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진짜사나이-여군 특집’이 벌써 네 번째 멤버들과 함께 순항 중이다. 여태 ‘진짜사나이’를 거쳐 간 여자 스타들만 해도 33명. 이들은 그간 고수해온 이미지를 과감히 벗고 의외의 매력으로 각자의 캐릭터를 구축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가운데 ‘욕받이 무녀’ 계보가 눈에 띈다. 이들은 프로그램 초반 엉뚱한 실수로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으며 일명 ‘욕받이’로 활약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차츰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며 주목 받았다. 역대 여군 특집 멤버들 중 욕받이 무녀로 활약한 스타들을 기수별로 짚어봤다.
▲ 여군 특집 1기 - 맹승지
시작부터 남달랐다. 배꼽티와 미니스커트, 짐을 한 가득 채운 분홍색 캐리어는 분명 시청자들이 상상했던 입소 풍경은 아니었다. 이처럼 개그우먼 맹승지는 입소 첫날부터 남다른 의상으로 ‘욕받이’의 슬픈 운명을 예고했다. 특히 맹승지의 통통 튀는 매력 덕분에(?) 논산 훈련소 소대장과 잦은 충돌을 빚어내곤 했다. 관등성명을 배우는 자세가 불성실했던 것도 문제였다. 소대장이 명확하게 방법을 알려줬지만 맹승지는 도통 집중하지 못하고 계속 틀렸으며, 계속되는 지적에도 변한 것이 없는 모습에 결국 소대장은 폭발했다. 이 때문에 그는 멤버 중 처음으로 얼차려 기합을 받아야 했다.
맹승지는 어려운 상황이 닥치자 ‘여자’라는 이름 뒤로 숨어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각개전투 훈련 중 팔굽혀펴기를 지시한 교관에게 “무릎 꿇고 하겠다”라고 당당하게 맞선 장면은 논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여기서 여군 특집 레전드급의 명대사가 등장한다. “여자는 원래 이렇게 한단 말입니다!”
이어진 화생방 훈련에서도 맹승지는 가스실습실에서 조교를 밀치고 탈출을 감행했다. 충분히 힘든 훈련이었기에 이해된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묵묵히 훈련을 견딘 박승희 등 다른 멤버들과 분명 비교된 장면이었다. 이처럼 실수를 연발하는 것도 모자라 늘 울며 교관에게 대드는 모습을 보인 맹승지의 행동은 연일 비난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초반의 논란을 딛고 방송 말미엔 동기들과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며 호감도를 높이기도 했다. 또 그는 인터뷰를 통해 "그때 당시에는 `잘하고 싶은데, 일부러 못한 거 아닌데 왜 이렇게 나한테 뭐라고 하지` 이런 생각이 강했던 것 같다. 생각이 짧았던 것 같다. 창피하고 죄송스러웠다"라고 말하며 반성하기도 했다.
▲ 여군 특집 2기 - 윤보미
2기 멤버였던 걸그룹 에이핑크의 멤버 윤보미는 시작부터 ‘제2의 혜리’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너무 많은 기대가 부담으로 작용했던 걸까. 윤보미의 무리수가 시작됐다. 모두가 두려워했던 화생방 훈련. 윤보미는 가스실습실에 들어가자마자 불안한 기색을 떨치지 못하더니 동기는 물론 소총까지 버리고 탈출했다.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이었다. 훈련에 앞서 과거 해병대 캠프에서 화생방 훈련을 받으며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극심한 트라우마로 남았다고 고백했기 때문. 실제로 방독면을 쓰고도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며 내내 겁에 질린 모습이었다.
훈련을 이겨내며 멋지게 트라우마를 극복한 모습을 보여줬다면 호감형 캐릭터로 자리잡을 수 있을 법한 좋은 기회였다. 특히 시청자들은 중도에 포기했을지라도 버티려고 최선을 다한 이다희, 안영미에게는 박수쳤지만 조금도 버티지 않은 윤보미에게는 실망했다는 반응이었다. ‘트라우마가 그토록 심했다면 여군특집에 나오지 말았어야 했다’는 반응도 대다수였다. 심지어 윤보미의 눈물 범벅이 전파를 타느라 훈련을 씩씩하게 소화해낸 다른 멤버들의 분량이 줄어든 점도 시청자들이 지적한 부분이었다.
이후 뿌리 깊게 박힌 미운털은 쉽게 빠지지 않았다. 식사 시간, 열심히 잘 먹는 윤보미의 모습에 네티즌들은 ‘먹방으로 뜨려고 한다’, ‘군대에 밥 먹으러 갔냐’라고 비난했으며 정수기에 에이핑크 사진을 붙여달란 그의 애교 섞인 부탁마저 혜리를 따라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분량은 챙겼을지언정 훈련은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민폐 캐릭터로 전락해버린 셈이었다. 하지만 윤보미는 이후 영점 사격을 단번에 합격하며 사격 우등생의 면모를 보이더니 유격 훈련에서는 이 악물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활약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에 비난 여론은 사그라들었다.
▲ 여군 특집 3기 - 제시
엠버 등 일명 한국어와 문화에 익숙지 않은 ‘군대 무식자’가 군 생활에 적응해가는 모습은 ‘진짜사나이’의 고정적인 전개다. 평소 여타 예능에서도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였던 제시의 ‘트러블 메이커’ 포지션은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된 터였다. 이같은 기대에 부응하듯 제시는 한국어에 서툴러 관등성명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모습, 군대 용어를 틀려 지적받는 모습을 보였고 화생방 훈련 중 정화통 분리를 늦게 해 김현숙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제시의 몸에 배인 미국식 생활 습관으로 인한 태도 지적이 이어졌고, 결국 얼차려까지 받아야 했다. 이후 제시는 허락 없이 대열에서 이탈해 "몸이 떨린다. 노력을 하려고는 했다"면서 눈물을 흘리며 속상한 심경을 내비쳤다. ‘기 쎈 언니’ 특유의 예측 불가한 성격은 군대에선 매력 보단 민폐일 수밖에 없었다.
계속되는 제시의 태도논란에 대해 제작진은 “제시는 정말 하루하루 성장했다. 제작진과의 사전 미팅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의지였는데, 제시의 의지가 상당했다”라며 “남자들도 군 생활 초기엔 성장통을 겪는다. 멤버들 중 제시가 유난히 부각됐을 뿐이며 차차 군인으로 성장할테니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제작진의 말은 틀림이 없었다. 어느덧 제시는 자신 때문에 고생하는 동기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해했고 힘든 훈련도 기대 이상으로 버텨냈다. 또 완벽한 포복 자세로 동기들을 가르치기도 했고, 특유의 보이스로 소울풀한 군가를 불러 칭찬을 들었다. 그리고 이런 칭찬에 힘입어 자신감을 되찾은 제시는 의외의 훈련 성과를 내며 자신을 향한 논란들을 스스로 잠재웠다.
▲ 여군 특집 4기 - WHO IS NEXT?
그리고 대망의 여군특집 4기가 현재 진행 중이다. 아직 남은 회차가 많은 만큼 욕받이 무녀를 짚어내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입소부터 치킨 PPL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전효성이 시작부터 `구멍 병사`로 지목된 바 있다. 팬이 건네준 치킨을 들고 무심코 입소했다가 교관의 면박과 함께 시청자들의 간접광고 의혹에 시달렸던 전효성은 최근 뛰어난 시험 성적으로 상승세에 올라탔다.
최근 방송에서는 사전 공지 없이 20분간의 자율학습 후 이뤄진 갑작스런 시험을 치르게 된 멤버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고된 훈련에 지친 멤버들은 대부분 수업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다. 평소 접해 보지 못했던 낯선 의학 용어들도 이들의 집중도를 떨어트리는데 한 몫 했다.
70점 이하로 점수를 받게 되면 또 다시 공부해야 하는 상황. 전효성은 71.9점을 받으며 유일하게 커트라인을 넘겼다. 대다수 출연자들이 40~50대 점수를 받은 상황에서 전효성의 성적은 단연 돋보였다. 여기엔 그가 자신했던 암기력도 주효했으나 수업에 대한 집중과 노력이 빛난 결과였다.
전효성 역시 ‘치킨 부사관’이란 별명을 얻어가며 시작부터 크고 작은 어려움들을 겪었다. 평발이라 오래달리기에서 꼴찌를 기록하며 힘들어했고, 생활관 내부규칙을 잊은 탓에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 하지만 크고 작은 실수들로 만든 구멍을 착실히 메워가고 있는 그의 성장과 앞으로의 활약에 기대를 걸어본다.(사진=MBC ‘일밤-진짜사나이’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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