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더 케이투’를 통해 연기력을 톡톡히 입증한 윤아는 이제 연기돌을 넘어 배우로 인정해줘도 될 듯하다.
매회 마다 화제를 낳았던 ‘더 케이투’가 아쉬움 속에 지난 12일 16회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다.
“도전하는 의미가 큰 마음가짐으로 임했던 작품이에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 같아요. 좋은 배우들과의 호흡이 크게 얻어가는 것 중 하나예요. 좋은 점도 있고, 아쉬운 점도 있지만 좋은 에너지들은 간직하고, 아쉬운 점은 다음 작품에서 보완해 가야죠. 연기에 열정이 생긴 시기였던 것 같아요. 좋은 작품이 있으면 배우로 전념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윤아는 극중 유력한 대선 주자 장세준(조성하)의 숨겨진 딸인 고안나 역을 맡아 극을 이끌었다. 고안나는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고 정신적 충격을 받아 대인공포증과 플래시 불빛에 대한 공황장애를 갖게 됐다. 그리고 장세준의 아내 최유진(송윤아)에 의해 외국의 수녀원으로 보내졌다. 이후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새장 속의 새처럼 살아가다 탈출을 감행했을 때 우연히 찍힌 사진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오지만 여전히 자유는 허락되지 않았다. 최유진을 향한 깊은 증오심을 풀어내지도 못한 채 살벌한 감시 속에 방안에 갇혀 지낸다. 그러다 자신을 경호하게 된 김제하(지창욱)에게 마음을 열게 되면서 상처를 극복하고 성장해나가는 인물이다.
“안나가 매력적으로 보였던 이유는 여태까지 해왔던 역할과 다른 느낌이라서였어요. 안나의 어두운 색깔에 끌렸어요. 의외로 잘해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도 있었고요. 누구나 어두움과 밝음을 가지고 있잖아요.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저만의 스타일이 구축 되지는 않은 것 같아 아쉬워요.”
윤아가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던 건 제작진의 선구안도 있었겠지만 촬영장에서 그 누구보다 열심히 촬영에 임했던 윤아의 노력이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하는 생각을 많이 버리려고 했던 작품이에요. 2~3년의 공백이 있어서 작품을 선택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어요. 대중이 알고 있던 윤아의 이미지를 벗어나고 싶었어요. 배우로서 윤아의 느낌이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했죠. 완전히 성공했다고는 못하겠지만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어요. 많은 분들이 ‘윤아가 이런 모습이 있었나. 이런 역할도 하는 구나’라고 생각해주신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2008년 방송된 KBS1 ‘너는 내 운명’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당당한 캔디의 모습으로 주목을 받은 윤아는 이후 작품에서 밝고 쾌활하면서도 청순한 면모를 선보였다. 그런 그가 깊은 아픔을 지닌 복합적인 캐릭터 고안나를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됐다. 윤아는 고안나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시청자들에게 연기로서 응답했다.
“안나는 제하, 유진, 아빠를 만났을 때 감정 변화를 보여줬어야 하는데, 아빠는 늘 보고 싶고, 유진에게는 복수를, 제하는 점점 빠져 들어가고. 감정 표현력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 해왔던 것과 다르게 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어요.”
윤아는 ‘더 케이투’를 성공리에 마칠 수 있었던 공을 선배 배우인 송윤아와 지창욱에게 돌렸다. 송윤아(최유진)와는 살벌한 대립구도를 그리기도 하고, 지창욱(김제하)과는 달콤한 로맨스 연기까지 선보였다. 윤아는 흔들리고 불안한, 그러면서도 사랑스러운 고안나의 심경을 훌륭하게 풀어냈다.
“(송)윤아 언니를 보면서 느끼고 배운 게 많아요. 할 말이 없었던 신이 유진이 안나에게 ‘엄마’라고 불러 보라고 하는 장면이 있는데, 정말로 말이 안 나오더라고요. 그 신이 잘 나왔어요. 속으로 삭이면서 찍었어요. 언니가 잘해주셔서 제 감정이 더 잘 나온 것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언니와 비교가 될까 고민은 안 했던 것 같아요. 언니는 촬영할 때와 아닐 때의 차이가 확실해요. 촬영할 때는 카리스마 있고 에너지가 강한데 ‘컷’ 소리만 나면 소녀스러운 모습이 많으시더라고요. (지)창욱 오빠는 현장에서 굉장히 많이 이끌어주셨어요. 어떻게 하면 안나가 더 사랑스러워 보이고, 안나와 제하의 느낌이 잘 살 수 있는지를 생각하시더라고요. 열정이 굉장히 많은 오빠였어요. 액션이 너무 많아서 힘들 법도 한데 지친 모습 하나 없이 저랑 같이 고민해주고 상의를 해줬어요. 액션신을 찍을 때 옆에서 보면 신기했어요.”
환상의 케미를 자랑했던 윤아와 지창욱의 엔딩 키스신은 방송 이후 화제를 모았다. 최종회에 등장한 이 장면은 촬영 순서상 두 번째 만남에 촬영했다. 초반 스페인 로케이션 당시 한꺼번에 촬영했던 것.
”창욱 오빠랑 키스신을 찍었을 때가 만난 지 일주일도 안 됐을 때에요. 같이 촬영한 것도 한 번뿐이었죠. 감독님께서 공항에서부터 친해지라고 계속 말씀을 하셨어요. 그런데 비행기를 타고 가면서도 따로 다녔어요. 바르셀로나에 도착해서야 오빠가 ‘친해집시다’ 이렇게 말을 해서 번호도 교환했어요. 나중에 스킨십 장면이 나왔을 때 어색함도 덜했죠. 창욱 오빠가 워낙 연기를 잘하니까 세세하게 알려줬어요. 저도 키스신이 나올 때마다 어떻게 하면 예쁘게 보일까 고민하면서 찍었어요.“
두 배우의 엔딩 키스신과 함께 담요 키스신도 화제가 됐다. 촬영 현장에서도 두 사람의 키스신을 보기 위해 모든 스태프들이 다 구경을 나올 정도였단다.
“감독님과 고민을 많이 했어요. 리허설도 이렇게 저렇게 해보다가 감독님이 투샷으로 타이트하게 해서 롱테이크로 하자고 하셔서 찍었는데 3분 넘게 나오더라고요. ‘더 케이투’의 마지막 촬영 장면이었어요. 그래서인지 스태프들이 모두 참여했어요. 그래서 더 쑥스러웠죠.”
극중 김제하의 도움으로 라면을 먹을 수 있게 된 고안나가 아이처럼 춤까지 추며 기쁨을 표현했던 라면신에서 윤아는 ‘안나’라는 인물을 표현하기 위한 디테일을 놓치지 않았다.
“감독님이 고민을 많이 했던 장면이었어요. 어린 안나와 엄마가 함께 춤추는 영상을 보고 똑같이 따라했어요. 두 장면이 함께 등장하지 않아서 잘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가장 행복했던 때와 똑같은 춤을 추는 안나의 모습으로 안나가 가진 내면의 아픔을 표현하려 했어요. 창욱 오빠가 촬영을 하기 전에 이 신을 정말 잘해줬으면 좋겠다고 얘기했어요. 어떻게 나올지 기대를 많이 했던 장면이었는데, 방송도 만족스럽게 나온 것 같아요.”
윤아는 곧바로 차기작을 택했다. 임시완과 함께 ‘왕은 사랑한다’ 촬영에 돌입한다. 윤아는 고려 시대를 배경으로 세 남녀의 엇갈린 사랑과 욕망을 그린 격정 멜로 사극인 ‘왕은 사랑한다’에서 왕산 역을 맡았다. 왕산은 고려 제일의 거부 종실 제후 영인백의 외동딸로 탄성을 자아내는 아름다운 자태로 두 남자를 사로잡지만 이들의 관계를 파국으로 이끄는 매력적인 캐릭터다. ‘왕은 사랑한다’는 윤아의 국내 사극 첫 주연 작으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팩션 멜로 사극이다.
“중국 사극을 한 적은 있지만 한국에서는 처음이니까 또 다른 도전이죠. 시청자들이 윤아를 생각하는 이미지와 비슷한 캐릭터를 하는 게 좋을지, 아니면 상반된 모습의 이미지를 하는 게 좋을지 고민을 많이 해요. 예전과 비슷한 이미지의 캐릭터가 많이 들어오기는 해요. 예전에는 조바심이 있었는데, 지금은 조바심은 없어요. 안전하게 가는 것보다, 좀 더 다양한 도전을 하려고요. 그게 좀 더 배우의 길을 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더 케이투’를 통해 연기력을 입증한 윤아. 배우로 입지를 다진 그가 앞으로 어떤 연기를 선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 = SM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