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20대 여성이 음주 상태에서 역주행하다 정면충돌 사고를 내 60대 노부부가 크게 다쳤는데도 정작 처벌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경기 양평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5월 13일 오전 0시 30분께 경기도 양평군의 한 편도 2차로 중 1차로에서 최모(66)씨 부부가 타고가던 쏘나타 승용차가 마주오던 권모(21·여)씨의 아우디 승용차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 사고로 최씨 부부가 크게 다쳤다.
권씨는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0.098%로 운전하던 중 길을 잘못 들어 반대편 차로를 달리다 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권씨에 대해 도로교통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초범이고 도주우려가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기각했다.
이후 권씨는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고 있으며, 동승자 이모(21·여)씨도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다.
이 사고는 피해자 최씨 아들이 한 인터넷 사이트에 사고 블랙박스 영상과 장문의 글을 올리면서 네티즌들에게 알려지게 됐다.
최씨 아들은 글에서 "이 사고로 어머니는 고관절 및 슬관절 파손으로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후 입원 중이고 아버지는 늑골 골절과 장 절제로 배변주머니를 차는 신세가 됐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 이 순간에도 영상을 보면 부모님의 비명소리에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프다. 손이 떨리고 눈물이 흐르는 걸 주체할 수가 없다"며 "우리 사회가 음주운전에 대해 얼마나 관대한지, 많은 분에게 경각심을 드리고자 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다. 부디 저희와 같은 아픔이 다신 없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저희 가정을 파탄 낸 가해자에게 엄벌을 촉구한다"며 "사법부는 가해자가 어리고 초범이라는 이유로 선처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글에 누리꾼들은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힘내시고 용기 잃지 마세요. 마음이 아픕니다. 가해자 엄벌해야 합니다", "정말 말도 안나오네요. 피의자들 강력하게 처벌하여 이런 사건의 본보기가 됐으면 합니다"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사고는 2개월 지났지만, 피의자들은 아직 검찰에 송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양평경찰서 관계자는 "교통사고 피해자 신체에 장애가 예상되는 경우, 일정 시간이 흘러야 의사가 장애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며 "피해자의 신체피해 정도가 더욱 심각하단 점을 수사기록에 첨부해 검찰과 조율한 뒤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