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지영은 영화 <범죄의 여왕>에서 미경역을 맡았다. 지방에서 미용실을 운영 중인 미경은 하나뿐인 아들 익수(김대현)에게 수도요금 120만 원이 나왔다는 전화를 받고, 곧장 서울로 향한다. 그리고 수도요금 120만 원의 뒤에 숨겨진 사건을 파헤치게 된다.
27년간 배우생활을 한 박지영은 유난히 이번 작품에 애정이 간다고 했다. 영화에서 실제 그녀의 모습이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배우가 작품에서 자신을 만난다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이요섭 감독과 많은 상의를 했기 때문. 둘은 미경을 그려내기 위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
"영화에서 실제 제 모습이 많이 보여요. VIP 시사회에서 가족들이 영화를 보고 "저랑 많이 닮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 영화에 애착이 더 가는 것 같아요. 저와 미경이 닮아야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았죠. 그래서 감독님과 상의를 많이 했어요. 미경은 사랑이 많고 자존감이 높은 여자예요. 보통 아이를 낳으면 누구 엄마`라고 불리잖아요. 저 역시도 `박지영 씨, 지영아`라고 이름으로 불리는 게 좋아요. 대개 현장에서 저를 부르는 말이죠"
박지영은 <범죄의 여왕>을 `선물 같은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VIP 시사회 때는 무대인사 도중에 눈물을 흘렸다고. 그녀가 운 이유는 가족에 있었다.
"시사회 날, 제가 바쁘니까 가족들이 근처에 오지도 못했어요. 딸들이 멀리서 저를 보는데 `엄마 잘했어` 이런 눈빛을 보내더라고요. 살면서 이런 날이 없었던 것 같아요. 다음 날 둘째 딸이 편지를 써놨어요. `엄마, 너무 자랑스럽고. 할머니가 엄마를 보는 눈이 딸을 너무 자랑스러워하는 눈이었어. 나도 그런 딸이 될게`라고요. 영화의 흥행도 물론 중요하죠. 그런데 그냥 이것만으로도 선물을 받은 것 같아요"
그녀는 어머니이자 배우다.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좋은 엄마지만 배우로서의 매력도 충만하다. 그녀는 여전히 꿈을 꾸는 배우다. 박지영이 2013년에 낸 `밥+꽃`이라는 책이 있다. 음식에 관한 에세이와 함께 요리법이 담긴 책인데, 인상 깊은 구절이 담겨 있다. `여전히 아카데미 시상식 날이면 잠이 오지 않는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꼭 봐요. 사실 그 사람들은 영어로 말하기 때문에 뭐라고 하는지도 잘 몰라요. 그런데 가슴이 막 뜨거워지고, 흥분돼요. 아카데미 시상식은 배우의 꿈이죠. 저도 한 60살 정도에 모든 사람이 인정해줄 때 그 상을 타고 싶어요. 희망이 있다고 생각해요"
엄마가 된 후에도 배우라는 이름을 놓지 않는 그녀는 진짜 배우다. 도전도 마다하지 않는다. 단편영화, 저예산영화 등 가리지 않고 도전한다.
"저는 흥미로운 것을 좋아해요. 어차피 배우는 많잖아요. 나만의 무언가가 있어야 유일한 존재가 되는 거죠. 내 삶을 충실히 살다보면, 언젠가 그 색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신랑은 저를 `가방 싸는 여자`라고 불러요. 촬영 전날에 풀 세팅을 해서 대문 앞에 딱 놓거든요. 촬영이 새벽이어도 달려가죠. 그게 제 장점인 것 같아요"
2016년은 박지영의 해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다. <범죄의 여왕>은 물론
SBS 월화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와, SBS 수목드라마 `질투의
화신`에 연이어 출연한다. <범죄의 여왕>은 25일 개봉해 현재 상영중이다. 멋진 아줌마 미경을 보고싶다면 극장으로 달려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