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에게 범죄와의 전쟁을 올바른 방법으로 하라고 촉구했다.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참석차 라오스를 방문 중인 오바마 대통령은 8일 두테르테 대통령을 만났을 때 어떤 대화를 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범죄 조직만큼 비열하고 피해를 줄 수 있는 만큼 올바르게 범죄와 전쟁을 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잘못된 방법으로 했을 때 무고한 사람이 다치고 문제를 풀 수 없는 많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에 직면한다"고 지적했다.
필리핀에서 지난 6월 말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마약과의 전쟁으로 지금까지 3천 명 가까운 마약 용의자가 재판도 거치지 않고 경찰이나 자경단 등에 총에 맞아 죽은 것과 관련, 법치 실종과 인권 침해를 꼬집은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참석 정상들의 만찬에 앞서 대기실에서 2분가량 만났다.
이를 놓고 페르펙토 야사이 필리핀 외무장관은 "양국이 아주 견고하고 강한 관계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하며 대회 내용은 공개하지 않은 반면 백악관의 한 관리는 "짧은 대화로 사교적 인사가 오갔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은 아세안정상회의 첫날인 지난 6일 회담할 예정이었으나 두테르테 대통령의 욕설 파문으로 취소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5일 라오스 방문길에 오르며 "나는 미국의 꼭두각시가 아니다. (오바마가 필리핀의 마약 용의자 사살 정책에 관해 묻는다면) 개XX라고 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접한 오바마 대통령은 "생산적이고 뭔가를 이룰 수 있는 정상회담만 한다는 점을 확실히 하고 싶다"며 회담을 취소했다.
파장이 커지자 두테르테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 공격으로 생각됐다면 유감"이라며 꼬리를 내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라오스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의 이런 발언에 대해 "개인적으로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그가 교황이나 다른 사람들을 향해 반복적으로 써온 말인 것 같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필리핀 방문 때 도로 통제로 교통 체증이 빚어지자 교황을 `매춘부의 자식`이라고 욕했다가 사과와 기도를 하기 위해 바티칸에 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