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장품 산업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채널이 원브랜드숍이라면 실질적인 성장을 이끄는 곳은 면세점이다.
일단 화장품 `빅2` 기업에서부터 가장 큰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유통 채널이 면세점이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지난해 면세점을 통한 매출이 전체의 20.6%에 달했다. 해외법인(24.4%)을 제외하곤 필적할 경로가 없었다. 백화점(8.8%)은 물론 오랜 기간 회사의 토대를 이뤄왔던 방문판매(인적판매 16.0%)까지 훌쩍 앞섰다.
LG생활건강 또한 2014년 면세점 경로를 통한 매출이 3,000억원 수준으로 전년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전체 화장품 매출에서 면세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5.9%에서 2014년에는 15.3%로 급격히 올랐다.
2015년엔 메르스 사태로 인해 국내 입국 외국인 관광객 수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미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양 사의 면세점 판매 비중은 더 뛰어올랐을 것으로 분석된다.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2015년 면세점 채널 매출이 2014년보다 각각 35%와 45% 증가했다"고 추산했다. 추정치대로라면 두 회사의 국내 화장품 매출에서 면세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모레퍼시픽은 40%, LG생활건강은 35%에 달할 것이란 설명이다.
두 기업뿐만 아니다. 잇츠스킨, 메디힐, 리더스, SNP 등 `K-뷰티`를 대표하는 브랜드들이 모두 면세점을 기반으로 가파른 외형 성장과 오늘날의 위상을 이룰 수 있었다.
국내 면세점 유통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핵심 요소는 중국인 관광객들이다.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2011년 180만명 수준에서 2014년에 610만명으로 3.4배나 늘었다. 또 이들은 국내서 평균 270만원을 지출하는데 이 가운데 70% 정도를 쇼핑에 쓴다.
집중적으로 쇼핑이 이뤄지는 곳은 시내면세점이다. 짐도 많고 신경 쓸 일들이 많은 출국길 공항보다는 여행 기간 중 날을 잡아 서울 시내에 있는 면세점에서 양껏 쇼핑을 즐기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2014년을 기준으로 공항, 항만 등 출국장면세점 매출액은 전년보다 5.9% 증가한 2조5,101억원에 머물렀다. 반면 시내면세점 매출액은 5조3,893억원으로 전년 대비 32.2%나 늘었다.시내면세점이 매출 규모도 2배 이상 크고 성장률도 더 높은 것이다.
이처럼 시내면세점을 찾는 쇼핑객 수와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정부는 15년 만에 처음으로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 3곳을 신규 배정하기로 했고 지난해 7월 진행된 입찰전에서 대기업으론 HDC신라면세점(호텔신라·현대산업개발)과 한화갤러리아가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그리고 5개월 남짓의 준비 끝에 지난달 24일 HDC신라면세점이 용산 아이파크몰에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을, 곧이어 28일에는 한화갤러리아가 여의도 63빌딩에 `갤러리아면세점63`을 각각 선보였다.
두 곳 모두 입점 브랜드를 더 보강해 각각 오는 3월과 7월에 정식 개장한다는 방침이나 임시 오픈이든 시험 운영이든 화장품기업들 입장에서는 또 하나의 전도유망한 매출 인프라가 생긴 셈이다. 특히 양쪽 공히 화장품 카테고리를 대폭 강화함으로써 그동안 기존 면세점의 높은 문턱을 넘지 못해 입맛만 다시던 중소 브랜드들에도 여럿 기회가 열렸다.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은 이번 1차 개장에서 용산 아이파크몰 3층과 4층, 6층의 16,500㎡여 공간을 활용했다. 오는 3월 3층부터 7층까지 30,400㎡에 이르는 점포 면적 전체를 활용한 그랜드 오픈을 목표하고 있다.
1차 개장과 함께 선보인 브랜드는 401개이며 이 가운데 화장품·향수 브랜드가 153개다. `한류 면세점`이라는 컨셉을 구체화시킨 곳은 270여개에 이르는 국내 화장품 및 잡화, 의류 브랜드로 이뤄진 6층의 `K-디스커버리 존`이다. `K-디스커버리 존`은 외국인 관광객들을 겨냥한 한류상품 판매의 전진기지로서 이 가운데 `K-코스메틱` 특화 매장은 이니스프리, 미샤, 잇츠스킨, 네이처리퍼블릭, 스킨푸드, 토니모리, 제이에스티나, 육심원, 스타일난다, 원더플레이스, 조성아22 등 차세대 한류 브랜드들이 채웠다.
3층과 4층에는 명품 및 럭셔리 패션, 수입 화장품 브랜드들이 입점했다. 3층 `럭셔리 코스메틱 존`은 설화수, 후, 디올, 에스티로더, 랑콤, SK-Ⅱ 등 국내외 유명 화장품 브랜드들이 판매된다.
`금빛 여정의 시작`이란 컨셉으로 문을 연 갤러리아면세점63은 63빌딩 본관과 별관인 그라운드플로어(GF)와 별관 1, 2, 3층에 들어섰다. 이번에는 전체 쇼핑공간의 60%에 해당하는 10,153㎡ 정도를 활용했으며 오는 7월 정식 개장할 예정이다.
1차 개장과 함께 선보인 브랜드는 369개이며 그라운드플로어에는 럭셔리 부티크와 함께 헤라, 프리메라, 오휘, 랑콤, 비오템 등 화장품 브랜드들이 입점했다. 또 1층은 명품시계와 주얼리, 2층에는 미샤, 스킨푸드, 더페이스샵, 에뛰드, 더샘 등 화장품 브랜드들과 패션잡화 매장들로 채웠다. `K-스페셜홀`로 꾸민 3층에도 투쿨포스쿨, 비디비치, 보브, 클리오 등의 화장품 브랜드들의 매장이 들어섰다.
▲ 벨포트
그간 로드숍과 백화점 입점 등으로 유통망을 넓혀온 뷰티 멀티스토어 벨포트는 론칭 이래 처음으로 국내 면세점에 입점했다. 신라아이파크면세점 3층에 정식 매장을, 갤러리아면세점63에는 그라운드플로어에 팝업스토어를 선보인 것이다. 이번 면세점 입점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국내외 유수의 뷰티 브랜드를 적극 소개하는 한편 지난해 11월 홍콩에 오픈한 해외 1호점(홍콩 코즈웨이베이점)과 더불어 이들 매장을 해외시장 개척의 전진기지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신라아이파크면세점 내 매장에서는 벨포트가 전개하는 헝가리 부다페스트 발효 온천수 브랜드 `오모로비짜`, 스위스 더모 코스메틱 브랜드 `슈어퓨어`, 프랑스 자연주의 브랜드 `레노`를 비롯한 6개 브랜드를 판매한다. 갤러리아면세점63에서는 다양한 연령대를 겨냥해 오모로비짜, 슈어퓨어, 레노, 에쌍시엘, 보테가 베르데, 카히나 등 12개 브랜드를 팝업스토어 형태로 소개한다. 벨포트 관계자는 "지금까지 명동점과 가로수길점, 이태원점 등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상권에서 검증된 국내외 브랜드들을 보다 폭넓게 알리기 위해 면세점에 입점했다"며 "벨포트의 정체성을 대표할 수 있는 엄선된 브랜드들로 국내외 소비자들에게 세계적인 미(美)를 소개한다는 목표에 더욱 가까워지게 됐다"고 말했다.
▲ 클레어스코리아
클레어스코리아 또한 신규 면세점 2곳에 연이어 입점했다. 클레어스코리아는 중국, 홍콩, 대만, 일본 등에서 `게리쏭 마유크림` 열풍을 이끈 기업으로 지난해 `제 52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20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하는 등 `K-뷰티` 리딩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난 한해 K-뷰티 인기에 힘입어 대표 제품인 마유크림이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고 신규 메이크업 브랜드도 론칭할 수 있었다"며 "올해는 신규 면세점 입점을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유통망을 확장, 국내외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고 글로벌 뷰티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세라젬헬스앤뷰티
세라젬헬스앤뷰티는 갤러리아면세점63에 입성했다. 세라젬헬스앤뷰티는 자연주의 화장품 베리브를 비롯해 프리미엄 스킨케어 브랜드 필란, 토탈 두피 케어 브랜드 에스젬 등을 전개하고 있으며 일부 뷰티 디바이스 제품들도 개발·출시했다. 회사 측은 베리브와 필란이 중국,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를 넘어 유럽과 아프리카, 아메리카 지역까지 세계 30여국에 진출하며 높은 인지도와 만족도를 구가하고 있는 점이 면세점 입점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세라젬헬스앤뷰티 마케팅 총괄 김우진 상무는 "수출 증대와 더불어 국내에서 제품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난 점을 인정받아 신규 면세점에 입점하게 됐다"고 말했다.
▲ 로얄스킨
준목인터내셔널의 마스크&패치 전문 브랜드 로얄스킨 또한 여의도에 새 매장을 확보했다. 로얄스킨 관계자는 "서울 시내면세점 내 신규매장 개설을 통해 국내 소비자 및 국외 소비자, 바이어들에게 효과적으로 판매ㆍ홍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로얄스킨은 면세점 제품 구매고객들에게 스네일과 시네이크 마스크팩을 무료 증정하고 30불, 60불, 100불 등 금액별로 핸드마스크, 아이패치, 히아루론산 마이크로패치 등 인기상품을 추가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 코리아나화장품
코리아나화장품도 갤러리아면세점63을 통해 중국 소비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는 라비다 파워셀 에센스과 파워셀 코어 크림, 자인 생기진 앰플 등 다양한 인기품목을 판매한다. 코리아나화장품 유학수 대표이사는 "지난해 중화권 시장을 중심으로 라비다, 자인, 발효녹두 등 브랜드들이 좋은 성과를 거뒀다"며 "이번 면세점 입점을 필두로 올해는 유통망 확보에 주력하고 더 많은 해외 소비자들이 코리아나의 우수한 제품을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아나는 1월 말까지 갤러리아면세점63에서 자인 생기진 앰플 스페셜 2개 구매 시 해당 제품을 하나 더 제공하는 동시에 순금반지 등 푸짐한 경품을 받을 수 있는 포춘쿠기도 증정하는 황금원숭이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 댕기머리
두리화장품의 간판 브랜드 댕기머리 역시 같은 곳에 둥지를 틀고 자담화 더 퍼스트, 생모크리닉한방칼라크림, 진윤 샴푸, 율아 샴푸 등 헤어케어 제품들과 고트밀 바디클렌져를 비롯한 바디케어 제품들을 선보였다. 구매 고객들에게 기골드 샴푸 파우치 세트를 증정하며 금액별 사은품도 푸짐하게 제공한다. 댕기머리는 현재 중국, 미국, 러시아, 미얀마 등 전 세계 23개국에 진출해있다. 지난해 수출량은 전년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
▲ 엘리샤코이
엘리샤코이도 국내 오프라인 매장 확장을 통한 공격적인 유통전략의 첫 거점으로 갤러리아면세점63을 선택했다. 이곳을 통해 특허 받은 보습 성분인 유스워터로 만든 `모이스트 업 히아루론` 보습라인과 신개념 특허 기술력으로 셀프 톤 보정이 가능한 `핑크 블루밍 쿠션` 등 인기 제품들을 판매하고 구매 금액별 사은품 증정 등 다양한 이벤트도 진행한다. 엘리샤코이 관계자는 "그간 소홀했던 국내 오프라인 채널 확장을 통해 소비자 소통 강화와 성장 동력의 거점으로 면세점 입점을 추진하게 됐다. 이를 통해 공격적인 브랜드 확장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 새라제나
에쓰씨엔지니어링과 세원셀론텍이 바이오엔지니어링 및 재생의료 기술을 접목시켜 만든 화장품 브랜드 새라제나가 입점한 곳도 갤러리아면세점63다. 새라제나가 자리 잡은 곳은 갤러리아면세점63 내에서도 해외 관광객들의 접근성이 좋은 3층 `K-스페셜홀`이다. 이 매장에서 노보필(100% 바이오콜라겐 스캐폴딩 일라스톤 필러)과 바이오콜라겐 루시드 젤, 바이오콜라겐 페이셜 하이드로겔 마스크 등을 판매할 계획. 이들 제품은 중국과 일본은 물론 영국,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지역에서도 각광 받고 있다.새라제나 관계자는 "재생의료 분야 기술 노하우와 원료에 기반, 이미 해외시장에서 정평이 나 있는 우수한 제품력과 프리미엄 바이오화장품이라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덕에 면세점 입점 제안이 이어지고 있다"며 "한국과 중국의 주요 면세점 및 백화점 진출을 동시에 추진함으로써 국내외 시장 확대 성과를 지속적으로 창출해 가겠다"고 강조했다.
▲ 조성아22
조성아22는 신라아이파크면세점에 국내 첫 오프라인 매장을 선보였다. 이곳을 통해 국내는 물론 중국 등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얻으며 누적 매출 550억원을 기록한 `바운스 업 팩트`와 국내 홈쇼핑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씨앤티 블렌드 프레쉬 믹스 R4 SPF30/PA++`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한다. 2012년 론칭한 조성아22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성아 대표의 26년 노하우를 담은 프리미엄 코스메틱 브랜드로서 북미 세포라와 홍콩 샤샤 등에 입점하며 해외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