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정부가 심각한 저출산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도입한 `생식(生殖)의 날` 캠페인이 단단히 역풍을 맞으면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고.
1일 일간 라 레푸블리카, 뉴스통신 안사 등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오는 22일을 `생식의 날`로 정하고 이번 주부터 소셜미디어 등에서 다양한 홍보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이탈리아 보건부에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는 것.
보건부는 `아름다움에는 나이가 없지만, 생식력에는 나이가 있다`는 문구 옆에 젊은 여성이 모래 시계를 들고 있는 사진을 담은 광고, 침대 위 이불 밖으로 커플의 발이 삐져 나온 사진을 배경으로 `젊은 부모, 창의적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문구가 담긴 광고 등을 선보였다고.
<이탈리아 `생식의 날` 캠페인 광고(작가 로베르토 사비아노 페이스북 캡처)>
그러자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 이용자뿐 아니라 정치인들도 이 같은 홍보는 성 차별적일 뿐 아니라 난임 부부, 일자리가 없어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지 못하는 청년층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반발,정부를 비난하고 나섰다고 한다.
한 정치인은 "이탈리아인 500만명을 절대 빈곤 상태로 내몬 정부가 `생식의 날` 캠페인에 재원을 쏟아붓는 것은 웃기는 일"이라며 "정부는 모든 것이 잘 돌아가고 있고, 국민이 주머니에 두둑한 돈을 갖고 있으며, 위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정말로 믿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기도.
집권 민주당(PD)의 델리아 무레르 의원도 "생식과 임신이라는 민감한 주제에 이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이런 광고로 젊은 여성에게 압박을 가하기 보다는 이탈리아 젊은이들이 집을 떠나고,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같은 경제적인 측면에 대한 더 광범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
반(反) 마피아 작가로 유명한 로베르토 사비아노는 "정부 캠페인은 임신을 할 수 없는 사람,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아이를 갖고 싶어도 못 갖는 청년층 모두에게 모욕감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탈리아의 청년 실업률은 무려 39.2%로 유럽연합(EU)에서 그리스, 스페인에 이어 3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로렌친 보건부 장관은 "`생식의 날`은 안전한 성관계부터 불임 치료에 이르기까지 생식과 관련된 전반적인 사항을 논의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캠페인에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역설.
한편, 이탈리아는 현재 여성들의 합계 출산율이 1.39명으로 EU 꼴찌인데 작년에 출생한 아기는 48만8천명에 그쳐 1861년 공화정 출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저출산 현상이 심각한 국가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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