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의 여왕>의 주인공은 오지랖 넓은 아줌마다. 서울 신림동 고시원에 있는 아들에게 수도 요금 120만 원이 청구되자 곧바로 보따리를 싸 들고 상경한다. 아들의 타박을 무릅쓰고 고시원 이곳저곳을 탐문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사건과 맞닥뜨린다. 박지영이 원톱 주연으로 나섰고, 조복래, 허정도, 백수장, 김대현, 이솜 등이 출연한다.
<범죄의 여왕>은 한국 영화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광화문시네마`의 세 번째 작품이나 이요섭 감독의 첫 장편 영화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연출을 맡은 이요섭 감독을 만나봤다.
Q. <범죄의 여왕>이 첫 장편 데뷔작이다. 영화 보고 엄마 생각이 많이 났다. 아줌마를 주인공으로 한 이유가 있나?A. 이전에 단편에서도 여자가 주인공인 영화를 찍었는데, 어머니 얘기는 없었다. 전부터 하고 싶은 얘기였다. <범죄의 여왕>을 만들면서도 어머니 생각을 많이 했다. 미경의 겉모습이나 내면도 어머니와 비슷하다. 꾸미기 좋아하는 느낌의 여자 같은 어머니다. 어머니가 영화를 어떻게 보셨을지 모르겠다.
Q. 그 정도면 어머니 헌정 영화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어머님이 멋쟁이신가?A. 맞다. 소싯적에는 사진작가가 사진을 찍어주기까지 했다더라.
Q. 어머니 얘기를 굳이 스릴러 장르로 한 이유는 뭔가?A. 그건 내 취향 때문이다. 어떤 소재를 선택하면 누군가는 멜로나 코미디로 엮어가는데 나는 항상 어떤 사건을 모티브로 일어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하드 보일러나 스릴러를 봤을 때 마초적인 남자가 담배 피우는 모습이 생각되는데 그런 영화를 보는 건 좋아하는데 만들 때는 인물을 바꾸고 싶다. 그런 느낌을 좋아한다.
Q. 미경이 서울로 올라온 이유가 수도요금 120만 원 때문이다. 굳이 120만 원이라고 설정한 이유가 있나? 고시원에서 수도 요금이 그렇게 나왔다는 게 비현실적인데.A. 수도요금이 그정도로 나오려면 엄청 큰 목욕탕 정도는 돼야 한다더라. 그런데 아들이 `엄마 나 30만 원 나왔어`하면 미경이 안 올라올 거 같은 거다. 아들이 보고 싶어서 핑곗김에 서울로 올라왔다고 해도 아들이 내려가라면 `알았어, 내려갈게` 할 수 있는 금액이지 않나. 미경한테 부담스러운 돈이라는 걸 강조해주고 싶었다. 듣자마자 열 받아서 바로 서울로 올라올 수 있는 금액.
Q. 영화에 안재홍과 황승언이 잠깐 등장했다. 광화문 시네마 영화 <족구왕>의 배우들인데, 출연하게 된 이유가 있나?A. 아기자기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족구왕>을 본 관객이라면 눈치챌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족구왕>이 대학 생활을 그린 영화인데 그들이 청춘의 시기를 보내고 성장해서 <범죄의 여왕>에도 등장한 거라고 봐주시면 될 거 같다.
Q. 광화문 시네마만의 특징이다. 영화 끝나고 다음 작품 쿠키 영상을 띄우는데 제목이 <소공녀>다. 이야기해달라.A. 광화문 시네마의 다음 타자 전고운 감독의 작품이고 현대판 거지 이야기라고 쉽게 정리할 수 있다. 미소라는 여자 주인공은 30대 초반인데, 이 친구는 담배와 위스키 한 잔을 즐기는 게 인생의 낙이다. 이게 전부다. 이 이상은 욕심도 안 부리고 자기 방, 담배, 위스키만 있으면 된다. 그런데 담뱃값과 월세가 오른다. 미소는 선택을 해야 한다. `담배를 끊을 것인가, 집을 버릴 것인가` 선택의 갈림길에서 담배를 선택한다. 그리고 만나고 싶었던 친구들을 찾아 재워달라고 하면서 집을 옮겨 다니는 내용이다.
Q. 광화문 시네마의 영화를 보면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얘기를 해주는 것 같다. <1999, 면회>, <족구왕>, <범죄의 여왕>, <소공녀>까지.A. 의도한 게 아닌데 대부분 느끼는 게 비슷하니까 그렇게 되는 것 같다. 현재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삶을 엿보는 이야기에 흥미를 갖게 되더라.
Q. 마지막으로 관객들이 <범죄의 여왕>을 왜 봐야 하는지 말해달라.A. 말하고자 하는 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이 영화를 통해 엄마의 다른 모습을 보길 원한다. 엄마가 집에서는 밥 차려주는 사람이지만 여자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두 번째는 청춘에게 너무 목표지향적인 삶을 살지 말라고 해주고 싶다.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고 주변을 보면서, 옆 사람을 같이 챙겨서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사진=콘텐츠판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