바심 냈고 불안해 했다.

    하지만 안종범은 애당초 경제수석비서관의 직무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기에 불편한 옷을 입고도 편안해 했다.

    그 무지의 대가는 안종범 개인에게도, 주군 박근혜에게도, 그들이 경영했던 국가 대한민국에게도 너무 가혹하다.

    최순실 사태의 시작이 결국 `돈을 향한 욕망`이었다는 점에서 경제수석은 이 참사를 막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인물이었다.

    이 시점에 안종범에게 죄목 하나를 추가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싫은 소리 한 번 못하는, 사람 좋기로 유명했던 `교수 안종범`을 그가 감당할 수 없는 경제수석이라는 자리에 앉히고 휘저은 인사권자의 비정과 비열에 대한 결과를 말하는 것이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수첩에 깨알 같은 글씨로 받아 적으며 밤낮 없이 일했던 안종범의 비극은 그래서 복잡하다.

    경제수석 안종범은 역사의 죄인이지만 인간 안종범에 대해서는 변명 한 마디 해주고 싶은 것이 필자의 솔직한 심정이다.


    =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이 박근혜 대통령의 제70차 유엔총회 참석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2015.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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