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사가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 파문을 개탄하며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글을 검찰 내부 게시판에 올렸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진현 서울동부지검 형사4부 부부장검사는 지난 1일 검찰 내부 게시판 `이프로스`에 시국을 개탄하는 격문을 작성했다.
박 검사는 이 글에서 "검찰의 칼로써 잘못된 정치, 관료 시스템과 풍토를 치료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박 검사는 "이번 수사는 정치 시스템의 정상 회복과 유지를 위해 직접 국민에 책임져야 할 중요하고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이 포괄수사를 통해 개인적 범죄를 밝히고, 더 나아가 이런 심각한 국기 문란 행위가 버젓이 유지될 수 있었던 구조적 원인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부정에 타협하고 부정을 이용하며 그에 편승하여 이익이나 권력을 취득, 유지하는 일부 잘못된 정치, 관료 문화`를 바꾸고 국민의 사그라진 희망을 되살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 검사는 또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 행위 자체도 어이없지만 그런 사람이 수년간 여러 공직자를 통해 국정 농단을 자행하면서도, 언론 보도 이전까지 전혀 견제되지 않은 채 더욱 깊숙이 곪아 들어가는 것이 가능했던 우리 정치 풍토에 대해 상당한 실망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이어 "평등과 정의라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향해야 하는 청와대, 정부, 대학 등 여러 분야에서 몇몇 분들은 심각한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을 알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외면하거나 타협, 용인하고 더 나아가 부정에 편승하여 자신의 안위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여 더욱 힘이 빠진다"고 말했다.
그는 검사로서 "현 정권 들어 법조인 출신들이 비서실장이나 민정수석 등 핵심 요직에 배치됐음에도 이런 사태가 방치된 점을 보면 면목이 없기도 하다"고 반성했다.
박 검사의 글 아래는 "여론을 중시하면서도 원칙에 입각해 정도를 걷는 냉철하고 치밀한 수사로 역사에 길이 남을 명품 수사가 되기를 바란다", "현 세태와 검찰의 역할에 대해 같이 고민해볼 수 있는 글을 올려주셔서 후배 검사로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등의 실명 댓글이 달렸다.
박 검사는 한양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연수원 31기를 수료한 후 광주지검, 대구지검 서부지청, 서울동부지검 등에서 검사로 근무했다. 평소 강직하고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태도로 선후배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졌다.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