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에릭남·솔라가 ‘우리 결혼했어요4’ 새 커플로 합류했다. 첫 방송이 전파를 탔던 2008년부터 가장 최근 투입된 에릭남·솔라까지 지금껏 40쌍이 넘는 가상커플들과 함께한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는 가상과 실제의 경계를 오가는 각양각색 커플들의 매력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에릭남과 솔라가 ‘우결’의 역대급 커플로 자리매김할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역대 ‘우결’의 전성기를 주도했던 레전드 커플들을 소환해봤다.
▲ "아직 귓가에 맴도는 `서방~`" 크라운제이-서인영
‘우결’ 레전드 커플 중 가장 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은 커플은 단연 ‘개미커플’일 것이다. 이 커플의 별명인 ‘개미’는 크라운제이가 서인영이 가는 미용실에 가서 머리에 염색을 하면서 지어진 별명으로 짧은 머리를 가진 크라운제이의 머리 형상을 빗댄 것에서 따왔다. 2008년 시즌 1에서 가상부부로 호흡을 맞춘 가수 크라운제이와 서인영은 ‘우결’의 전성기를 이끈 대표 커플 중 하나다. 서인영과 크라운제이는 서로 다른 성격과 가치관 탓에 늘상 티격태격했지만, ‘신상’ 앞에서만큼은 일심동체였다. 신상품의 줄임말인 ‘신상’은 두 사람이 ‘우리 아기’라고 부를 정도로 애착을 가지는 흰 운동화와 하이힐을 이르는 말이었다. 이후 새로 나온 상품을 재빠르게 구입하는 여성들을 가리켜 `신상녀`라는 신조어가 탄생하기도 했으며, 서인영의 버섯 머리와 패션, 구두까지 유행이었다.
서인영은 크라운제이를 "서방~"이라 부르던 애교 가득한 모습 이면의 드센 이미지 때문에 ‘마녀’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당시 ‘센 언니’ 콘셉트가 흔치 않았던 만큼 그의 악녀 이미지는 파격적이었지만 크라운제이와의 케미 덕분에 긍정적인 이미지로 자리 잡으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또 당시 크라운제이가 서인영에게 이벤트를 하며 불러준 ‘Too Much`는 정식 음원으로 발매돼 큰 인기를 얻기도 했으며, 두 사람은 최근까지도 SNS를 통해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여전한 우정을 과시했다.
▲ "뽀뽀하고 싶소~" 알렉스-신애
“난 그대 작은 창가에 화분이 될게요~” 지금은 각각 한 남자의 아내이자, 남자친구가 된 알렉스, 신애 역시 ‘알신커플’로 불리며 시즌 1의 인기를 이끌었던 커플이다. 로맨틱함의 `끝판왕`이었던 알렉스의 러브송 ‘화분’은 ‘알신커플’의 테마곡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이와 함께 ‘뽀뽀하고 싶소’가 유행하기도 했는데, 이는 알렉스가 신애에게 뽀뽀를 원한다며 부른 곡으로 `하찌와 TJ`의 `남쪽끝섬`의 후렴구인 `뽀뽀하고 싶소`를 특히 강조해 불러 게스트들로부터 능글맞고 느끼하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특히 방송 중 신애의 발을 씻겨주거나 예쁜 도시락을 싸고 집안 살림을 척척 해내는 알렉스의 주부 9단스러운 모습은 ‘알순댁’이라는 별명과 함께 지금까지 회자되는 명장면. 이후 알렉스는 남성들의 공공의 적으로, 여성들에게는 감미로운 남자의 대명사로 이미지를 굳혔다. 최근 알렉스는 “‘우결’에서 발 한 번 잘못 닦아줬다가 난리가 났다. 그래도 당시 10대였던 시청자분들이 이제는 직장인이 돼 추억의 콘텐츠가 된 것 같다”라고 회상하기도 했다.
▲ "기억나요, 앤솔추진위" 앤디-솔비
‘앤솔커플’은 가상커플로서 가장 이상적인 형태였다. 다른 성격 탓에 싸우는 날이 많았던 `개미커플`이나, 너무 로맨틱해서 현실감 없었던 ‘알신커플’과는 달리 가장 현실 커플의 모습과 가까운 `알콩달콩`이었다. 특히 가상과 실제의 경계를 오가며 진심을 내비췄던 두 사람의 모습에 많은 시청자들이 두 사람이 실제 연인이 되길 응원하는 ‘앤솔 커플 추진위’가 있었을 정도였다.
특히 김장편, 도시락편 등에 등장한 실제 솔비 어머니는 앤서방을 챙기는 모습으로 깨알 재미를 더했다. 여기에 솔비가 가끔 어머니에게 요리 방법 등을 앤디 몰래 물어보는 장면은 귀여운 새댁의 모습으로 비춰지며 웃음을 안겼다. 커플링 에피소드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당시 솔비는 반지를 분실한 이후 스튜디오에서 눈물을 보이는 등 내심 괴로워했다. 이로 인해 앤디와 솔비는 서로에게 미안한 마음에 커플링을 각자 몰래 준비했고 결국 이들은 커플링을 2개씩 갖게 되는 행복한 결말을 맞기도 했다.
▲ "1년 3개월, 최장수 커플" 조권-가인
‘우결’ 역사상 최고의 커플로 꼽히는 ‘아담커플’은 시즌 2의 전성기를 이끈 주인공이다. 연상연하 커플이었던 두 사람은 가장 폭 넓은 연령층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던 커플. 타고난 끼와 애교로 가득한 조권과 털털해 보이지만 의외로 여린 면모를 보였던 가인의 호흡은 완벽했고, 이후 두 사람은 MBC 시트콤 ‘몽땅 내 사랑’에 함께 출연하거나 ‘우리 사랑하게 됐어요’ 등 음반 작업을 통해 꾸준히 남다른 호흡을 과시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무엇보다 수줍게 스킨쉽을 시도하는 조권에게 “뽀뽀할거면 남자답게 당당히 하라”고 리드하는 가인의 거침 없는 모습은 깨알 재미 포인트였다. 여기에 ‘꼬꼬마 신랑’으로 불렸던 조권은 평소 무뚝뚝한 가인에게 안아달라고 조르는 등 철부지 동생처럼 굴다가도 낯선 상황에서는 가인을 보호하는 든든한 모습으로 누나들이 꿈꾸는 전형적인 연하남의 매력을 선보였다. ‘아담커플’의 인기 덕분에 하차설이 불거졌을 당시 시청자 게시판은 반대의 목소리로 가득 채워지기도 했고 두 사람이 실제 연인 사이로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지지하는 시청자들도 많았다. 신세대 연상연하 커플의 신선한 매력과 연기와 실제를 헷갈리게 만들만큼 두 사람의 찰떡궁합이 돋보였던 커플이었다.
▲ "돈돈~나하고 같이 놀아야지~" 정형돈-사오리
개그맨 정형돈과 일본 출신 예능인 사오리를 기억하는가. 2008년 ‘우결’ 전성기에 등장했던 이들은 전혀 로맨틱하지 않은 분위기로 오히려 현실적이라는 평을 들으며 나름의 인기를 얻었다. 두 사람 사이엔 다른 가상부부 같은 달달한 분위기, 로맨틱한 이벤트는 없었고 실제 결혼생활의 리얼함을 담아낸 듯 무미건조했다. 당시 정형돈은 늘 소파 위에 누워 TV를 보는 게으른 모습 외에도 집안 살림은 당연히 여자가 해야 한다는 권위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가장의 모습으로 10만 여성 안티 팬을 양산하기도 했다. 매번 주어지는 미션 수행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정형돈에게 사오리는 탄산음료와 인스턴트 식품으로 그를 달래곤 했다.
처음부터 달달함이라곤 없었던 두 사람. 그중 인라인 스케이트 에피소드는 두 사람의 갈등이 극에 달했던 장면이다. 정형돈과 사오리는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기 위해 함께 공원을 찾았지만, 정형돈이 농구에 열중하면서 사오리 혼자 인라인을 타게 됐다. 이에 사오리는 불만을 제기했고, 정형돈 역시 “남자가 운동에 집중해 있을 때는 옆에서 간섭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해 다시 한 번 사오리를 실망하게 만들었다.
방송 초반에는 정형돈의 이같은 모습이 현실적인 대한민국 30대 가장의 전형으로 대변되면서 남성들의 지지를 받기도 했다. 무심한 정형돈과 그런 그를 다독이는 사오리의 모습에서 의외의 웃음을 유발하기도 했으나 후반부에는 지나치게 이기적인 모습이 불편하다는 의견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이후 계속된 무관심에 지친 사오리가 결국 정형돈에 이혼을 요구했고, ‘우결’ 역사상 최초이자 마지막인 이혼으로 방송 8화 만에 하차 수순을 밟게 됐다. 정형돈-사오리 커플은 스튜디오 안에서 게스트끼리도 편을 갈라가며 의견이 분분했을 정도로 이슈를 만들기도 했다.(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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