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의 브라운관 복귀라 의미가 컸을 거다. `굿와이프`를 복귀작으로 정한 것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었다. 그만큼 쉬운 드라마가 아니었다. 촬영하면서 눈물을 쏟았을 정도니까. 하지만 전도연은 결국 해냈다. 시청률도 좋았고, 좋은 동료, 스태프도 남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도연`이라는 배우의 필모그래피에 한 획을 그을만한 작품이었다.
tvN 금토 드라마 `굿 와이프`(한상운 극본, 이정효 연출)에서 평범한 아내에서 15년 만에 변호사로 복귀한 여자 김혜경을 연기한 전도연. 그가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종영 소감을 전했다.
# 결말이 충격적이다. 김혜경과 이태준(유지태)이 쇼윈도 부부로 남았다. 커튼콜 형식의 엔딩도 인상 깊었다.
"감독님께 `저는 혜경이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선택을 지지해주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보면 쇼윈도 부부라고 말할 수 있지만 누구와도 결론이 지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서로에게 값진 좋은 결말이었던 것 같다. 이태준이란 인물이 마냥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15년 살면 미운 정, 고운 정이 들지 않나? 그래서 혜경이가 태준이를 이해하게 된 거다. 그 넓은 어깨가 작아 보이는 순간이 있더라. 혜경이 태준을 따뜻하게 한 번 안아주면 어떨까 싶더라. 커튼콜 형식은 정말 멋진 엔딩이었다고 생각한다"
# 미드 `굿와이프`는 지난 2009년 첫 방송을 시작해 전미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시즌 7까지 나왔을 정도로 사랑받은 드라마다. 그래서 `원작을 넘어설 수 있을까?`라는 우려도 있었다.
"원작이 존재하는 작품이라 한국적으로 너무 많이 바꿔도 욕먹고, 원작을 그대로 따라 해도 욕먹을 것 같았다. 그런데 우리 드라마는 그 사이에서 외줄 타기를 잘한 것 같다. 미드를 2화까지 봤는데 정서적으로 너무 다르더라. 그래서 참고하면서 연기하진 않았다"
# 주름살이며 주근깨를 화면에 그대로 노출할 정도로 자연스러움을 강조했다. `여배우가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다. HD 화면 앞에 두려움 없는 배우가 몇이나 될까? 처음에는 주름이 눈에 거슬린다던 시청자들도 있었다.
"자연스러운 게 좋다. 내가 편해야 한다. 내가 편해야 시청자도 편하게 볼 거라 생각한다. 피부 트러블이 나서 선크림도 못 바르고 촬영했더니 주근깨가 올라오더라. 촬영 감독님이 슬쩍 와서 말해주셨는데 `그냥 두라`고 말했다. 촬영 초반에 긴 머리도 너무 거추장스러워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나이가 더 들면 나도 주름도 없애고 더 신경을 많이 쓰겠지만 지금은 이대로가 좋다"
# 드라마 촬영장은 영화 촬영장과 다르게 바쁘게 돌아간다고 들었다. 수면부족과 쪽대본 때문에 버거웠다고 하는데 한동안을 드라마에서 전도연을 볼 수 없는건가?
"드라마 현장이 너무 힘들어서 매일 도망치고 싶었다. 근데 막상 끝나고 나니까 배우들과 스태프와 행복했던 시간이 더 많이 생각나더라. 시즌 2? 그냥 우아하게 영화배우 하고 싶다. 근데 감독님 말씀처럼 드라마가 중독성이 있더라. 얻은 게 많기 때문에 절대로 드라마를 안 하겠다는 마음은 없다"
전도연은 기자간담회 중간중간 휴지로 눈물을 훔쳤다. 힘들어서일까. 아쉬움 때문일까. 테이블 위에는 휴지가 쌓여갔다.
"혜경을 떠나보낸 상실감이 커요. 전도연보다 김혜경으로 산 시간이 더 많은 것 같아서 허전해요"
(사진=매니지먼트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