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준열 일베 논란을 두고 마녀사냥이라는 키워드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SNS가 등장한 후 마녀사냥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익명성에 기대고 있는 현대판 마녀사냥은 사건의 진위보다는 특정 개인을 공격하며 공공의 적으로 삼고 매장해버리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다양한 사회 현상이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가 되듯이 마녀사냥도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된다. 마녀사냥을 주제로 한 영화는 대부분 인간의 이기적인 집단적 폭력성에 일침을 가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관용이 무엇인가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지금부터 마녀사냥을 소재로 한 영화를 소개한다.
◆소셜포비아(2014)
`소셜포비아`는 양날의 검인 SNS에 대해 경고를 하는 추리극이다. 영화는 악플을 남긴 사람에게 분노한 네티즌의 `신상털기`와 `현피`(웹상에서 벌어진 분쟁의 당사자들이 실제로 만나 싸움으로 이어지는 것) 생중계 등으로 이어진 마녀사냥, 그리고 이에 따른 악플러의 죽음을 다룬 영화다. 현재 일어날 수 있는 마녀사냥의 악순환을 잘 포착했다는 평이다.
`소셜포비아`는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였는데, 수많은 거장과 스타 감독 작품 사이에서도 한국영화 감독조합상-감독상과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서 최우수작품 상을 받는 등 부산영화제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최근 일베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류준열이 이 영화에서 BJ 양게로 출연해 눈길을 끈다. 양게는 익명이라는 무기를 정당성이라고 믿는 이들을 모으고 선동하는 인물이다. 공교롭게도 류준열이 일베 논란을 겪으며 이 영화가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스릴러, 드라마/ 2015.03.12./ 102분/ 한국/ 15세 관람가
◆더 헌트(2012)
`더 헌트`는 진실과 상관없이 공동체 안에서 낙인 찍힌 자의 삶, 즉 마녀사냥을 다룬 영화다. 평화롭고 고요한 작은 마을을 순식간에 혼란에 빠뜨린 것은 한 소녀의 작은 거짓말에서부터 시작된다. 한 개인의 사소한 거짓말은 의심과 불신으로 발전하고 개인과 개인을 넘어 마을 전체를 광기에 몰아넣는다.
이 집단적 히스테리의 표적이 된 루카스(매즈 미켈슨 분)는 친구, 가족은 물론 실체가 보이지 않는 타인에게까지 위협을 받는다. 그리고 집단의 맹목적인 폭력성은 한 남자의 평범한 삶을 송두리째 파괴해 버린다.
이 영화는 마을 사람들의 집단 심리와 그들의 광기, 집단적 폭력이 사실적으로 그렸기 때문에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지에 대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드라마/ 2013.01.24./ 115분/ 덴마크/ 15세 관람가
◆크루서블(1996)
이 영화는 미국의 메사추세츠 주의 세일럼의 한 마을에서 일어난 마녀사냥에 관한 이야기를 허구와 실화를 적절히 섞어서 만든 작품이다. 미국의 극작가 아서 밀러가 정치권의 극우 이데올로기에 핍박받던 시절, 거짓 선동에 희생되는 사람들의 비극을 기독교 문명에 비춰 그려낸 작품이다.
십 대 여자 아이들의 중심 에비 게일(위노나 라이더 분)은 자신이 살기 위해, 자신이 좋아하는 존 프록터를 가지기 위해, 마을과 목사와 판사를 상대로 한 거짓말을 하고 그 거짓말은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에비 게일이 주도한 거짓 증언으로 마을은 떠들썩해지고, 주민들은 마녀재판이라는 명목으로 엘리자베스(조안 알렌 분)의 교수형을 집행한다.
마녀에 대한 두려움에 아무 죄 없는 이웃을 마녀로 몰아 교수형 시키는 마을 사람들은 에비 게일의 말이 거짓인 걸 알면서도 종교의 틀에 잡혀 마녀사냥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당시에는 청교도 인이 마귀에 씌면 주기도문을 제대로 외울 수 없다고 했는데, 마지막에 존 프록터가 주기도문을 완벽하게 외우는 장면에서 전율이 흐른다.
드라마/ 1997.10.03./ 125분/ 미국/ 15세 관람가
◆돌이킬 수 없는(2013)
`돌이킬 수 없는`은 아이가 실종된 후 용의자인 유세진(이정진 분)과 아이 아버지인 노충식(김태우 분), 마을 사람들 사이에 생겨나는 긴장감과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제15회 부산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돼 평단과 관객의 뜨거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야기는 어느 조용한 마을에 조용한 청년 유세진의 가족이 이사를 오면서 시작된다. 그러던 어느 날 화원을 운영하는 노충식(김태우분)의 7살 난 딸이 실종되면서 조용하던 동네는 시끄러워진다.범인을 찾아내지 못하는 경찰들도 지쳐갈 즈음 노충식은 우연히 경찰서에서 유세진에 대한 정보를 보게 된다. 그때부터 그는 유세진의 주위를 돌며 그를 범인으로 몰아간다.
영화 `돌이킬 수 없는`은 사회에서 일어나는 마녀사냥에 대해 항변하는 작품이다. 사람들은 군중심리를 이용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결과를 이끌려고 한다. 하나의 의심이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마녀사냥으로 이어지는 영화의 내용은 우리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드라마, 느와르/ 2014.10.02./ 100분/ 프랑스 외/ 청소년 관람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