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에서 공개된 작품들은 자칫 잘못하면 손상되기 쉬운 종이와 비단으로 제작된 두루마기 그림, 화집, 병풍들로 일부는 19세기 조선주재 초대 프랑스공사였던 빅토르 꼴랭 드 쁠랑씨 (Victor Collin de Plancy)가 수집한 작품들이다. 또한 수집가 샤를르 바라 (Charles Varat)와 한국 예술가 이우환씨가 기증한 작품들도 포함돼 있다.
기사는 주요 고관들의 초상화나 힘을 상징하는 호랑이, 풍요를 상징하는 용과 같은 전설 속의 동물들을 세밀하게 묘사한 작품들을 `세밀한 초상화` 라고 부르며 자세히 소개했다. 자두나무 가지나 참새의 깃털까지도 자세하게 표현한 기법에서부터 서양인의 눈에는 추상적으로 보이는 유교의 팔덕을 주제로 한 붓글씨와 가짜 서재나 필기구들을 묘사한 그림으로 자신들이 지식인임을 뽐내려고 했던 조선 시대 양반의 모습까지 작품에 관한 자세한 설명을 곁들이며 감상하는 관객들의 재미를 끌어내고 있다.
또한, 조선을 대표하는 예술가의 붓에서 조선의 궁궐과 환상적인 자연경관, 양반과 농민의 사회가 새롭게 탄생하면서, 이러한 화법들은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한국문화가 중국문화와 일본문화와는 다르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을 정도로 확연히 드러난다고 분석했다. 더구나 다이아몬드처럼 벽면을 처리하여 입체주의적으로 그려진 정선(1676~1759)의 웅장한 산들은 다른 화가들이 그린 뾰족한 산봉우리들과 쉽게 구별된다고 덧붙였다. 기사는 같은 장르 속에서도 경쟁과 라이벌 의식 속에서 성장한 조선 회화의 황금시대의 전조를 찾아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이 당시 조선에는 새로운 문물이 유입되며, 17세기 조선 시대의 병풍 장식에 독일화가 뒤러(Albrecht Durer)가 1515년에 조각한 코뿔소 작품이 등장한 바 있다.
한국 마지막 왕조의 미술품들, 다시 보기 어려운 진귀한 작품들의 특별한 전시, 이웃 동양국가와는 다른 한국만의 특별한 화법, 17세기 한국회화에 나타난 서양의 모습 등에 이르기까지, 이번 기메박물관 전시는 프랑스 관객들의 흥미를 끌어내기에 충분하다. 또한, 관객들이 전시를 더욱더 즐길 수 있고 한국의 문화를 좀 더 알고 이해할 수 있는 영화상영과 컨퍼런스 등과 같은 부대행사들이 함께 개최되고 있다. 1월 13일에는 ‘20세기 한국문학’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며 1월 18일에는 프랑스인들이 사랑하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 `북촌방향`, 1월 20일에는 클레르 알비(Claire Alby)의 다큐멘터리 `한국도시, 전주`와 성백엽 감독의 `오세암` 1월 22일에는 전수일 감독의 `검은땅의 소녀와` 등이 상영돼 전시관람에 재미를 더하고 있다.
한편, 국립기메동양박물관은 동양문화에 큰 관심을 가졌던 프랑스 사업가 에밀 기메(Emile Guimet)가 1889년 이집트 종교와 고미술품, 아시아 국가를 소재로 파리에 설립한 박물관이다. 이후 국가 소장품 재배치 계획의 일환으로 기메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던 이집트유물들과 루브르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던 아시아유물의 일부를 교환하면서 유럽 최대 규모의 동양박물관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현재는 한국관, 중국관, 일본관을 비롯하여 인도, 동남아시아, 히말라야,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중앙아시아 미술품 등 아시아 지역의 유물들을 소장 및 전시하고 있다.
(기사출처:http://kofice.or.kr/c30correspondent/c30_correspondent_02_view.asp?seq=119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