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학중 사망한 여대생이 남자친구의 폭력에 시달린 정황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21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일본 유학중 사망한 한국인 여대생, 임하나(가명) 씨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 집중 취재하고 사체에 남아있던 단서를 통해 사건의 실체를 파헤쳤다.
지난해 5월 임하나씨는 일본 유학중 교통사고로 의식을 잃고 응급실에 실려 왔다.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은 하나씨의 남자친구가 그의 부모님께 알렸고, 하나씨의 부모님은 곧바로 일본으로 향했다.
하지만 딸이 있는 곳은 응급실이 아닌 경찰서의 시신보관실이었다. 2015년 5월26일 아침 7시2분, 스물 셋 하나씨는 가족이 도착하기도 전, 숨을 거뒀다. 그리고 경찰은 남겨진 가족들에게 하나씨의 죽음이 타살인지, 교통사고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부부가 8개월 만에 만난 딸의 모습은 너무도 참혹했다. 입도 다물지 못한 채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눈을 감은 하나씨, 그녀의 사인은 출혈성 쇼크였다. 몸 안에 뼈들이 부러지고 장기가 손상되었고, 장기를 보호하는 복막들까지 망가져 있었다.
놀랍게도 경찰이 지목한 용의자는 처음 부부에게 전화를 걸었던 남자, 바로 하나 씨의 남자친구, 김재민(가명)이었다. 하나 씨는 학교 근처의 맨션에서, 사망하는 날까지 57일간 김 씨와 함께 살았다. 처음 하나 씨를 응급실로 데려온 사람도 김 씨였다. 그의 말에 따르면, 집안 화장실 욕조 안에 쓰러져 있는 하나 씨를 발견했고 이후 하나씨를 업고 밖으로 나와 지나가는 행인에게 도움을 요청, 119에 신고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날, 가장 먼저 응급실로 찾아왔던 하나 씨의 친구는 뜻밖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병원에서 만난 남자친구 김 씨 곁에 또 다른 여자, 김소라(가명)가 있었다는 것이다.
하나씨의 친구는 “경찰이 (김 씨한테) 무슨 관계냐 물어봤는데, 머뭇머뭇 하다가 사귀는 사이라고 얘기 하더라고요. 내가 잘못 들었나 싶어서 다시 물어봤거든요. 하나는 약혼녀고, 그 여자는 여자친구라고 했어요”라고 증언했다.
보통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그의 답변에 경찰마저 당황스러워 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김소라 역시, 하나씨의 집에서 함께 살았다고 한 점이다.
의문스러운 점은 또 있었다. 두 사람이 동거를 시작한지 5일만에 임하나 씨가 계단에서 넘어졌다며 치과를 찾은 사실이 확인된 것. 당시 하나씨를 진료한 치과의사는 ‘그것이 알고싶다’에 하나씨가 폭행을 당한 것으로 의심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9일, 일본 고베 법원에서는 하나씨 사건을 두고 첫 공판이 열렸다. 재판은 4일간 진행되었는데, 남자친구 김 씨는 눈물로 억울함을 호소하며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다. 그는 재판 중 “솔직히 억울하다”며 “저를 의심하는 것도 속상하고요. (하나를)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일본 경찰이 하나씨와 남자친구의 대화를 복원한 기록을 보면 김재민은 “너 거짓말 한 거 있음 지금 바로 이야기 해라” “기회줄 때 뒤지기 싫음” “아니면 오늘 집와서 함 박살나보자” 등 매우 폭력적인 모습이었다.
또 김재민은 임하나에게 돈을 요구했고, 하나 씨가 삼촌에게 부탁했지만 돈을 못 구했다고 답하자 비난을 퍼부은 점도 확인됐다.
뿐만 아니다. 김재민과 교제했다는 또 다른 여성은 “모른 척 할 수가 없었다. 저도 그럴 수 있었다”며 김재민에게 폭행을 당하고 돈을 주기도 했다고 털어놔 충격을 자아냈다.
이날 방송 말미 ‘그것이 알고싶다’의 MC김상중은 취재 중 찾은 자료를 일본법원과 공유할 것 이라고 밝히며 “우리나라와 일본의 사법 체계는 다르지만 똑같은 것이 있다. 죄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피고인에게 조금 더 너그러운 벌을 내린다는 점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