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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줌인] 수출입은행, 연내 1조 출자를 위한 '협박과 읍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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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1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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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을미년이 2주도 채남지 않은 가운데, 수출입은행의 연말은 어수선하기 짝이 없습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정부로부터 출자를 받긴 받아야겠는데, 내부에서 조차 의견이 모아지지 않고,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경영진은 마음이 다급합니다.

    정부가 출자의 선행조건으로 내건 자구계획안에 대해 노조의 동의를 얻기 위해 읍소도 하고, 엄포도 놓습니다.

    하지만 노사가 치열하게 토의하며 만든 쇄신안에 대해 스스로 "대외적인 명분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일축하는 것은 왠지 씁쓸합니다.


    ◆ "퉁치고 넘어가자는 의미" 달래는 경영진

    수출입은행이 준비 중인 쇄신안은 `노사 공동선언문`이란 이름으로 경영진과 노조집행부가 함께 도출한 것입니다.

    선언문에는 내년 경영진의 임금 5%를 삭감하고, 팀장 이상은 인상분을 반납하겠다는 자구계획이 담겨 있습니다.

    5%의 임금 삭감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입니다.

    팀원은 통상적인 임금 인상률을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수은 경영진은 그간 자구안을 요구한 기획재정부에 여러번 발걸음하며 조건을 완화시켰다고 자랑스레 얘기합니다.

    쇄신안에 명시된 `공정한 평가체계 구축`도 당초 정부가 성과급제 도입을 촉구한 것에서 한단계 완화한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이번 쇄신안은 결국 BIS비율 꼴찌의 부실금융기관, 황제출장으로 대두되는 모럴해저드 등 불편한 여론을 매듭 짓고 출자를 받기 위한 것이란 설명입니다.

    수은의 한 고위관계자는 "그동안 정부가 요구해왔던 것을 이번 쇄신안과 출자로 퉁치고 넘어가자는 의미가 있다"고 까지 말했습니다.



    ◆ "내년으로 넘어가면 `거친` 요구 있을 것"

    수은 경영진이 이렇게 속내를 드러내며 친절한 설명에 나선 까닭은 어렵게 도출한 `노사 공동선언문`이 노조 대의원회에서 근소한 표차이로 부결됐기 때문입니다.

    쇄신안이 노조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서 지난 17일 차관회의에 올리려던 계획도 어긋났습니다.

    경영진은 오는 24일 차관회의, 그리고 29일 국무회의를 통해 어떻게든 연내 1조원 규모의 현물출자를 받겠다는 목표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조의 동의가 필수.

    친절한 설명은 다소 무거운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압박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 매듭 짓지 못한다면 현실적인 외부의 요구가 있을 것이다. 좀 거칠게 이뤄질 것이다."

    인력 구조조정 또는 현안보다 큰 폭의 임금 삭감 등을 암시합니다.


    ◆ 조선업에서 국책은행으로 `부실 전이`

    `선 자구안, 후 지원`

    두 달 전 대우조선해양에게 채권단이 내놓았던 원칙은 대우조선의 최대 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에게로 데자뷰처럼 이어지게 됐습니다.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할 국책은행이 구조조정 대상자가 되버린 셈입니다.

    수출입은행도 할 말은 있습니다.

    정책금융기관으로 국가 정책에 따라 대표 산업들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지원업종 경기에 따라 자산건전성 악화는 불가피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국책은행이 일반 시중은행들보다 기업 구조조정을 지체시키고, 대기업과 한계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늘려온 것 역시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국책은행이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을 평균 2.5년 늦췄으며, 자산 매각 실행도 일반 은행의 절반 수준인 33% 그쳤습니다.

    KDI는 "국책은행이 엄격한 실사를 통해 워크아웃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부실기업을 신속하게 회생정리 절차로 유도하고, 대기업보다 시장실패가 존재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지원으로 정책 방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 "출자 1조원으로 부족"‥막대한 혈세 투입 예고

    한자릿수의 BIS비율, 국내 시중은행 중 최하위.

    최악의 자산건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내놓은 자구안이지만, 왠지 부잣집 도련님이 어쩔수 없이 쓴 반성문의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수은의 고위 관계자는 "39년간 출자를 받으면서 조건을 달아서 해본적은 없었다"며 "출자는 1조원 받고 내년에도 더 받을 것"이라 말합니다.

    이번 쇄신안의 핵심이라는 "단순 금융지원자 벗어나 구조개혁 선도하는 산업관리자로 역할 재정립" 부분도 어떻게 이제까지는 안 이루어져 왔는지 의아할 뿐입니다.

    내년이면 출범 40주년을 맞이하는 수출입은행.

    대한민국이 세계 7대 수출강국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한 것은 분명하지만, 또 그만큼 책임도 커졌다는 것은 알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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