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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규수의 현대문화평설] 낳을 때부터 배우는 복의 기원과 홍익인간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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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사진=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정초가 되면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고 인사를 한다. 그 복은 홍익인간(弘益人間)을 향한 복이다. 그것이 한국의 공동체적 문화 사상이자 한국인의 정서였다. 당신이 많은 복을 받아 행복을 누리시고, 또한 그 복과 행복을 널리 세상에 되돌려 주라는 사명감의 표현인 것이다.

그렇게 우리 민족이 새해에 기원해온 복은 크게 보면 건강(健康)과 재물(財物)이었다. 그것은 태어날 때부터 누려야 하는 평생의 복이니, "복 많이 받으십시오"의 출발은 첫돌 잔치상에서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자식복을 바라기 때문이다. 자식이면 껌벅 죽는 한국 부모들의 자녀사랑 특성상 `복 중의 복은 자식복`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아들딸이 건강하고 재물에 부족함이 없이 잘살게 해달라는 자녀사랑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 셈이다.

그래서 부모들이 자식복을 위해 자녀들의 미래를 스스로 점 쳐보는 풍속이 여전히 우리 한국인에게는 남아 있다. 바로 `돌잡이`라는 것이다.

21세기인 지금도 돌잔치에서 흔히 보는 풍경이다. `돌잡이`란 쌀, 붓, 활, 돈, 실 등으로 돌상을 차리고, 아이에게 상 위에 놓인 물건을 마음대로 골라잡게 해서 어느 것을 고르는가로 그 아이가 장래 받을 복을 알아보는 의례다.

"복 많이 받으라"고 기원하고 덕담하지만, 모든 복을 혼자 다 받을 수는 없는 것이기에 돌잡이를 통해 복 중의 복 하나를 정해보겠다는 의도다.

실이나 국수를 잡으면 장수할 복이라고 했다. 그런 식으로 아이가 잡는 물건에 따라 아이의 장래를 기원했는데, 대추는 자손이 번성할 복이었다. 쌀은 땅 많은 유복한 재산가, 떡은 건강 복, 돈은 부자가 될 복이었다.

또한 아들이 활이나 화살을 잡으면 장군이 될 복이고, 딸이 바느질 도구인 바늘이나 자를 잡으면 의식주의 의(衣)를 해결할 길쌈에 능할 복이며, 칼은 음식 솜씨가 좋을 복이었고, 문방사우라는 먹, 벼루, 붓, 종이나 책을 잡으면 공부를 잘해 과거에 급제하는 등 벼슬길에 오를 복이라고 생각했다.

우스운 풍경이지만, 요즘은 그 돌잡이 상에 청진기도 놓고, 의사봉도 놓는다고 한다. 그걸 잡아 의사가 되거나 판사가 되라는 부모의 바램 때문이다.

그렇듯 돌상에 놓는 것은 무엇이나 좋은 것을 상징했다. 어린이가 아무것이나 쥐어도 다 좋은 것으로 해석하려는 것은 그 아이가 세상에서 좋은 사람, 복 있는 사람이 되라는 뜻이다. 그것이 부모 마음이자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 이념이다.

조선향토대백과사전에서 소개하는 `첫돌맞이` 풍습에 따르면, 아이 돌상에는 여러 가지 떡과 과일도 놓았다. 백설기, 수수경단, 인절미, 송편, 무지개떡 등이다.

백설기는 어린이가 신성하고 깨끗한 정신세계의 소유자로, 팥고물에 묻힌 수수경단은 고상한 품격의 소유자로 키우려는 부모들의 염원과 함께 건장한 체력과 장수를 상징하는 뜻으로도 해석했다.

지방에 따라 송편도 속을 넣은 것과 속이 빈 것을 만들어 놓기도 했다. 속을 넣은 송편은 사람들 속에 든 것이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속이 빈 것은 도량이 넓으라는 뜻으로 해석했다.

또 찰 기운이 있는 찹쌀떡은 듬직하고 대범하라는 의미로, 아롱다롱 오색찬란한 무지개떡은 무럭무럭 자라나라는 염원으로 해석했다.

이처럼 우리 한국인들은 첫돌 때부터 복을 받고 복을 주는 홍익인간(弘益人間) 정신으로 살아야 함을 알았고, 또 그것을 위해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는 인사를 했던 것이다.

아마 이 같은 `복 인사`가 한국인이 다민족국가인 미국 사회에 뿌리박은 5대 상인의 하나로 자리 잡게 했는지도 모른다.

김송본이 쓴 『한국인의 부자학』(스마트비즈니스刊. 2006년)에 따르면, 미국사회에서 가장 돈 잘 버는 상인의 순위는 인도, 일본, 중국, 유대인, 한국인이었다.

1위 인도상인은 시장상황에 대한 폭넓은 지식, 2위 일본상인은 고객본위의 친절서비스, 3위 중국상인은 보증수표와 같은 신용, 4위 유태상인은 과학적인 마케팅기법이 장점이었다.

여기에 5위 한국상인들은 억척스러운 승부욕과 고객중심 마케팅이 강점이었다. 한국인들이 유태인의 지배상권인 야채시장과 의류시장을 장악한 것은 이 같은 특성 때문이다.

즉 한국인들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억척스럽게 일하면서도, 밤 10시 또는 11시가 되면 재고 야채를 `땡 처리`하는 것이다. 남은 야채를 밤늦게 식당주인들에게 싸게 팔고, 이튿날엔 언제나 신선한 새 야채를 진열하는 한국인들의 전략은 주효했다.

한국인이 5위인 것은 미국 이민 역사가 짧고, 이민 인구가 적은 탓이라고 했다. 하지만 복이 달아나는 한 가지 약점도 작용하고 있었다. 그것은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심리다. 그 결과 한국인들끼리 싸게 팔기 과열경쟁을 하다 보니 밑지는 것은 결국 우리끼리였다. 들어온 복이 달아나는 꼴이다.

그래서 2016년 병신년(丙申年)에는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는 "복 많이 받으십시오"의 홍익인간 인사법과 함께 "복 많이 지으십시오"와 같은 양보와 배려의 인사법도 널리 유행했으면 한다. 그것이 결국 나 자신을 위한 길이 될 테니까.
<p style="margin-left: 80px">필자_노규수 :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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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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