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수원 FC |
웬만한 축구팬들도 주목하지 않았던 경기였지만 축구장에서 만들어질 수 있는 사연은 어지간해서 다 만들어졌다. 감독의 교체 카드가 기막히게 적중한 `신의 한 수`부터 90분에 터진 `극장 골`, 1부리그 승격 `첫 승리`에 이르기까지 일요일 오후 축구장을 찾아온 축구팬들은 보기 드물게 풍성한 종합 선물 세트를 받아들었다.
조덕제 감독이 이끌고 있는 수원 FC가 3일 오후 2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6 K리그 클래식 3라운드 광주 FC와의 홈 경기에서 종료 직전에 주장 이승현이 터뜨린 결승골에 힘입어 2-1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1부리그(K리그 클래식) 승격 후 기념비적인 첫 승리 기록을 만들어냈다.
4월 첫 주말과 휴일에 벌어진 K리그 클래식 6경기 중에서 무려 5경기가 한 골 승부로 끝났다. 더구나 4경기의 최종 점수판이 2-1이었으니 보통 인연이 아닌 듯하다. 축구 수도라는 자긍심이 느껴지는 수원시를 연고로 하는 수원 블루윙즈도 2-1로 하루 전 시즌 첫 승리(4월 2일 토 오후 2시, 빅 버드)를 거뒀고, 올 시즌 처음으로 K리그 클래식에 도전장을 내민 수원 FC도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1부리그 승리 기록을 똑같이 2-1로 남긴 것이다. 보기 드문 축구장의 순간들이 인상적으로 남은 명승부였다. 다음 세 가지 포인트가 특히 돋보였다.
1.골잡이 정조국, 3경기 연속골 득점 선두 질주
원정 팀 광주 FC는 올 시즌 천군만마를 얻었다. FC 서울에서 뛰던 골잡이 정조국을 데려왔기 때문이다. 박주영과 함께 청소년대표팀 시절 위력적인 투 톱으로 이름을 떨치던 그가 최근 몇 년 간 전 소속팀인 FC 서울에서 점점 설 자리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큰 기대를 모으지는 않았지만 광주 FC의 노란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정조국은 서른 둘 완숙미가 느껴질 정도로 물이 올랐다.
정조국은 득점 없이 시작한 후반전 초반에 선취골을 터뜨리며 또 한 번 축구팬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49분, 광주 미드필더 김민혁이 1차 슛한 공이 수원 FC 수비수 레이어의 몸에 맞고 흐른 것을 정조국이 기다렸다는 듯 왼발 인스텝 슛으로 왼쪽 구석에 꽂아넣었다. 오른발-왼발 할 것 없이 양발 모두 자유자재로 쓸 수 있다는 것이 골잡이에게 무엇보다 큰 강점이라는 사실을 정조국이 웅변하는 순간이었다.
정조국은 이 선취골로 3경기 연속골 행진을 이어가며 득점 랭킹 단독 선두(3경기 4득점, 경기당 1.3골) 자리를 굳게 지켜냈다. 아직 그가 꽤 쓸만한 골잡이라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는 중이다.
2.조덕제 감독 `신의 한 수`
후반전 초반에 선취골을 얻어맞은 홈 팀 수원 FC의 조덕제 감독은 60분에 중대 결단을 내려 선수 교체를 단행했다. 이재안 대신 벨기에 국가대표 출신의 골잡이 마빈 오군지미를 들여보낸 것이다. 시즌 시작 전부터 이동국, 김신욱(이상 전북 현대), 황의조(성남 FC), 양동현(포항 스틸러스), 이정협(울산 현대) 등 토종 골잡이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던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오군지미는 들어온지 10분만에 왼발 대각선 유효 슛을 터뜨리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알렸고 대역전승의 실질적인 주역이 되었다. 83분에 키다리 미드필더 김근환의 헤더 패스를 받아 왼발로 귀중한 동점골을 터뜨린 것이다. K리그 클래식 데뷔전 데뷔골의 영광을 누린 것이다.
오군지미의 활약은 이것도 모자라 종료 직전에 터진 이승현의 역전 결승골 과정에서도 유연한 발목 기술을 자랑하며 왼발 슛으로 간접 어시스트에 성공했다. 광주 FC 골문 오른쪽 기둥을 때리기는 했지만 바로 앞 이승현 앞으로 굴러가게 한 것이다. 오군지미의 왼발 슛 세 개 중 두 개가 동점골-역전골로 이어졌으니 수식어가 더이상 필요없는 수원 FC의 에이스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겠다.
3.극장 골 `수원 FC` K리그 클래식 승격 첫 승리 환호성
팀을 창단한지 13년밖에 안 된 수원 FC는 내셔널리그-K리그 챌린지를 거쳐 차근차근 1부리그 K리그 클래식 무대에까지 올라온 입지전적인 클럽이다. 지난 해 대구 FC와 펼친 K리그 챌린지 플레이오프는 물론, 부산 아이파크와 맞붙은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연거푸 승리를 거두며 당당히 한국 축구 최고의 무대에 설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아무리 수원 FC의 상승세가 이어진다고 해도 뼈대 굵은 K리그 클래식 팀들의 텃세가 보통 아닐 것이라 예상했다. 수원 FC의 클래식 첫 승 기록이 기다려진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패배 기록 하나 없이 세 경기만에 역사적인 첫 승리 기록을 남길 것이라 예상한 축구 전문가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 중심에 키다리 미드필더 김근환과 주장 완장을 찬 날개공격수 이승현, 그리고 야심차게 데려온 유능한 골잡이 오군지미가 있었다. 83분에 김근환의 헤더 도움을 받아 천금의 동점골을 기록한 오군지미는 종료 직전에도 역습 기회에서 김근환이 절묘하게 힐킥으로 밀어준 공을 받아 왼발 슛을 터뜨렸고 그 공이 광주 FC 골문 오른쪽 기둥에 맞고 나오는 바람에 이승현의 역전 결승골을 간접적으로 돕는 역할까지 해냈다. 그 시간이 정규 시간 90분을 몇 초 앞두고 있는 순간이었기에 이른바 `극장 골` 수식어가 붙었다. 수원의 홈팬들이 더욱 기뻐할 수밖에 없었다.
2016 K리그 클래식 3라운드 결과(3일 오후 2시, 수원종합운동장)
수원 FC 2-1 광주 FC [득점 : 오군지미(83분,도움-김근환), 이승현(90분) / 정조국(49분)]
◎ 수원 FC 선수들
FW : 윤태수(30분↔김병오), 이재안(60분↔오군지미), 이승현
MF : 김재웅, 김근환, 이광진(80분↔김종국)
DF : 황재훈, 블라단, 레이어, 이준호
GK : 박형순
◎ 광주 FC 선수들
FW : 조성준(86분↔주현우), 정조국, 송승민
MF : 여름, 김민혁(74분↔파비오), 이찬동
DF : 이으뜸, 김영빈, 홍준호, 정동윤
GK : 최봉진
◇ K리그 클래식 3라운드 현재 순위표
1 성남 FC 3경기 7점 2승 1무 4득점 1실점 +3
2 전북 현대 3경기 7점 2승 1무 3득점 1실점 +2
3 FC 서울 3경기 6점 2승 1패 7득점 2실점 +5
4 수원 FC 3경기 5점 1승 2무 3득점 2실점 +1
5 포항 스틸러스 3경기 4점 1승 1무 1패 5득점 4실점 +1
6 광주 FC 3경기 4점 1승 1무 1패 5득점 5실점 0
7 수원 블루윙즈 3경기 4점 1승 1무 1패 4득점 5실점 -1
8 울산 현대 3경기 4점 1승 1무 1패 2득점 3실점 -1
9 제주 유나이티드 3경기 3점 1승 2패 4득점 4실점 0
10 상주 상무 3경기 3점 1승 2패 3득점 6실점 -3
11 전남 드래곤즈 3경기 2점 2무 1패 3득점 4실점 -1
12 인천 유나이티드 FC 3경기 0점 3패 2득점 8실점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