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작년 10월 박근혜 대통령이 당시 경제수석이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구속)에게 미르재단 설립 준비 상황을 물었으나 실무 준비가 거의 되지 않은 사실을 알고 역정을 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그해 7월 24일 청와대로 대기업 총수 17명을 불러 오찬을 겸한 공식 간담회를 개최했다. 박 대통령은 공식 행사 때 "한류를 확산하는 취지에서 대기업들이 재단을 만들어 지원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주문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이날과 다음날에 걸쳐 청와대와 외부 모처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총수 7명과 개별 면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의 취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검찰은 안 전 수석과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상근부회장 등으로부터 박 대통령이 미르재단의 구상, 준비, 설립 과정에 각별한 관심을 두고 진행 경과를 챙겨봤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안 전 수석이 박 대통령의 질책을 받은 이후 다급해진 나머지 대통령의 의중이라 생각해 재단 설립 실무를 맡은 전경련과 승인 업무를 맡은 문화체육관광부를 강하게 압박하면서 `속도전`에 나섰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미르재단은 작년 10월 27일 문체부의 설립 허가를 받았다. 이 과정에 `초고속 법인 설립 허가`, `창립총회 회의록 거짓 작성` 의혹 등이 제기됐다.
재단법인 설립 허가에는 통상 3주의 시간이 걸리는데 문체부는 담당자를 굳이 서울로 출장 보내면서까지 두 재단 설립을 하루 만에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이유다.
재계에서는 갑자기 정해진 미르재단 출범일에 맞추기 위해 창립총회가 열리는 서울 팔레스호텔로 기업 관계자들이 출연증서와 법인 인감을 들고 모이라는 `소집령`이 떨어졌다는 증언이 쏟아져 나왔다.
전경련은 10월 25일 기금을 내라는 공문을 각 기업에 보내고 이튿날인 26일 설립 신청서를 냈다. 바로 다음 날인 27일 문체부는 설립을 승인했다.
지금껏 박 대통령은 두 재단이 민간 주도로 설립됐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그동안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경제단체 주도로 설립된 두 민간재단과 관련해 많은 의혹이 제기됐다"면서 두 재단이 청와대 주도로 설립됐다는 의혹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이후 두 차례의 대국민 사과에서 대통령은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었다고 했을 뿐 `청와대 주도설`에 관해서는 명백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