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94년 11월 추수감사절 무렵 스티브 잡스는 사면초가에 빠졌다.
잡스는 고화질 그래픽의 컴퓨터 제조사였던 픽사에 5천만 달러를 투자했지만, 이 회사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 탈바꿈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픽사에서 직원들과의 관계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픽사는 잇따른 성공작을 내놨고 잡스는 이를 발판으로 애플에 복귀했다.
픽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로런스 레비는 이달 낸 책 `투 픽사 앤드 비욘드`(To Pixar and Beyond)에서 자신의 관점으로 픽사의 뒷이야기를 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의 IT기업 임원이었던 레비는 22년 전 이맘때 잡스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픽사가 첫 작품으로 제작 중이던 `토이스토리`의 짤막한 프리뷰 영상을 본 후 CFO를 맡았다.
그는 "누가 만들었는지는 몰랐지만 이 건물 어딘가에 마법사들이 사는 것 같았다"고 당시 소감을 전했다.
레비는 엔터테인먼트 업계 사람들을 만나 픽사의 배급계약에 관해 이야기해본 뒤 디즈니와의 거래가 일방적으로 픽사에 불리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디즈니는 픽사의 영화 제작비 전액을 대는 대신 이익의 90%를 가져가게 돼 있었다.
그는 이런 수익 분배 구조라면 영화가 대히트하더라도 픽사는 디즈니에 종속된 하청업체를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잡스와 레비는 2단계 계획을 생각했다. 먼저 픽사를 상장하는 것이었다. 픽사는 `토이스토리`가 성공적으로 개봉한 직후인 1995년 11월 기업공개에서 1억5천만 달러를 조달했다.
두 번째 단계에선 마이클 아이스너 디즈니 최고경영자에게 재협상을 요구했다. 디즈니는 계약 조건을 바꿀 필요가 없었지만, 제작비의 절반을 대겠다는 픽사의 제안은 영화를 성공하게 해야 하는 강한 동기 부여가 된다는 점에서 고려할만했다.
몇 달간의 협상 끝에 디즈니는 픽사의 향후 영화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고 픽사는 이익의 50%를 가져가기로 했다.
디즈니가 2006년 픽사를 74억 달러에 살 때까지 픽사는 아카데미상 9개를 탔으며 6개 장편으로 32억 달러의 입장수입을 기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