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애 기자] 25년 전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억울한 누명을 쓴 여자, 그가 복수를 위해 총 대신 재봉틀을 들었다.
영화 ‘드레스 메이커’는 패션디자이너 틸리(케이트 윈슬렛)의 일생을 그렸다. 25년 전 틸리는 또래 남자아이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마을에서 쫓겨난다. 끔찍했던 기억을 모두가 잊어갈 때쯤, 패션디자이너로 성공한 틸리는 어느날 갑자기 고향집을 찾는다. 자신을 경계하는 마을 사람들에게 틸리는 화려한 드레스를 선물하며 환심을 사고, 과거 살인사건에 얽힌 비밀과 그로 인해 자신과 어머니에게 드리워진 불행을 깨달은 그는 본격적인 복수극을 꾸민다.
‘복수 드라마’라는 장르를 기본으로 하지만 마냥 어둡기만 한 영화는 아니다. 조셀린 무어하우스는 여성 감독 특유의 섬세한 연출로 의외의 웃음과 반전, 유쾌함이 느껴지는 포인트를 곳곳에 배치했다. 특히 호주의 대표적 여성작가인 로잘리 햄의 동명 베스트 셀러를 원작으로 한 만큼 탄탄한 문학성과 ‘물랑루즈’ 제작진이 만들어낸 뛰어난 영상미의 조화는 가장 큰 관전 포인트다.
여기에 1950년대 오뜨꾸뛰르의 황금기를 완벽하게 재현, 화려한 색감과 고급스러운 소재, 고풍스러운 디자인의 드레스가 또 하나의 볼거리다. 제작진은 각 캐릭터에 맞는 옷을 맞추려고 총 350벌의 의상을 직접 제작했다고 한다.
드레스로 복수극을 꾸민다는 독특한 설정과 디자이너 캐릭터를 위해 케이트 윈슬렛은 직접 소품을 구하러 다닌 것은 물론 바느질 실력까지 공들여 키웠다는 후문. 무엇보다 견고한 연기력으로 무장한 케이트 윈슬렛 특유의 카리스마가 ‘걸 크러쉬’의 정점을 찍는 매력적인 캐릭터 틸리를 완성했다. 또 주디 데이비스, 휴고 위빙, 리암 헴스워스와 사라 스누크 등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는 물론 세계적으로 인정 받은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몰입도를 높였다.
무엇보다 살인사건에 얽힌 미스터리한 비밀을 풀어가는 과정, 그리고 그로 인해 삶의 변화를 겪은 틸리의 일생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 대한 소중함을 전하는 결말이 유머러스하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게 다가온다. 2월 11일 개봉. (사진=리틀빅픽처스, 영화 `드레스메이커` 스틸컷)
★기자 한 마디: ‘친절한 금자씨’ 기억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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